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뜰에서는 주말마다 매주 특별한 숙제가 주어집니다. 특별한 숙제를 통해 함께 도전하고 성장하는 꿈쟁이들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학교는 여럿이 함께 지내는 공간입니다. 학급당 인원수는 26~27명이 평균이지만 많은 곳은 한 반에 32명을 웃돌기도 합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각자가 충분히 넉넉한 공간을 차지하지는 못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지내다 보면 부대끼며 종종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요. 그런데 유독 공간 양보의 미덕이 발휘되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청소 시간입니다.
교실에서 청소라고 해봐야 거의 내 책상 주변을 조금씩 정리하는 게 전부입니다. 요즘은 복도나 계단 화장실등의 공간은 대부분 청소를 담당해 주시는 분(저희 학교는 깔끄미 선생님이라고 부른답니다)이 계시니 때문이죠. 그럼에도 그 작은 공간조차 정리하기 싫고 귀찮아서 쓰레기를 보고도 못 본척하는 녀석들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잘 정리합니다. 유난히 지저분한 아이 옆에 있는 친구는 매일 구박을 하면서도 매번 함께 정리해 줍니다. 그런 고운 마음이 교사에게는 비타민이나 다름없지요.
청소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가정에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로봇청소기를 쓰는 집도 많다 보니 빗자루를 사용할 줄 모릅니다. 걸레질은 더 심하겠죠? 그래서 꿈뜰지기가 한창 혈기왕성할 시절에는 청소 시간마다 돌아가면서 걸레 빠는 법, 걸레질하는 법을 일일이 가르쳐주면서 교실을 물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걸레에 물을 묻히고, 비누칠을 하고, 다시 헹구어서 물을 짜는 것까지 손수 시범을 보이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생활 기능을 배우는 것은 무척 중요하니까요. 그러면 아이들은 처음에는 온몸에 물을 묻히며 깔깔대지만, 차츰 익숙한 손놀림으로 제법 어른의 흉내를 내가며 걸레를 빨고, 걸레질을 합니다. 그러면서 무척 뿌듯해하지요.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늘었거든요. 엄마(어른)만 할 수 있던 일을 이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으쓱해지나 봅니다.
하지만 요즘은 걸레도 물티슈로 대체되면서 걸레를 쓸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교실에 걸레는 바닥을 닦는 용도만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청소를 배우기가 더 어려워져 버렸습니다. 내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마음도 개운해지는 경험을 하려면 걸레질이 최곤데 말이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주말이 다가오니 저도 들떴나 봅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 숙제는 대체 무엇이냐고요? 예상하셨겠지만, 이번 주말 숙제는 내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입니다. 작은 생활 습관이 쌓이고 쌓여 큰 변화를 준다는 말은 참 고루 타분한 것 같지만 맞는 말이다 보니 어릴 때의 생활 습관은 참 중요하지요. 말습관을 위해 감사하기를, 환경을 생각하는 습관을 위해 어스아워를 실천했다면 이번에는 정리정돈 습관을 위해 청소를 해보려고 합니다. 평소에 청소를 잘하는 친구에게는 쉬운 미션이 되겠지만, "정리가 뭔가요?"라고 말하는 친구들에게는 굉장한 미션이 될 것 같습니다.
꿈뜰의 특별한 주말 숙제 3. 내 공간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해요.
- 가정에서 내가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한두 곳 정해서 주말 동안 깨끗하게 정리하고, 소감 쓰기
주어그(주말 숙제에 어울리는 그림책 추천)
1.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피곳씨와 그의 아들들을 대신해서 피곳씨 부인은 오늘도 모든 집안일을 혼자 합니다. 그리고 회사에 갑니다. 피곳씨와 아이들은 집에 돌아온 후에도 무척 무례합니다. 집안일이라고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어느 날 그 집에서 아내이자 엄마인 피곳씨 부인이 사라집니다. 점점 돼지로 변하는 피곳씨와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무얼 발견할까요?
2. 고대영, 김영진의 <집안 치우기>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엄마들의 애정책이죠.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고대영 작가의 글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김영진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남매의 좌충우돌하는 성장기를 따스하게 풀어줍니다. 우리 아이들도 병관이처럼 청소를 피해 도망치고 싶을까요?
3. 박규빈의 <청소의 발견>
이 책은 '청소'라는 키워드로 그림책을 검색하면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작품입니다. 표지에서 한 손에는 빗자루, 다른 한 손은 쓰레받기를 들고 있는 아이가 무척 뿌듯한 표정과 으쓱한 몸짓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 대장의 기운이 팍팍 풍기지 않나요? 이 책을 읽으면 왠지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박보람, 휘리의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
이 책은 표지를 보자마자 손이 갑니다. 그리고 제목에는 어둠이 있지만 그림은 아름답고 밝지요. 그래서 더 눈길이 가는가 봅니다. 내용은 심오합니다.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이 독자로 하여금 따스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도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제목부터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며 읽어보세요.
"어둠을 어떻게 치우지?"
제 계획은 이음도서관에 있는 <집안 치우기>를 함께 읽는 것이었는데 도서관을 샅샅이 뒤져도 책이 안 보이는 바람에 <돼지책>으로 대신했습니다. 본 친구들이 많았지만 명작은 보고 또 봐도 좋은 법이니까요^^ 아이들은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활짝 열렸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을 좋아한다는 꿈쟁이는 입이 근질근질거리는 걸 참느라 애씁니다. 친구들이 '스포금지'를 주문했기 때문이죠. 배려하는 아이들 덕분에 이야기가 풍성합니다. 이 책은 텍스트가 길지 않아서 그림을 보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이야기 나누기가 더 유용합니다.
책을 다 읽고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드는지 이야기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누가 가장 떠오르나요?라는 질문에
'엄마, 아빠, 할머니'가 대부분입니다. 아아들의 주양육자분들일 테지요. 책의 뒷부분에서 피곳씨의 아내가 피곳부인으로 호칭이 바뀌면서 그녀의 표정과 색깔도 밝고 환해진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이번 미션을 통해서 누군가의 표정과 색깔을 빛나게 만들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아이들의 엄마, 아빠, 할머니인 분들도 실은 자신만의 이름이 있고, 꿈이 있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존재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