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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했던 대학병원 첫 검사

기분: 구름(cloudy)

by 아로미 Feb 23. 2025

천안 S대학병원 유방외과 교수님과 첫 상담을 마치고 진료실을 나오려고 하는데

     

“오늘 검사 할 수 있는 것들은 하고 가시죠.”    

  

“금식 안 하고 왔는데요.”       


금식을 안 해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며 피검사, 소변검사, 근골격계 검사를 마치

 

마지막으로 심장박동수 검사를 하러 갔다.

    

옷을 입고 천장을 보고 누운 채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더니 헐렁해진 브래지어를


가슴보다 위로 올려 달라고 간호사가 말하였다.

    

곁눈질로 살짝 보니 제법 크기가 커 보이는 집게로 나의 가슴 안쪽을 짚었다.


집게가 크기만 컸지 부드러워서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괜히 쫄았잖아.

     

그리고 이어서 손목에도 집게가 감싸졌고 발목에도 집게를 짚으려는 순간,

     

“발목이 보일 만큼만 바지를 걷어 주시겠어요.”

    

“네.”    

   

이 날 입고 온 바지는 다리 전체를 꽉 조여 라인이 드러나는 스키니진은 아니었지만

 

아래 발목 부분만 살짝 조이는 청바지였다.   

   

“이 바지가 잘 안 올라가는 바지인데요.” 라고 말하며 주섬 주섬 올리니

 

검사하는데 그 정도면 된다고 하였다.

     

아뿔사!!  


   

유방외과 교수님이 유방을 볼 거라는 예상을 하여 겨드랑이 털은 제모를 하고 갔는데


심장박동수 검사를 해 본적도, 할 거라 생각하지 못하였던 나는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검사를 한 날은 가장 추운 겨울인 2월이었는데 관리가 소홀했던 나의 발목에


허옇게 올라온 각질들이 보였다. 그리고 삐쭉 삐죽 나온 거무스름한 털까지...


난 몸에 털이 많은편인데 겨울엔 이 털들이 체온을 보호해주고(?)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방치하다 여름이 돌아오면 족집게로 쏙쏙 뽑았다.

     

위안을 삼는다면 그나마 여자 선생님이어서 덜 창피했지만 그래도 얼굴이 화끈 거렸다.

      

선생님은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동도 없이 검사를 이어나가셨고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금방 끝났다.   




그 날 집으로 돌아와서 초록색 때밀이 타올과 1회용 면도기 부터 찾았다.

      

몸에 있는 각질을 다 없애 버리겠다는 각오로


특히 다리와 발목 부분을 집중적으로 벅벅 밀었다.

      

그리고 나서 바디워시를 손에 듬뿍 덜어 거품을 낸 후


준비한 면도기로 다리에 있는 털을 밀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준비 중인 분들은 몸에 있는 털들 꼭 제모 하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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