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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헵시바 Oct 17. 2023

노 카페인 생활의 즐거움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노 카페인을 즐기는 법

 처음에 차를 마시기 시작한 이유는 순전히 선물로 받은 도자기 때문이었다. 유약을 바르지 않은 무유 찻잔이었는데, 잡았을 때 까끌거리는 느낌 하며 물레의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을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 듯 '이 녀석과 평생 함께해야겠다' 고 생각 했다. 마침 찻잔을 선물로 주신 분이 동그랗게 패키징 된 보이차도 함께 주셔서 그때부터 차를 즐기게 되었다. 그러나 소양증이 심해진 후, 소양증의 원인 중 하나였던 카페인 알러지 때문에 –사실을 알고 나서 마른하늘에 벼락이 떨어진 줄 알았다!- 카페인 함량이 매우 적거나, 아예 없는 차를 찾아 마시게 되었다. 루이보스나 캐모마일, 박하 같은 것들 말이다. 


청량리 '마이미스로즈'의 스윗한 루이. 루이보스 베이스에 캐모마일, 장미, 비트, 백년초, 파파야 등이 블렌딩 되어 있다.


 1년 전쯤 청량리에 있는 티 전문 카페에서 직접 블렌딩한 차를 마시고 난 뒤부터 블렌딩 차에 쏙 빠지게 됐다. 디카페인 원두는 카페인 원두보다 맛과 향에서 질적으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지만, 차는 카페인이 없는 원재료가 무수히 많아서 건강을 지키면서 동시에 누리는 기쁨이 크다. 베이스가 되는 주된 차 맛 외에 소소하게 느껴지는 다른 재료의 향과 맛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고소한 맛 속에서 풀 향이나 새콤한 맛을을 찾는 식이다. 

 차를 마실 때 가장 반가운 향과 맛은 어릴 적 개미집을 팔 때 맡았던 흙 내음이다. 흙으로 빚어 흙에서 자란 장작으로 구운 도자기에 흙에서 난 차를 마시고 흙냄새를 맡으며 온몸에 퍼지는 따뜻한 기운을 느낄 때면 보드랗고 평평한 흙 위에 몸을 뉜 기분이 든다. 6평 남짓인 원룸을 사는 내가 멀리 가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공원이었다. 

루이보스를 우리는 중이다.

 차(茶)가 한국인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해서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해서 그렇지, 사실 커피보다 더 친숙한 것이 바로 차(茶) 문화다. 유리병 속에 가득 우려낸 보리차부터 결명자차, 생강차, 율무차, 겨울에 먹는 유자차까지. 커피보다 훨씬 쉽고 친숙했던 것들이다. 생활에 밀착된 어떤 것을 생소한 방법으로 접하게 될 때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가족의 새로운 면을 알았을 때처럼, 사람을 입체적으로 알아가는 것처럼. 이런 매력이 있었어? 라며.

 음, 오늘은 구수하고 엉덩이가 펑퍼짐한 섹시한 우엉차가 당기는군. 이렇게 말하면 친구가 말한다. 우엉차한테 엉덩이가 어딨어? 그러면 내가 말한다. 마셔봐 봐. 내가 건넨 우엉차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셔보고 친구가 말한다. 아이고, 우엉 엉덩이가 씰룩이네그려. 















사진/그림. 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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