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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I'm drowning.

노! Don't let yourself drown!

by Lali Whale

나는 누가 인정을 하든 말든 락스피릿과 피스를 몸과 마음에 새기고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좋은 노래는 다 좋다.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잡식이다. 아이돌이었던 조승연이 Woodz로 활동명을 바꿔 역주행의 신화가 된 <Drowning> 은 데이먼스 이어의 <Yours> 함께 최근 내가 즐겨 듣는 노래다. 물론 두곡다 굳이 장르를 따지면 락이다. 1곡 반복으로 백번 천 번도 더 들은 노래고 들을 때면 흥얼흥얼 따라 불렀으니 난 분명 원헌드레드 퍼센트 이 노래를 '안다'!


지난주에 남편과 2박 3일로 제주도에 갔다. 밤에 성산 주변 산책을 하는데 코인노래방이 보였다. 배도 부른데 노래나 불러볼까 하는 마음에는 '내가 잘 아는 노래 Drowning'을 불러야지 하는 포부가 있었다. 주문진 엄마집에 노래방 기계가 있어 놀러 가면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데 기계 업데이트가 안되어 최신곡이 버스커버스커의 <정말로 사랑한다면>이다. 드라우닝은 부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엄마집이 아니고서는 십만 년 만에 노래방에 갔다.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사장님 때문에 돌아갈까 하는 충동이 반짝 들었지만, 멋들어지게 Drowining을 부를 생각에 작은 노래방 부스에 앉았다. 어떻게 노래 번호를 찾는지 몰라 남편이 먼저 시작하게 하고 곡을 찾아 찾아 겨우 예약을 눌렀다. 이제 잘 불러서 음치기 박치기 남편의 코만 납작하게 해 주면 되는 것이다. 남편이 윤도현의 노래를 불렀는데 무려 100점이 나왔다. 아무래도 기계가 고장 난 것이 분명했다. 야유를 퍼붓고 마이크를 들었다.


전주 부분의 기타 솔로가 띵땅띵땅 나오니 이게 뭐라고 은근 긴장이 됐다. 기깔나게 시작을 했는데 첫 음부터 삑사리, 고음불가, 음박은 개나 주고 가사를 따라가기도 어려웠다.


"야! 모르는 노래를 부르면 어떡해! 아는 노래를 불러야제!"


남편의 깔깔 거리며 비웃는 소리가 내 노랫소리보다 음박이 잘 맞았다. 어휴! 나 이 노래 안다고! 아는 노래라고! 들을 땐 몰랐는데 흥얼거릴 땐 자아도취에 취했는데 젠장. 내가 못 부를 노래였던 것이다. 이건 뭐, 음역대가 내 좁은 발성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데다 단어와 조사, 술어와 목적어의 음박이 교묘히 달라서 발을 디뎠다 하면 헛발이었다. 아는 노랜데 잘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폭망이라니 ㅠㅠ 분명 자신감에 차서 노래방 가자고 남편 팔을 끌고 온 것은 나였다. 기분을 잡쳐서 2곡만 부르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내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게 못한다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 못하냐. 내가 진짜 아는 노래거든."

"난 네가 그걸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더 놀랍다!"


최근 아들이 학교 음악시간에 수행으로 아이유의 블루밍을 선곡했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깔깔거리며 혀를 끌끌 찼다. 블루밍은 정말 잘 부르는 사람이 아니면 갓난쟁이 옹알이 같이 들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정말 누가 얼마나 더 못 부르냐로 1~2등을 가리기 힘든! 노래 잘하는 사람이 셋 중 한 명은 있다는 이 한국에서 정말 희소성 있는! 그런 가족이다. 우리 가족은 아이유 노래는 안된다, 기회가 있을 때 선곡을 바꾸라고 설득했지만 아들은 고집을 부렸다. 아니나 다를까, 수행을 보는데 한 소절 내뱉고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수행인데, 얘들이 그렇게 웃으면 되냐?!"

"괜찮아. 선생님도 참다가 결국 웃었어."


눈앞에 선생님이 웃음을 참고 참다가 큭큭 거리는 모습이 선명히 그려져서 나 역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청소년 아들을 달달 볶아서 블루밍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 나 역시 한 소절 만에 요절복통 하고 말았다. 동영상으로 찍어서 우울할 때 보고 싶을 정도였는데 내가 너무 깔깔거려서 두 번은 불러주지 않았다. 듣지도 못하고 내 말만 들은 남편도 배꼽을 잡긴 마찬가지였다. 자신도 음악실기 시간에 노래만 불렀다 하면 애들이 웃었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대놓고 비웃은 것 같아 아들에게 물었다.


"너 가수될 건 아니잖아? 그렇지?"

"아니거든. 절대 안 해."

