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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뜰지기 Apr 08. 2024

5. 2th 소감 나눔 "불 끄고 가족 회의를 했다."

소감을 뽑을 때는 기준을 일관성있게 제시해야 한다.

 월요일 아침부터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주말 내내 늦게까지 밀린 게임을 하며 놀거나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느라 피곤할 법도한데 월요일이면 다시 만난 친구들과 수다꽃을 피우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거립니다. 매일마다 배우고 자라는 꿈쟁이들이 가슴에 저마다의 작고 소중한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 생기를 활짝 피워내도록 꿈뜰지기가 건강한 물을 듬뿍 줘야겠다 생각하며 하루를 엽니다.


두 번째 주말 숙제를 어떻게 해왔을까요? 기대와 설렘으로 알림장을 검사합니다. 24명 중에 20명이 숙제를 해왔고, 나머지 4명은 미안한 얼굴로 저마다의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선생님 저는 너무 일찍 자서 못 했어요."

"그럼 그 시간에 불 끄고 잤으니까 아주 잘한 거지!"

"선생님 있잖아요. 저가 하려고 했는데 그때 밖에 나가 있어서 못했어요."

"그럼 밖에 나갈 때 불 꺼놓고 나갔으니까 한 거야. 잘했어!"

"선생님 저는 10분밖에 못 했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10분이라도 한 게 어디야~ 잘했다. 10분 동안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써 봐!"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가 있지만 하고 싶은 마음만은 동일해 보입니다.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아가듯 각자에게 맞는 해결책을 들은 아이들의 표정이 다시 밝아집니다. 제 마음도 다시 개운해집니다.


 소감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멋진 소감을 나눠 준 친구를 뽑다 보니 무려 7명이나 됩니다.


 소감을 뽑을 때는

✨️선생님이 기준을 명확히 해 줍니다.

- 기분 따라 하면 일관성이 없어져서 선생님이 신뢰를 잃고,

- 아이들은 노력이 아닌 운을 기대하게 됩니다.

- 처음에는 교사가 기준을 알려주며 뽑고,

- 나중에는 아이들에게도 뽑을 기회를 줍니다.

  아이들 손에 뽑히면 더 근사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더 자랑스러워합니다.


오늘 뽑힌 소감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한 줄만 써도 된다고 했는데 일기를 써왔습니다. 내용이 길어서 뽑은 것은 아닙니다. 이 친구는 얼마 전, 국어 시간에 이야기해 준 경험글쓰기의 조건을 잘 갖추어 썼습니다. 그래서 글이 실감 나고, 독자가 마치 그 상황에 놓인 듯 생생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양한 표현으로 잘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는 시골을 다녀와서 어스아워에 늦었지만 1시간을 채우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TV를 보는 아빠 때문에 속상한 마음도 솔직하고 귀엽게 표현했습니다. 아이들의 글은 이렇게 생생해서 참 읽을 맛이 납니다.

가족들과 불을 끄고 하는 가족회의는 어땠을까? 궁금해지는 소감입니다. 전기를 절약한다는 것이 어스아워의 핵심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의미를 생각한 것도 기특합니다.

어스아워 시간이 지나버린 것을 알고 '아차!' 하는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숙제를 못해서 아쉽다는 솔직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 소감은 숙제를 못해도 이렇게 소감을 써오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뽑았습니다^^

이 친구는 딱 10분만 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제출한 소감입니다. 짧은 글이지만 무섭고 또 아쉽다는 표현, 그렇게 느낀 까닭이 잘 드러나있습니다.

이 친구는 정말 한 줄입니다. 한 줄에 자신의 느낌과 까닭을 알맞게 적어주었습니다. 이렇게 써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뽑았습니다.

이 친구는 아파트 주변을 살피고, 주민들이 어스아워에 동참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소감을 썼습니다. 물어보니 아파트에서 어스아워를 함께 실천한 것 같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감동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아스아워에 대한 공지가 없었거든요. 생각해 보니 저도 아파트 사람들과 함께 실천할 방법은 고민해보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함께 실천할 방법을 찾아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고마운 소감입니다.



이 친구들의 글은 일주일간 명예의 전당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생님이 준비한 작은 간식도 선물로 받습니다. 오늘 준비한 간식은 지난주에 이어서 건강을 생각한 우리 먹거리'단호박 쫀드기'입니다. 모든 재료가 국내산이라서 우리 몸에도 좋지만, 이동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줄어들어서 지구에도 좋은 간식이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불편함을 무릅쓰고 1시간 동안 지구를 지키는 행동에 동참해 주신 어른들께 고마운 마음을 담아 준비한 간식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작은 실천을 이어나가면 좋겠습니다. 곁에서 아이들이 다 보고 있으니까요.
 뽑힌 친구들 외에 다른 친구들에 소감도 모두 살펴보고 잘한 점은 칭찬해 줬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명예 전당에 나도 오르기를 마음먹도록 응원해 주었습니다.


꿈뜰의 세 번째 주말 숙제는 어떤 이야기가 될지 궁금한 마음으로 우리는 또 한 주를 열심히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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