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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헵시바 Oct 17. 2023

그 책, 왜 사셨어요?

내가 책을 사는 과정

 대화를 하다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또는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질문하거나 들은 적은 있어도 책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냐는 질문은, 한 적도 받아본 적 없다. 사람마다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결정한 순간이 분명히 있을 텐데 어떤 기준으로 그런 결정을 하는지 때때로 궁금했다.

 내 경우에는 먼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의 빈곤이 있어야 한다. 수다나 액티비티, 맛있는 음식으로 채울 수 없는 어떤 허기짐 같은 것이다. 가을에 유독 책이 읽고 싶어지는 과학적 이유를 찾을 수 없듯이, 내게도 일 년 중 몇 번이나 아무 맥락 없이 책을 읽고 싶은 시기가 찾아온다. -자주는 아니고 잊을 만하면?-


요즘은 시와 에세이에 빠져 있다. 


 그런 시기에는 곧장 온라인 서점에서 한참 동안 책 서칭을 한다. 눈에 띄는 책이 있으면 설명란에 적혀 있는 줄거리와 목차를 보고, 마음에 들면 미리 보기를 이용해 작가의 문체를 확인한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주제의 책이어도 문체가 나와 맞지 않는다면 읽히지 않는다. 문체가 잘 맞고, 내용도 흥미로울 때 나는 책 구매를 결정한다. -나는 대여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어서 대부분의 책을 직접 구매한다.- 

 일정이 아주 바쁠 때는 온라인으로 구매하지만, 되도록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글을 모니터로 읽는 것과 인쇄물로 읽는 차이는 내용적으로 같아도 마음의 울림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매우 직관적인 부분이라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책을 마주하러 가는 발걸음부터 저마다 다른 책의 무게, 서체, 종이의 질감, 엄지손가락 끝으로 사라락 넘기며 눈으로 훑게 되는 내용, 마침내 책을 사고 서점을 나온 순간까지 모두 독서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독서는 내용을 수용하고 소화시키는 행위만이 아니라 나란 사람이 간직한 문화 또는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러 서점을 다니지는 않는다. 친숙하고 이용하기 편한 서점만 간다. 내가 이용하는 서점은 딱 두 곳이다. 교보문고, 알라딘 중고 서점. 특히 교보문고 광화문 점은 피맛골이 아직 자리했을 때 엄마가 내 손을 잡고 자주 들린 곳이어서 애정 어린 장소다. 책에 대한 창립자의 철학도 교보문고를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무명한 작가의 책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 읽을 수 있는 점이 좋다. 알라딘의 장점은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고책 시장에서는 알라딘 가격은 비싼 편에 속하지만 책의 상태가 등급별로 나뉘어 있어 선택할 수 있어 참 좋다. 또 절판된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알라딘을 계속 이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고책방에서 수북이 쌓아놓은 책을 뒤적이며 원하는 책을 찾아본 사람은 이 마음을 알 테지!-


교보문고 광화문 점. 입구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 곳.
알라딘 가로수길 점. 진심으로 이 서점이 가로수길의 빛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속 장바구니에 픽한 책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찾으면 조금 더 읽어본 후, ‘너로 결정했다!’는 확신이 들면 겨드랑이 사이에 책을 끼우고 옆에 있는 다른 책들을 살핀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책의 디자인 때문에 관심이 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대체로 얇은 책이 눈에 띈다. 가벼워서 읽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어 든 책을 살펴보다 나쁘지 않으면 또 겨드랑이 사이로 쏙 넣어 둔다. 서점 안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다리가 아파서 더 이상 살펴볼 수 없다. 관심은 가지만 미처 살피지 못했던 책들은 제목을 메모해 두었다 다음에 허기질 때 제일 먼저 살피는 식이다. 마침내 계산을 끝내면 서점을 나와 근처에 있는 단골 카페로 향하는 것, 이것이 내가 책을 사고 읽고 향유하는 모든 과정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살지 궁금하다. 표지가 예뻐서 살 수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라면 무조건 살 수도 있고, 일부러 어려운 책만 골라서 살 수도 있다. 책을 살 때 새로운 기준이 생길 수도 있으니 도전해 보고 싶다. 다음에 책에 대한 대화가 오갈 때 넌지시 물어봐야겠다.


사진/그림.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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