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학병원에 간 날

기분: 안개(foggy)

by 아로미

2024년 2월 8일, 목요일


오늘은 처음 대학병원 진료를 보러가는 날이다.


전 날 잠을 설쳐서 약간 피곤한 상태로 일어났다.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꽤나 긴장한 모양이었다.

보호자 없이 혼자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

수원에서 천안S대학병원 가는 고속도로는 상습 정체구간으로 내비는 1시간 10분 걸린다고 안내하였으나 조금 서둘러 갔다.


그리고 대학병원의 주차전쟁이 눈에 보듯 뻔하기에, 집에서 2시간 전에 출발하여 여유 있게 병원에 도착하였다.


안내표시판이 있는데 내가 찾는 ‘유방외과’ 는 안 보여서 유방외과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환자 만족도평가 전국2위’ 의 위엄인건지 직원들 모두 참 친절했다.


유방외과에 도착해서 챙겨 온 서류들을 제출하고 기본적인 문항에 답변을 하니 진료 예약 시간보다 빨리 내 이름을 불러 담당 교수님을 만났다.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사진을 보았을 땐 동그란 얼굴에 푸근한 웃음을 띈 ‘곰돌이푸’ 가 떠올랐는데 실제로도 그러한 분이셨다.


첫 질문은 “술, 담배 하시나요?” 였다.


나는 “담배는 안 하는데 술은 해요.” 라고 답하였다.


“얼마나 마시나요?”


“일주일에 7번 마시고 한 번 마실 때 적으면 500ml 많으면 1000ml 정도 마십니다.”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다.)


교수님은 거북목을 장착한 채,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타닥타닥’ 소리만이 진료실의 적막함을 깼다.


그 외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는지와 나의 수술한 경험들을 물었고 마지막으로 유방의 혹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물으셨다.


건강검진이 아닌 유방에 뭔가 만져져서 동네병원에 가서 검사했다고 답변했다.


교수님께서는 간호사가 전달한 서류들을 보신 후, 유방 뿐만 아니라 겨드랑이도 만져보는 촉진을 하셨다.


유방의 혹이 크다 던지 겨드랑이에도 무언가 만져진다던지 등 현재 나의 상태가 어떤지 듣고 싶었는데 교수님은 아무말씀을 하지 않고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셨다.


“오늘 검사 할 수 있는 것들은 하고 가시죠.”


“금식 안 하고 왔는데요.”


금식을 안 해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며 그렇게 피검사와 소변검사, 근골격계 검사를 하니 병원 점심시간인 12시 30분을 앞두고 아슬아슬하게 끝났다.


검사항목이 많아서 다음번에 병원 오는 날짜를 잡았다.


화요일과 목요일, 두 번에 걸쳐 검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예약이 꽉 차서 수요일도 와야 하는것을 예약팀 선생님 직권으로 검사 당일날 나를 찾아오면 끼어 주겠다며 두 번만 올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 주셨다.


“감사합니다.” 를 연발하며 다시 유방외과로 갔다.


간호사가 내게 설명해 주는 서류에 노란색 형광펜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던 ‘중증’ 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건강보험공단에 산정특례자로 등록되어 5년간 최대 95% 의료비 지원을 받고 본인부담금은 5% 밖에 안 될 거라 했다.


아니, 오늘 처음으로 교수님 진료를 봤는데 벌써 난 암환자로 등록이 되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의 유방암 진단은 이미 끝났다.


어떻게 치료할지만 남은 거였다.


앞으로 할 그 많은 검사들은 수술 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다른곳으로 전이가 되지는 않았는지 검사하는 거였다.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중증’


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나는 장애 등급에 따라 경증(심하지 않은 장애)와 중증(심한 장애)로 분류되어 있는 단어를 매일매일 보았었다.


이젠 내게 ‘중증’ 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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