"그럼 뭐~"


어휴 다행이다!!! 노래를 저렇게 못하는데 가수가 꿈이면 정말 눈물 날 뻔했다. 그럼에도 아이유의 노래를 부른 것을 보면 녀석도 우리 가족 안에서 자기가 제일 노래를 잘한다는 자뻑에 취해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처럼 말이다. 그러니 주제도 모르고 우즈의 드라우닝을 자신만만하게 부른 것이다. 이노무 모전자전 근자감 ㅠㅠ


성산으로 오기 전에 함덕해변 근처에서 1박을 했다. 불금도 아닌 목요일에 해변가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 무려 4팀이나 있었다. 오디오가 겹쳐서 이건 뭐 도떼기시장도 아니고 귀가 노이즈캔슬링 해드폰이라도 껴야 할 판이었다. 문제는 버스킹을 하는 아마추어 가수들이 대체로 실력이 썩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작곡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대체로 커버곡이었다. 고음은 다소 불안하고 리듬이 조금씩 틀렸다. 조용히 산책을 하며 해변가에서 감자튀김이 식기 전에 맥주 한 캔을 마시려고 했는데 너무 산만했다. 마이크 앞에는 팁 바구니와 계좌번호까지 적혀있었는데 이 정도면 팁을 줄게 아니라 돈을 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마치 K팝스타의 박진영이라도 되는 듯 해변가의 가수들을 물고 뜯고 삼켰다.


전 날 함덕의 버스킹을 생각하며 남편에게 말했다.


"노래는 안 되겠다."

"당연히 안되지. 네가 되겠냐?"

"노래는 바로 뽀록이 나잖아. 실력을 감출 수가 없어. 너무 힘들 것 같아. 우즈 봐. 얼마나 잘 불러. 거기에 잘 생겨 키도 커 드라우닝도 지가 만들었잖아. 그런데 어제 봐봐. 그들도 알 거 아냐. 자기가 박정현이나 하현우, 윤민 같은 애들이랑 성량도 다르고 노래도 못한다는 거. 그렇다고 GD나 최정훈(잔나비), 장범준 같은 애들처럼 노래를 잘 만들지도 못해. 근데 하고 싶어서 평일에 저기서 몇 시간씩 노래 부르잖아."


남편은 슬슬 내 수다에 지쳐가고 있었지만 난 할말이 끝나지않았다!


"그렇게 욕했는데 내가 다를게 뭐람. 내가 소설을 쓰면 글을 파는 게 아니라 아니라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에게 돈을 내야 할 판. 읽어만 줘도 그렇게 고마워. 내가 아는 거지. 내 소설이 돈으로 살만큼 재밌진 않다는 거. 내가 임상춘이나 은희언니처럼은 아니잖아."

"응 니가 그 급은 아니지."


때릴까?


"뭐. 그래도 난 시끄럽진 않잖아. 종이에다가도 안 쓰고 컴퓨터로 쓰니까 친환경적이고. 세상에서 작가가 제일 돈 안 들고 환경사랑하는 예술가여."


나의 자신감은 고저의 음역대를 오고 가는 드라우닝처럼 그네를 탔다.


안다는 것은 할 수 있다는 것과 다르고 자신감은 실체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믿음의 감각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자신감인가. 내가 아는 노래니 잘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생각하고 마이크를 잡은 것도, 못한다고 무려! 충격에 빠지는 것도 어쩌면 나의 과한 자신감에서 비롯한 결과다. 노래는 얼토당토 않았다치고.


소설가가 되는 꿈도, 내 글도 그러면 어쩌지?


내가 아는 분야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 글을 쓰고, 공모전에서 떨어지면 무려! 충격에 빠지는 것.

어쩌면 나의 과한 자신감에서 비롯한 실망인가? 싶었다. 그럼 도대체 자신감은 가져야 할까 아니면 실망을 하진 말아야 할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어깨가 축 처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으로 돌아와서 일요일에는 또 신나게 기안84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를 본방사수했다. 네팔의 구르카 용병 양성 학원에 간 태세계 멤버들의 훈련 장면이 나오는데 꿀잼이었다. 1박 2일의 빡센 훈련을 마치고 같이 고생한 동생 같은 원생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과거 UDT였던 덱스가 꼭 기억하라고 충고를 남겼다.


MBC 공홈에서 가져왔습니다.
첫째, Don' think. 생각하지 마.
둘째,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은 없어.

무언가를 이루고자 간절히 소망하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참 적절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할 수 있네 없네 내 글이 재미있네 없네 계속 쓰네 마네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나마 노래를 이다지도 못하는데 가수가 꿈이 아닌게 을매나 다행이게요! 난 이야기꾼이 되기로, 예술가로 살기로 결정을 했고 그럼 그냥 쓰면 되는 거다. 불가능은 없으므로. 내가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설령 내가 불세출의 작가가 되지 않으면 또 어떤가. 달리 더 간절히 하고 싶은 일도 없는데. 그냥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성실하게 하라고 좀!


그러니 이제 생각은 그만!

Don't let yourself drown!


* 함덕의 그들도 누가 뭐라하든 그들의 꿈을 이뤄가길 응원합니다!




화요일의 감사

- 돈 못 버는 예술가를 구박 없이 후원하는 훌륭한 남편님에게 감사합니다.

- 내가 우울과 좌절에 빠지지 않게 세상의 모든 싸인이 나를 건져줘서 감사합니다.

- 음치박치 아들이 가수가 꿈은 아니라니 감사합니다.


* 대문 사진은 스포티브 뉴스기사(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77/0000518117 )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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