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든 아니든 뭣이 중헌디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중식이 밴드의 나는 반딧불
사바아사나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빵 터졌다. 놀면서 OTT를 너무 많이 봤는지 목도 뻣뻣하고 디스크도 다시 도지는 듯하여 요가를 시작했다. '열심히 하면 병난다.'가 나의 모토이기 때문에 어떤 자세도 애써 하지 않음에도, 역시 시체자세-사바아사나가 나와 가장 잘 맞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송장처럼 누워있는데 뽕짝인가 포크송인가 애매한 노래가 너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고요 속에 누워있으려는데 정신이 또랑해지는 것이 가사가 귀에 쏙쏙 박혔다. 요약해 보면, 별인 줄 알았는데 개똥벌레였고, 그래도 반짝이니 괜찮다는 가사였다. 흠... 정신승리인가.
꽤 나이가 있는 가수의 노래인가 했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중식이'라는 인디밴드의 노래였다. 다시 보니 아주 어리진 않았다. 30대 중후반에 쓴 노래였고, 최근 황가람이 리메이크해서 차트 역주행을 하고 있단다. 사람들은 이 노래의 무엇에 감동을 느끼는 것일까? 내가 빵 터진 것은 그래도 반짝인다가 아니라, 알고 보니 벌레라는 것이었다.
나는 뭐든 하면 된다라는 믿음으로 살았다. 사람들에게 받는 사랑도 꽤 당연했다. 왜? '나'니까. 미친 소리 같지만 사실이다. 그것은 나의 성실함에 대한 믿음이기도 했고, 이제까지 받은 충만한 사랑 때문이기도 했고, 경험에서 생긴 자신감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별이라고 생각했지, 한 번도 벌레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히어로도 아니었고, 하늘의 별도 아니었다. 안타깝지만, 흔하디 흔한 미물, 벌레 같은 존재가 맞았다. 이것이 진정한 주제 파악인 것이다.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을 때는 내가 가진 것이 다 작아 보였다. 졸업도 못했으면서 유학을 갔다 왔다는 자만에 지금 받는 임금이나 근무조건이 마음에 차지 않았다. 국문과는 나왔지만, 오랜 시간 글을 쓰지 않았고 전투적으로 몰입하지도 않았으면서 공모전에서 매번 떨어지는 것에 낙담했다. 나는 꽤 훌륭한데 나에게 걸맞은 높은, 빛나는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게 내 자리가 맞았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 맞다. 작가로서의 능력이나 자질도, 상담가로서의 자격도 충분치 않다.
하지만, 동시에 난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별이 되지 않아도 되고, 굳이 빛나는 벌레가 되지 않아도 된다. 더 채워도 되지만 그렇지 않아도 된다. 벌레일지라도 해만 되지 않으면 된다. 기왕이면 꿀벌처럼 귀엽고 이로우면 좋겠지만, 해충만 아니면 괜찮다.
그나저나 이 노래는 왜 역주행했을까? 20대에는 내가 별이라고 생각하고 하늘까지 달려가는 기세로 살았고 40이 넘어서야 내가 하늘의 별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20대가 이 노래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그들이 성숙해서일까 아니면 너무 빨리 좌절한 것일까? 그럼에도 누군가는 정말 별이 되기 위해 달릴 것이고, 누군가는 벌레라도 빛나려 애쓸 것이고, 또 누군가는 벌레라고 자포자기할지도 모른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처럼 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할 주제는 못되는지라 '넌 별이 아니야~'라는 직설도 '(벌레지만) 열심히 해봐!'라는 위로?도 할 수 없다.
과학적으로 얘기하자면, 지구도 자기가 별인 줄 알겠지만 빛을 내지 못하는 행성이다. 그러니 '푸른 별 지구' 같은 말은 다 뻥이다. 지구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인 태양의 빛을 반사하여 반짝여 보이는 것이다. 아들이 다니던 천체과학아카데미에서 학부모에게 오리엔테이션을 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들은 얘기였다. 물론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들었겠지만 생각은 안 나는... 그때 내가 태양이 다 타면 지구도 망하는 거냐고 질문했는데, 아직 다 타려면 멀었으니까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모른다.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처럼 어느 순간 태양이 너무 활활 타서 지구의 모든 것이 다 타버리거나 태양이 더는 빛을 내지 못해 모두 얼어버리는 때가 올지도 말이다. 그러면 다른 행성을 찾아 머스크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야 할지도... 과학자가 아니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지구는 태양계의 어부지리로 붙어가는 운 좋은 행성 같다. 하지만 누구도 지구가 잘못되었다고 탓하지 않는다. 왜 너는 별이 아니냐고 무시하지도, 조금이라도 빛내 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지구가 이제 와서 갑자기 빛을 낸다면 아마도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은 일시에 타 죽을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자적으로는 빛을 내지도 생명을 품을 수도 없는 지구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을 중력으로 끌어안고 있다. 작고한 신영복 선생은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에서 인간(人間)을 인(人)과 인(人)의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썼다. 그리하여 본질적으로 '관계가 존재'라고 하였다. 지구는 빛을 내지 않아 인간에게 다행이고, 별이 아닌 행성이어 우리는 이 행성에 존재할 수 있다. 다 각자의 역할과 그 존재의 이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서로에게 빛이 되어 주기 위해 존재했는지 모른다. 내가 빛날 때는 그 빛으로 다른 이를 반짝이게 하고, 내가 어두울 때는 타인의 빛에 비춰 밝아질 수 있다. 인간은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다. 그러니 괜찮다. 빛나든 아니든 나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내가 별이든 벌레든 빛이든 어둠이든, 그냥 글을 써보련다.
화요일의 감사
- 빛나든 아니든 가치 있음에 감사.
- 해가 되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칭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