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li Whale Jun 27. 2024

미국유학 성공 BUT

10군데 중의 딱 하나의 어드미션이었다. 그곳은 WSU (Washigton State University)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 아니고 서북부의 워시턴 주립대학이었다. 시애틀에 있는 University of Washington 아니고 풀만 잔뜩 있는 Pullman에 있는 주립대였다. 너무 시골 구석에 있어서 그렇지 그 주를 대표하는 주립대였다. 중요한 것은 나를 붙여 준 곳이 그곳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선택할 수 없었다. ㅋㅋ 


그때는 굉장히 좋았다. 가는 것이 좋은 것도 있지만, 가지 않았을 때 어정쩡한 생활을 1년 더 해야 한다는 것, 다시 영어시험을 봐야 할 수 있다는 것, 다시 SOP와 지원서를 써야 한다는 것이 너무 싫었기 때문에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고 3 때 수능이 끝나고 탐탁지 않았지만 단국대를 갔을 때도 재수를 하느니 그냥 어디라도 간다는 마음이 컸다. 그 당시 큰 언니가 같은 워싱턴 주인 시애틀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기쁨 중에는 대학에서 이루지 못한 학업에 대한 열등감을 깔끔히 벗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열등감이라는 것이 나 혼자 괜찮다고 하는 정신승리는 왠지 멋이 없다. 그건 자기 합리화 같아서 별로였다. 나한테 자존감은 실제의 성취와 정신승리가 함께 해야 했다. 끝이 어디든, 나는 나를 증명받을 계기가 필요했다. 미국에서 상담박사과정을 하는 것이 한국의 SKY 대학의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 당시에는 입학을 허가받은 것 만으로 뭔가 크게 해낸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한번 없어진 열등감은 놀랍게 진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중에 학교를 때려치울 때도, 그리하여 스스로 저평가되었다고 여겨지는 일자리를 전전할 때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 노력해서 얻은 자신감은 유쾌한 것이다. 


9군데나 떨어졌지만, 그리하여 대단한 장학금도 못 받았지만 괜찮았다. 이제부터 워싱턴 가장 동쪽의 시골에 있는 학교를 사랑해 보리라 다짐했다. 구글 이미지를 검색하고 학교에 대한 정보도 찾아봤다. 내가 그곳에서 어떻게 살지 기숙사와 동네 풍경도 살펴보았다. 운전면허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5월에는 운전면허를 땄다. 모든 일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쏜살같이 이루어졌다. 


편도로 미국행 비행기 표를 구입하면서 내 기분은 묘하게 울적했다. 다시 홀로 외국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니 대학교 때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 느낀 주눅 든 기분과 외로움이 쓰윽 밀려왔다. 그냥 기분이려니 했다. 그렇게나 오래 즐겁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성취에만 너무 매달리면 나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정신승리만 하면 발전이 없다. 하지만 난 그렇게 성취지향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이전 05화 자소서 잘 쓰는 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