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구름(cloudy)
암이 라는 녀석은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기는 하루 아침에 갑자기 발병하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유방암에 걸리기 전 몸에서 보내는 신호가 있었는데 유방암이 걸린 후에서야 알아 차렸다.
유방암 환자 중 일부는 코로나19 백신 주사 접종 후 유방에서 열감을 느끼거나 부풀었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부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백신을 국내로 들여왔고 발길이 닿는 곳 마다 QR 코드를 찍어야 출입이 가능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접종하였다.
나 또한 다니던 직장은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복지관으로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기에 주사를 거부할 수 없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백신을 3차 까지 맞았다.
코로나19 이후 유방암 환자가 폭등했다고 하니 백신과 유방암이 상관관계가 있는 말 같기도 한데 나의 경우는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은 후 일반적인 증상만 앓고 지나갔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약하게 앓고 지나간 편이었다.
#1. 쌍꺼풀
태어났을 때는 양쪽 다 쌍꺼풀이 없었다. 아주 가끔 피곤할 때면 한 쪽에 쌍꺼풀이 생기고 금방 없어졌는데 2022년 10월 쯤, 일이 계속해서 몰아치면서 월화수목금금금 이어지니 오른쪽에만 쌍꺼풀이 생겼다. 이전에는 하루 이틀이면 없어졌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았다.
돈 주고도 쌍꺼풀 수술을 하는데 처음엔 좋았었다. 이러다 반대쪽도 쌍꺼풀이 생기면 돈 굳은 거 아니냐며^^
한 달째가 되니 눈을 깜빡일 때 마다 쌍꺼풀이 생긴 오른쪽 눈이 불편하고 신경 쓰였다.
그리고 직장동료들도 나를 볼 때마다 “아로미쌤, 피곤해?” 라는 말을 자주 하였고 나는 “요샌 밤10시면 잠에 들어서 많이 자는데도 쌍꺼풀이 안 풀리네요.” 라고 답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세 달째가 되었을 때, 안과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직장동료들에게 이 얘기를 하니 하하하~ 웃으면서 별걸 가지고 병원에 간다며 이해하지 못하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팀장님은 나이가 들면 눈꺼풀에 힘이 없어서 처지다 보니 쌍꺼풀이 생기기도 하는데 너도 이제 나이를 먹는구나~ 하며 장난을 치셨다.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주변에서 말려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성격으로 좋게 말하면 칼을 뽑으면 무라도 써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직접 경험해 보고 탈이 나야 비로소 멈추는 사람이었다.
평일에 연차를 내기 어려워 근무를 하지 않는 토요일 오전, 고향인 경기도 안양의 T안과로 향했다.
서두른 보람이 있듯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가니 대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안과에 가면 항상 하는 기본검사인 시력검사를 포함하여 눈에 바람을 넣고 알록달록한 열기구를 눈 깜빡이지 않고 보며 그 밖에 추가적인 검사들도 하였다. 검사를 모두 마친 후, 의사선생님 방에 들어갔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아로미님, 안압도 정상이시고 눈에 이상이 없어요. 쌍꺼풀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거라 봅니다. 계속 없어지지 않는다면 몸 내부에 문제가 있는 거 일 수도 있어요.”
”네, 일단 눈에 이상이 없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의사선생님 방을 나와 수납을 하고 집으로 왔다. 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 다행이긴 한데 여전히 오른쪽 눈은 쌍꺼풀이 진하게 자리 잡았고 눈 크기가 다른 짝눈이 되니 원래도 잘 찍지 않는 셀카를 더 안 찍게 되었다.
엄마에게 병원에 갔다고 하면 걱정하실 게 뻔해서 친구J에게 전화를 걸어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친구J는 쌍꺼풀 하나 생긴 거 가지고 몸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의사선생님은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말을 하냐며 신경 쓰지 말라며 나를 위로했다.
지금도 여전히 오른쪽 눈의 쌍꺼풀은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 있고 2024년 2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안과에서 한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아로미님, 오른쪽에 생긴 쌍꺼풀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몸 내부에 문제가 있는 거 일 수도 있어요.”
안과 선생님께서 나의 유방암을 맞춘 건 아니지만 50프로 정도는 맞춘 게 아닌가 싶었다.
명의가 가까이 있었네!
#2. 간지러움
2023년 3월, 힘들었던 2022년을 넘기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팀원과 사수를 만나서 3개월째 손발 맞추고 있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간지러웠다.
간지러운 부위를 보니 빨갛게 붓지도 않고 어떠한 마크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니 두피 속 까지 간지러웠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간지러움이 계속 되면서 회사에 연차를 내고 평이 좋은 안양의 J피부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의사선생님의 첫 인상은 나이가 50대 후반은 되어 보이시는데 자기 관리를 잘 한 날렵한 몸매에 젠틀한 모습이었다.
“선생님, 이유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이 간지러워요. 심할 때는 두피 속도 간지럽고요, 그런데 간지러운 부위가 빨갛거나 하지도 않아요. 지금도 여기 왼쪽 볼이 간지러워서 긁고 싶은데 참고 있어요.”
“평소 음식 알레르기는 없나요? 최근에 잘 못 먹은 음식은 없으시고요?”
“네, 음식 알레르기는 없고요, 딱히 음식을 잘 못 먹은 것도 없는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스트레스 일 수도 있는데 최근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 있나요?”
“... 회사 일이 힘들긴 한데 작년에 비하면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아로미님, 본인이 생각하는 스트레스 지수와 몸이 견딜 수 있는 지수는 다를 수 있어요.”
“잠은 잘 주무세요? 중간에 깨지 않으시고요?”
“네, 중간에 한 번 정도 깰 때도 있지만 늦어도 밤11시면 잠자리에 들어서 7~8시간 정도 자요. 수면의 질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간지러움의 원인을 찾기는 어려워요, 지금은 간지러움을 잠재울 수 있는 약과 연고를 처방해 드릴게요, 1주일 간 써 보시고 차도가 없으면 다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행이 피부과에서 처방해 준 약과 연고를 바르니 간지러움은 점차 나아졌다.
2024년 2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니 어쩌면 간지러움이 전조증상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