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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랬구나 Dec 08. 2023

조카가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오빠의 딸이 세 명이 있습니다. 

그중 첫째 조카의 생일이 오늘이에요. 12월 7일.

소꿉놀이 사주면 고모 볼에 뽀뽀해 주며 좋아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어엿한 성인이 되었습니다. 


첫 조카의 잉태 소식을 들었을 때의 설렘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기가 나올 날은 아직 멀었는데, 그걸 뻔히 알면서도 언제 나오냐고 매일같이 엄마께 여쭤봤었어요. 

애가 때가 되어야 나오는 거라며 그만 물어보라고 엄마한테 핀잔을 받기도 했지요.


조카가 태어나고는 사진 찍기 바빴던 거 같아요. 너무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몹시도 사랑스러웠거든요.

오빠랑 나이 차이가 좀 나서 친구들 중에 조카가 있는 건 저뿐이어서 친구들에게도 조카자랑을 엄청 했었어요. 친구들에게도 저의 조카는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지 지금도 한 번씩 물어봐요 그 조카가 지금은 몇 살이냐고.


조카가 태어났을 때 저는 대학생이었는데 조카를 보며 이 아이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고모가 되자고 마음먹었어요. 생각해 보면 저의 두 아이들을 낳고 기를 때는 그런 생각까지는 못했거든요. 나의 아이들을 키울 때는 정말 너무 힘들고 힘들어서 그런 마음의 다짐 같은 건 할 겨를이 없었어요. 당장 눈앞에 우는 아기를 달래야 했고, 부족한 쪽잠을 자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조카가 참 예쁜가 봅니다. 나의 핏줄인데, 내가 책임은 지지 않고, 적당히 안아주고 예뻐해 주다 울면 아기의 엄마품에 건네주면 되는. 매일 돌보고 밤잠 못 자가며 보는 아기가 아닌, 어쩌다 한 번씩 만나서 하루 놀아주고 안아주면 되는 게 가능하니까요.


더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고모에게는 경제력이 생겼지요. 학생 때는 못해줬던 선물을 마음껏 사줄 수 있게 되었어요. 지나가다 예쁜 여자 아이 옷을 보면 사고, 장난감 보면 사고, 머리핀 보면 사고 그랬네요. 조카를 만나러 가는 날엔 항상 선물을 준비해서 그걸 받고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행복했었어요.


그런데 조카가 여럿 있는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 첫 조카와 둘째 셋째는 또 느낌이 달라요. 미안하지만 둘째 셋째 조카의 생일은 잘 까먹기도 해요. 아이들에 대한 추억과 감정이 첫째와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첫 조카가 나의 아이를 낳기 전에 만났는지 아닌지에 따라 또 달라요. 나의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만난 조카는 내 아이와는 또 다른 뭔가가 있어요. 제가 조카에게는 늘 나의 첫사랑이라는 표현을 해요. 


하지만 그런 고모도 본인의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조카에게 쏟는 시간과 정성이 예전 같진 못해 졌어요. 당연한 거겠지만요.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늘 마음속으로는 녀석의 행복을 빌며 멀리서 응원하고 있어요. 


오늘은 고민 고민하다, 핸드크림을 선물해 줬습니다. 

이번 겨울, 가지고 다니며 바를 때마다 늘 나를 사랑해 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걸 느껴줬으면 좋겠네요. 




이미지출처_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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