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랬구나 Jan 17. 2023

남편의 승진을 축하할 수 없었다

남편과 나는 입사동기로 만났다. 

서류전형, 필기시험, 두 차례의 면접과 한 달간의 합숙 교육이라는 허들을 넘고 넘어 

우리는 그토록 원하던 그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우리는 매년 받는 업무능력 평가도 재직기간 내내 똑같이 받아서 원 단위까지 일치하는 월급을 4년 동안 받았다. 


그리고 남편은 이직을 하고, 나는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남편은 조직에서 가장 인정받는다는 똑똑하고 성실한 유형이다. 

거기에 인성까지 훌륭하여 회사생활은 탄탄대로였다. 연말엔 상도 받아오고, 승진도 고속으로 했다. 

그렇게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많이 노력했고, 얼마나 많이 힘들었는지 내가 제일 잘 안다. 

남편의 노력이, 수고가 회사에서 인정받는다니 다행이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한 번, 두 번 승진을 할 때마다 내 기분은 묘했다. 

일단 축하는 한다. 

많이 한다. 


아윽. 그런데 뱃속 어딘가가 쓰려온다. 

웃고는 있는데 입꼬리가 멈추어야 하는 어딘가 적당한 위치를 못 찾는 느낌이랄까. 

아. 저 사람 내 입사 동기인데. 

나도 계속 일을 했더라면 과장, 차장이 되었을까?라는 생각에까지 다다르면 어딘가가 더 쓰려온다. 


처음에는 내 안의 이런 감정들이 당황스러웠다. 남편의 승진하나 축하 못해주는 소인배였나. 입밖에 내기도 창피했다. 그러다가 남편의 3번째 승진쯤이었나.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여보의 승진에 순도 100%의 축하를 못하겠어. 나 웃기지. 



뚱딴지같은 나의 말에 남편이 어찌 반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크게 반응하진 않았던 것 같다. 욕심 많은 나를 아는 남편은 아마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말하고 나니 속은 시원했다. 남편에게 검은 나의 속내를 뒤집어 꺼내 보여주면서 탈탈 털고 다시 깨끗해진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제 3번째 승진쯤에 이르니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아니 이제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더 편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하면 반응은 대략 두 가지였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그래,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반응과 (박장대소하며) 어쩜 그럴 수 있어?라는 반응.

시기심? 부러움? 열등감? 뭐가 되었든 내 마음을 인정하고 나니 그것 또한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때부터였나 뭐든 한 가지라도 남편보다 잘해보자 하는 열정이 타올랐다. 남편은 그런 나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게 또한 나의 자극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 열정으로 남편보다 먼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오늘도 난 열심히 타오르련다. 남편보다 먼저 잘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