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구상의 늪
구상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 것을 나는 잘 안다. 시나리오 하나를 쓰기 위해 몇 년씩 걸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구상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물론 모든 과정들이 빨리 끝나면 더 좋고. 그래도 시나리오를 하나씩 뜯어보고 바꾸는 과정에서의 행복이 존재하니 엉덩이를 조금만 더 붙이고 있으려 한다. 지난번에 나름의 자료조사를 하고, 래퍼런스 같은 것도 찾았다. 아직 더 찾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게으른 나는 자료조사를 하는 것보다 내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을 쓰는 것이 아직 좋다.
'전자파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면, 소재에 대해서는 노래가사의 라임을 찾듯이 상징물을 찾았고, '전자파 인간'의 주제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는가'로 정했다. 사실 이 주제는 약간 모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학교를 다닐 때엔 주제로 질문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근데, 나는 질문을 던지는 형식의 영화도 어찌 되었든 간에 좋다고 생각한다. 왜 굳이 작가의 해답을 관객에게 강요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또한 나중에야 알게 되는 초보자의 착각일 순 있지만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 시나리오 사건을 만들어가는 도중에 전자파 인간이 원하는 결말은 무엇일까를 자꾸 고민하게 되었다. 전자파 인간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거나 극소수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자파 인간은 그냥 자신의 병(?), 증상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같이 살아가길 바랄까? 아니면, 이 병이 낫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어떤 노력을 할까?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용히 살아갈까? 이것은 캐릭터 분석 단계에서 마저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아직은 구상 단계이기 때문에 조금 나중에 고민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구상단계의 마무리 단계는 시놉시스를 쓰는 것이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이 5가지로 나뉜 이야기 토막을 쓰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시놉시스가 완성되면 이제 곧 캐릭터 분석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캐릭터 분석과 구상은 뭐가 먼저랄 것이 없는 편이긴 하다. 오히려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라 보는 것이 더 맞다. 어떻게 하든 정답은 없는 것이긴 하니. 나는 되는 대로 한다. 그래도 구상이든 캐릭터든 이것들만 잘 만들어 놓으면 시나리오 초고가 완성되는 데 까지는 정말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전자파 인간'이 완성될 날이 점점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