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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무얼 하며 먹고 살까?-1

기분: 구름(cloudy)

by 아로미 Feb 02. 2025

결혼을 했다면 나 말고 돈 버는 남편이 있기에 돈 걱정을 이 만큼 하지는 않았을까?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내가 마음이 약해진 순간이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키우는 삶을 상상하고 있으니

      

유방암을 진단 받고 나니 그동안 해왔던 사회복지사 일은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두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졌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사회복지사 일이 나에게 천직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했다.

     

사주에 사장님 팔자가 없는지 돈을 많이 버는 거에 관심이 없는 건 여전하지만 아침9시 출근해서 저녁6시 퇴근 하는 ‘워라밸’ 이 보장되는 일을 1순위로 두었다.  

    

아프고 나니 마음과 달리 체력이 뒷받침해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으면 유방암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생겼다.


나의 경우 오른쪽 유방암으로 단순히 유방의 암만 떼어낸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유방과 연결되어 있는 오른쪽 팔은 3kg 이상 들면 안 된다고 하였다.  

    

암 환자인 것을 잊고 몸을 돌보는데 소홀하게 되는 2~3년차에 수술한 쪽 팔이 퉁퉁 붓는 부종이 와서 다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교수님께서는 평생 관리하고 조심해야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다 보니 무거운 것을 드는 단순 노무직에 속하는 택배 상하차, 음식점 서빙, 편의점 발주 물품 정리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1. 야쿠르트 Fresh(프레시) 매니저   

  

천안S대학병원에서 나의 진료 순서를 기다리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대한민국 여성 1만명이 선택한 직업’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불리었던 ‘야쿠르트 Fresh(프레시)매니저’ 를 하루 동안 따라다니며 취재한 영상이 나온다.      


아픈 사람들로 북적대는 병원에서의 대기에 지쳐가던 때, 흐리멍텅했던 눈이 생기를 띄며 집중하여 TV를 보았다.      


● 첫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건 아침 6시에 시작하여 오후 3시면 일을 마치기에 퇴근 후 오후 시간이 자유롭다는 거였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하루의 시작을 빨리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면 집중이 흐트러진다. 그러다 보니 새벽까지 밤을 새워 노는 것은 팔팔한 20대에도 잘 못했다.    

 

일을 할 때도 밤늦게 까지 야근 하는 것 보단 일찍 출근해서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뼛속까지 아침형 인간인 나에게 아주 잘 맞는 루틴이었다.

    

● 두 번째로는 따로 시간 내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유방암 뿐만 아니라 암환자는 약간 땀이 날 정도로 주3회 이상 30분 정도의 운동을 권장한다.


야쿠르트 Fresh(프레시) 매니저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단층 아파트나 주택에 건강음료를 배달하러 갈 때면 걸어 다녀야 하고 하루 종일 서서 일한다는 거 자체가 운동이 되었다.      


퇴사 후 6개월 간 프랜차이즈 P빵집에서 알바를 하면서 하루 6시간씩 꼬박 서 있었는데 다리가 조금 붓긴 했지만 할만 했었던 경험도 있기에 이 일을 잘 할 수 있겠다 싶었다.     


● 마지막으로는 야쿠르트를 포함한 건강음료가 든 카트를 운전해 보고 싶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야쿠르트 아줌마는 손수레에 음료를 가득 싣고 오직 팔의 힘으로만 굴려서 카트를 밀고 다녔는데 이제는 전동차로 바뀌어 노동력이 크게 들지 않는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게 때론 일치 하지 않을 수 있는데 나의 경우는 운전이 그랬다. 여전히 운전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며 차 키를 손에 쥐면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설레이면서 두려운

     

야쿠르트 카트는 나의 경차 모닝 보다도 작으니 조작이 쉽지 않을까?  


TV에서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는데 벌써 끝나간다. 예전에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야쿠르트 아줌마’ 로 불리면서 주부들이 많이 했다면 요새는 ‘아쿠르트 Fresh(프레시) 매니저’ 를 하려는 사람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본인이 열심히 뛰는 만큼 돈을 벌수 있고 퇴근 후 오후 3시 부터는 투잡도 가능하기에 젊은 층에서 선호한다고 한다.      


단점이라면 음료는 유통기한이 있고 각자 판매 할당량이 정해져 있어 목표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내 돈을 내고 사와서 먹거나 주변에 나눔을 해야 한다는 거다.


흠... 세상에 돈 벌기 쉽지 않군.         

         

#2. 작은도서관 사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한 번 빌리면 2주 까지 대여가 가능해 한 달에 최소 2번은 도서관에 간다.


그래서 책이 있는 공간에서 일하면 행복할 거 같아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사서가 되려면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를 전공해야 하고 채용인원이 적어서 취업문이 좁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 에세이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전공하지 않고 사서교육원을 졸업해도 도서관에 취업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사서자격증이 없으면 정식도서관이 아닌 동네 ‘작은도서관’ 에서 최저시급을 받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도서관에서 일하며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좋았던 책은 추천사도 쓰고 그리고 훗날 내가 집필한 책을 발간하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다면 최저시급을 받더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MBTI 검사 결과 내향형인 나는 일주일 중 최소 하루는 혼자 있어야 에너지가 채워지고 다시 힘내서 사람들과 복작대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회복지 특성 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에 따라 말도 많이 하니 밖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쏟고 온 나는 조용한 집에서 혼자 아무런 소리 없는 음소거인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어느 정도로 좋아했냐면 TV는 집에 들이지 않았고 노래도 듣지 않았으며 휴대폰을 볼 때면 소리가 나는 영상은 클릭조차 하지 않았다.      


도서관의 특성 상 항상 조용함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나의 성향에 비추어 보면 사서의 삶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무얼 하며 먹고 살까?'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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