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머리 스타일을 좋아할까. 아니 어울릴까. 내가 주로 유지하고 있는 머리스타일은 긴 머리이다. 가장 관리하기 쉽고 그나마 미용실을 자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발병에 걸려 이만큼, 저만큼 머리카락 길이를 손으로 재어본다. 지금의 내 머리 길이는 어깨를 넘어 등의 1/3쯤 된다. 이른 봄에만 하더라도 쇄골뼈 근처에 있던 머리길이는 어느새 길어졌다. 날씨가 더운 만큼 싹둑 잘라 시원함도 느끼고 기분 전환도 해볼까 하는 마음도 들지만 단발은 잘못하면 오히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40대 중반의 나이라 과감하게 시도를 하지 못하고 고민 중이다. 생머리는 도저히 못하고 s컬이나 c컬 파마를 매번 하는데 파격변신까지는 아니지만 스타일의 변신을 매번 꿈꾼다. 인터넷을 뒤져 여러 모양의 단발 스타일을 검색해 본다. 2023년 단발 헤어스타일을 찾아보니 역시나 c컬파마, s컬파마 단발이 주를 이룬다. 요즘 눈에 들어오는 스타일은 중단발 레이어드컷, 허쉬컷인데 나와 과연 어울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쉽게 도전을 못하고 있다.
1년에 파마를 하는 시기는 2월과 8월, 딱 두 번이다. 그 이유는 1학기와 2학기 시작 전 학생들을 맞이하고 새 학기를 잘 준비하기 위한 나만의 루틴이다. 그래서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내 머리 스타일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30대에는 커트도 해보고 단발펌도 해봤는데 주변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면 역시나 단발과 커트머리보다는 머리를 길렀을 때의 평가가 훨씬 좋았다. 그러나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고자 하는 나의 욕망이 슬슬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늘 긴 머리 소녀였다. 항상 한 머리로 묶거나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하고 다녔는데 제일 부러웠던 것은 긴 머리에 고불고불 파마를 한 친구들이 제일 부러웠다. 그때는 뭣도 모르고 엄마에게 자주 나도 파마를 시켜달라고 떼를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의 친한 분 아내가 미용실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분이 나의 애타는 소원을 아셨는지 무료로 파마를 해주신다고 하셨다. 이제 나도 파마머리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찾아간 그곳은 미용실이 아닌 그 아주머니의 집이었다. 미용실이 아닌 집에서 아주머니는 정성을 들여 파마를 해주셨다. 긴 시간을 거쳐 완성된 내 머리는 다른 친구들처럼 곱슬곱슬 머리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 머리카락이 워낙 가늘어서 그런지 친구들의 머리 모양과는 다른 부푼 파마머리가 된 것이 아닌가. 뭐 어쨌든 이러나저러나 내가 가지고 싶은 파마머리를 갖게 되니 기분은 좋았다. 점점 시간이 지나고 내 머리카락 길이도 길어졌다. 분명히 파마는 머리카락의 아랫부분만 했는데 새로 자라나고 있는 머리카락들이 고불고불한 것이 아닌가! 내 어머니로부터 받은 나의 모질은 분명 직모였다. 그런데 파마 이후 내 머리카락은 곱슬머리로 바뀌어 있었다. 파마약이 독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 모질이 파마와는 상관없이 바뀐 것이었을까. 그 이후로 난 평생 직모가 아닌 곱슬머리를 가진 여자가 되어 있다는 슬픈 사실이다.
중학생 이후 곱슬머리로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학교 규칙상 모든 학생들은 귀 아래 2cm 정도 똑 단발을 해야 했는데 매번 긴 머리를 묶고 다니기에는 전교생 사이에서 눈에 확 띄는 일이었기에 단발로 어쩔 수 없이 자르게 되었다. 그러나 머리카락이 유난히 얇고 곱슬머리인 나는 단발머리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드라이어기와 빗으로 어떻게든 반듯하게 머리를 펴서 둥 뜬 머리를 잘 가라앉히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 스트레이트라는 파마 기술이 생긴 것이다. 기다란 판을 머리카락에 대고 곱실거리는 머리를 직모로 바꾸어 준다는 파마가 생긴 것이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파마였다. 나름 비싼 가격을 내고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을 열심히도 그 판때기에 대가며 머리를 피던 시절이었다. 한 번은 단골이었던 미용실에서 스트레이트 파마를 거의 마칠 무렵이었는데 미용실 남자 원장선생님이 내 머리카락 결과물을 보고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새로 나온 시술이 있다며 매직 스트레이트를 시도하셨다. 다행히 직모를 가지고 싶어 하는 여고생의 마음을 아셨는지 시술비는 더 받지 않으셨다. 아마 남자원장선생님은 새로 나온 매직 스트레이트 기술을 배워와서 처음으로 나에게 시술을 시도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매직스트레이트 파마와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이 매직스트레이트 파마를 언제까지 하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60대 이후가 되어서도 스트레이트 파마를 한다고 생각하니 상상하기 싫어진다. 단골 미용실 원장선생님께 이런 내 고민을 이야기하니 사람은 성장기에 모질이 한번 정도 변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곱슬머리로 변한 것 같다면서. 그런데 이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다. 우리 막내딸은 누가 봐도 매직스트레이트를 한 것처럼 완전한 직모였는데 어느 순간 머리카락을 보니 곱슬머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오늘도 거울에 비친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머리스타일을 열심히 고민 중이다. 단발로 자를까 그냥 지금의 머리카락 길이만 자르고 다시 c컬파마를 할까.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곱슬머리라는 악조건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 나는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가며 나에게 어울릴 만한 유명한 연예인 스타일링과 다른 사람들의 후기 사진을 찾아보며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본다.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열심히 따라 한들 내가 그들과 똑같이 될 수는 없는 법. 그야말로 착각은 금지, 환상은 접어둬야 하는 것. 머리 스타일이 사진과 다르게 나왔다고 해도 미용실 원장님께 원망은 하지 말자.
사진출처: Unsplash
저의 머리 스타일 취향은 긴 머리와 단발머리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쉽게 단발머리에 도전을 못하고 있지요. 잘못하면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는 단점 때문에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긴 머리 스타일을 유지 하자니 지겹기도 하고 단발로 하자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네요. 여러분은 어떤 머리 스타일을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