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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우 Sep 17. 2023

남편 없어도 잘 지내요.

지난주부터 남편이 일주일에 5일씩 집을 비우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벌써 2주 동안이니 10일 동안이나 남편은 나와 잠시 이별 중이다. 그래서 많이 허전하냐고? 전혀. 남편이 없는 집은 솔직히 편하다. 나에게는. 그러나 우리 집 아이들은 내 맘과 다르게 아빠가 언제 오는지 자꾸만 물어본다. '언제부터 너희들이 아빠를 그렇게 찾았었니?' 아빠의 손길이 무척이나 필요했을 시기에는 아빠의 도움을 잘 받지 못했던 아이들이었는데 사춘기인 아들, 그리고 사춘기에 가까워진 딸들은 이젠 나보다 아빠를 더 찾는다. 그동안 열심히 보살피고 키워주느라 애쓴 사람은 이 어미일 텐데 참으로 서운하다. 어쨌든 아이들과 아빠의 사이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니 나쁘지만은 않다.


매일 아빠를 찾는 아이들과는 달리 남편 없어도 잘 살고 있는 나는 여유를 한껏 부리며 지내고 있다. 매일 하던 청소도 이틀에 한번 하면서 한껏 느리게 살고 있다. 그래도 하루에 한 번씩은 남편과 전화 또는 카톡을 주고받는다. 늘 곁에 두고 함께 하고 싶어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몇 날 며칠 보지 않아도 잘 살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그래도 그의 목소리는 듣고 싶다. 오늘은 예상치 못한 많은 비 때문에 아이들과 체험활동이 힘들었다는 이야기, 남편이 미리 장 봐온 재료들을 사용해서 음식을 잘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 그동안 밀린 빨래를 했다는 이야기 등 중요치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짧은 통화를 끝냈다.


이제 내일이면 남편은 집에 돌아올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나만의 시간도 끝이 난다. 남편이 오기 하루 전 밀린 청소도 하고 재활용 쓰레기도 비워본다.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아쉽지만 남편 없이 그동안 잘 지냈다는 이야기 하지 않는 대신 집에 돌아온 그에게 짧은 포옹을 해줘야겠다. 나만의 시간을 갖게 해 줘서 고마웠다는 의미로. 그리고 다음번 나만의 시간을 또 주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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