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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포기한 날

기분: 안개(foggy)

by 아로미 Jan 26. 2025

첫 대학병원 진료를 마치고, 운전해서 집으로 오는 차 안

  

2주 전 까지만 해도 새로운 곳에 취업하기 위해 열심히 이력서를 쓰고 고치는 늦깎이 취준생 신분이었는데 오늘부로 산정특례 중증으로 분류된 유방암 환자가 되었다.

      

오늘은 수원에 있는 K복지관 서류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이다. 예전 같으면 전화를 애타게 기다렸을텐데 지금은 차라리 서류탈락을 해서 전화가 안 왔으면 했다.

   

혹시 서류 합격 전화가 오면 면접을 보지 못하는 이유를 준비해 두긴 했는데 때 마침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로미님 되시죠?”  

    

“네”      


“K복지관 입니다. 서류 합격하여 연락드렸습니다.”


"네... 제가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해서 면접에 불참할 거 같습니다.”

   

“직원채용 일정에 변경이 생겨 면접이 내일 모레가 아닌 다음주 화요일로 미뤄졌는데요.”


“입원을 오래하게 되어서 면접 참석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아...그러시군요, 그래도 홈페이지에 서류 합격자 명단에는 게시할게요.”      


“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마 유방암을 진단 받았다고 말하지는 못하였다. 


운전 중이니 사고가 나지 않으려면 평정심을 유지해야 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미 예상한 일이었기에 감정의 동요 없이 덤덤했다.


집에 무사히 도착 후, K복지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서류합격자 명단에 있는 내 이름을 보았다. 사회복지사 1명 뽑는데 면접 대상자가 5명이었다. 

      

5:1의 경쟁률 이었는데 내가 면접을 못 보게 되면서 4:1 로 경쟁률이 줄었겠구나 싶었다.


K복지관에 입사를 하고 싶어서 자기소개서에 공을 많이 들였었는데 만약 면접을 보았어도 경쟁률이 높아서 탈락했겠구나... 라며 면접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그렇게 떨쳐 내려고 하였다.

     



첫 대학병원 진료였기에 오늘 어땠을지 궁금해 하고 있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첫 진료 날이라 뭐 별거 없었어, 교수님께서 몇 가지 질문하시고 오늘 검사 받을 수 있는 것은 받았고 앞으로 2번 더 병원 가서 검사 받아야해.”


유방암 환자였던 엄마는 어떤 검사는 조금 아팠었다며 경험했던 일들을 나에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K복지관 면접 포기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일하는 건 힘들지 않겠니?” 라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취직하더라도 유방암인 걸 숨기면 안 돼지, 나중에 회사에서 알게 되면 고소하거나 해고 할 수도 있고” 

    

“유방암이라고 회사에 밝히면 날 채용하지 않을 텐데... 

올해는 나도 취업 생각은 접었어. 그렇지만 내년이나 후년에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나의 취업에 대한 얘기는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다. 싸움으로 번질 거 같았다.  

    

전화를 끊고 유방암 환자들이 모여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나처럼 취업과 관련하여 고민하는 글을 읽어 보았다. 


모든 글들에는 회사에 유방암 환자라는 걸 숨기라는 조언이 많았다. 

     

유방암 뿐만 아니라 다른 암도 5년 동안 재발과 전이가 없으면 의사는 ‘완치’ 라는 판정을 하는데 ‘완치판정서’ 를 들고 회사의 문을 두드렸으나 재취업이 안 되었다는 글도 올라와 있었다. 


회사에 솔직하게 유방암 환자임을 말하라는 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엄마 말대로 난 아프기 전처럼 다시 일 할 수 없는 건가?

      

그럼, 앞으로 무얼 하며 먹고 살아야 할까? 


현실적인 고민이 눈 앞에 닥쳐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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