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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울었던 날

기분: 비(rainy)

by 아로미 Feb 15. 2025

동네에 있는 수원 G유방외과에서 유방암으로 판정되어 대학병원에 제출할 의뢰서를 받아올 때 울지 않았다.   

   

동네병원에서 써 준 의뢰서를 들고 천안 S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았을 때도 울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환자와 의료진 등 보는 눈이 많으니 눈물을 꾹 참을 수 있다 쳐도 진료를 마치고


집에 와서 혼자 있을 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아빠의 대장암, 엄마의 유방암 이력이 있다 보니 내게도 “올게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담담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잔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점심을 준비하다가 눈물이 터져버렸다.

     

처음 대학병원에 가서 담당 교수님 진료를 본 후, 검사일정을 잡고 온 게 다였다.

       

아직 유방암 몇 기인지 나오지 않았고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도 듣지 못했으며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데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다가 눈물샘이 터졌다.

     

“유방암 수술 후 예전처럼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까?”      


“교수님께서 내게 살 날이 많지 않다고 선고한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엄마보다 딸인 내가 먼저 죽으면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울컥울컥 하였고 점심 준비로 채소를 다듬던 손이 다칠라 칼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가서 눈물과 콧물을 닦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다.     


“울면 안 돼. 그러면 점심 못 먹어. 풋”      


그렇게 잠시 상상속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었다가 현실로 빠져나왔다.


현실에선 난 배가 고팠고 재료 손질을 얼른 마무리 한 후 야채비빔밥 한 그릇을 뚝딱했다.     


그렇게 짧지만 굵게 울음을 터트리고 계획되어 있던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기분전환을 하고 왔다.      


앞으로 더 울 날이 많겠지, 이제 시작인데.




점심 때 울음의 연장인지 잠자리에 들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3달 전 바꾼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첩을 보고 싶어졌다.

  

추억에 잠겨서 휴대폰의 전원을 켰다.     


배터리가 10% 남아 충전해야 한다며 깜박깜박 신호를 주는데 무시하고 사진을 넘겨 보았다.      


5년간 썼던 휴대폰이었으니 사진첩에 쌓인 사진만큼이나 추억들도 많았다.


주로 카페에서 바다를 찍은 사진이 많았는데 사진만 보아도 어디인지 다 기억이 났다.      


“여기 참, 좋았었는데... 오른쪽 유방을 수술 하면 한 동안 장거리 운전을 못 하니 바다를 보러 가지 못하겠구나”     


추억소환 하다가 밤 꼴딱 새겠네, 그만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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