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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검사, 하루 쉬고 내일도 검사 -2

기분: 구름(cloudy)

by 아로미 Mar 09. 2025

화요일에 MRI와 자궁검사를 했고 하루 쉬고 목요일에 다시 천안 S대학병원으로 갔다.

       

오늘은 CT와 뼈스캔을 하는 날로 물 포함 금식을 하고 오전 10시 까지 병원에 가야하는 일정이다.

       

수원-천안 간 고속도로는 항상 막히기에 서둘러 가려고 알람을 일찍 맞춰 놓았는데 유독 오늘은 침대에서 나오기 싫었다.

      

병원에 갔을 때마다 예약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계속 기다렸던 게 싫었나보다.

     

10분 정도 미적거리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보이는 머리카락만 몇 가닥만 줍고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차에 시동을 켰다.

      

내비가 도착 예상시간 9시 50분을 가리켰다. 10시에 진료인데 아슬아슬 하겠네...

      

고속도로로 진입했고 출근길 차들과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겹치면서 내비의 도착 예상시간은 10시가 넘어갔다.


아, 늦겠구나.

     

성격상 약속시간 10분 전에는 도착해야 마음이 편한 나는 머리로는 도로가 꽉 막혀서 어쩔 수 없으니 마음 편히 먹자 다짐했지만 나의 눈은 도착 예상시간을 계속 보고 있었다.

      

나의 생 초보운전 시절이 생각나서 평소 깜박이를 켜고 들어오겠다고 신호를 주면 잘 끼어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끼어 주지 않으려고 크락션도 누르고 앞 차에 바싹 붙었지만 기어코 내 앞으로 들어왔다.

       

결국 병원 주차장에 10시 5분에 도착하였고 안전바 앞에서 급정거를 하니 주차요원은 내게 한 마디 하셨다.


“급하게 들어오시네.”

      

“죄송합니다. 진료시간에 늦어서요.”      



   

CT 촬영은 예약을 하지 못해서 더 마음이 급했다. 예약이 꽉 차 있어서 10시에 오면 중간에 자리가 비면 껴주는 거였다.


그러기에 혹시 화장실에 잠깐 다녀온 사이 내 이름을 불렀는데 없어서 순서가 맨 꽁지로 밀리지는 않을까 싶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병원이 큰 만큼 청소하시는 분들도 많아 의사, 간호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청소하시는 미화원이 아닐까 싶었다.

     

아, 아니다. 환자가 제일 많겠구나 ㅋㅋ

     

내가 앉아 있던 곳은 비품실 옆으로 청소하시는 분들이 자주 들락날락 했다.

      

여기서 무언가를 손에 쥐고 가지고 나와 허공에 대고 말씀하신다.

      

“올해 달력 필요 하신 분?”

      

아무도 대답이 없다.

     

지금은 2월인데 아직 집에 달력이 없어서 눈길이 갔다.

      

내가 필요한 달력은 벽걸이형인데 아주머니께서 내민 달력은 탁상용 이었다.

 

그래서 어째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내 앞으로 달력을 쑥 내밀었다.

      

“이거 좋은 달력이에요, 집에 하나 가져가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탁상용 달력을 덥석 받았다.

      

집에 와서 달력을 넘겨보니 병원에 판촉용으로 돌리는 제약회사의 달력이었다.

 

탁상용 치고는 컸는데 아주머니 말씀대로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2024년을 지내며 요긴하게 잘 쓰긴 했다.

     

달력을 받아 들고 내 이름을 부르려면 1시간은 대기를 타겠지 싶었는데 40분 정도 기다리니 내 이름을 불렀다.

    

오~ 럭키!      



사물함에 물건들을 넣고 11시가 조금 안 되어 CT 촬영을 하러 갔다.

    

CT 촬영 하는 부위에 따라 탈의를 어디까지 할 지 결정되는 거 같았다.

      

상의만 초록색 촬영복으로 갈아 입는 사람, 하의만 환복한 사람, 상·하위 모두 해당하는 사람

     

나의 경우는 상·하위 모두 촬영복으로 당첨되었다.

 

유방암이니 상의만 환복 할 줄 알았는데...


2월인데 낮 기온이 영상 15도를 보이며 따듯했다가 오늘은 다시 평년기온을 되찾으면서 바람이 찼다.

     

요 며칠 기온이 올라가면서 병원은 평소보다 히터를 덜 틀은 거 같은 느낌적 느낌.

      

얇디 얇은 초록색 촬영복을 위, 아래 입고 계속 대기를 하니 추위가 느껴졌다.

      

심지어 상의는 칠부 길이었고 주사바늘을 꽃아 놓아서 소매를 약간 걷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 보았는데 나만 추워하는 거 같지? 이상하네...

     

음식물 뿐만 아니라 물도 못 마시고 있었는데 CT 촬영이 임박해서 선생님께서 건네는 500ml 생수 한 통을 원샷 했다.

     

금식 상태에서 생수를 마시고 검사에 들어가게 되면 위장관 및 상부소장이 물로 채워져 주변 장기들과 좀 더 잘 구별되기에 검사 30분 전에 마시기를 권장한다고 한다.

     

여기에 CT 사진이 뚜렷하게 나올 수 있도록 주사를 통해 조영제를 투여하는데 일반 적인 바늘보다 두꺼워서 찌를 때부터 따끔했고 뺄 때도 아팠다.

      

지난번 MRI는 엎드려서 했다면 오늘 CT는 반드시 누워서 촬영을 했다.


검사한 지 10분 정도 지났을 때,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조영제가 들어갑니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계세요.”

     

5초 정도 흘렀을까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아래가 축축하니 젖은 느낌이다.

      

나 지금 오줌 싼 건가? 딱 그 느낌이었다.

      

지금 손들고 말해야 하는 건가? 하는 찰나에

      

아, 조영제가 내 몸에 퍼지고 있는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조영제가 들어간 주사바늘을 꽂을 때 간호사는 몸이 따뜻해질 거라고 했는데 다른 반응이 나타나서 당황스러웠다.     



    

CT 촬영을 마치고 다음 촬영은 뼈스캔이 있다고 하니 촬영복 그대로 입고 편의점 옆에 있는 뼈스캔실로 가라고 안내해 주었다.

     

검사실에 문이 닫혀 있어서 ‘똑똑똑’ 3번 노크를 했는데 대답이 없어서 문을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문을 열고 남자 선생님이 나오셨다.

      

뼈스캔을 해 본적 있는지 질문을 하였고 처음이라 하니 CT 촬영 때 꽂은 주사바늘을 제거 하지 않은 이유는 같은 자리에 뼈스캔 약물을 투여하기 때문이라 했다.

      

유방암이 뼈에도 전이가 되었는지 알아보는 거며 이 약물은 투입 후 3시간 정도 후에 촬영이 가능하기에 그동안 식사를 하고 와도 된다고 하였다.

      

약기운에 약간 어지럽고 주사바늘이 있는 팔 부위가 뻐근할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이한 점은 평상복을 입고 촬영한다고 하였다.

      

그 동안은 검사가 있으면 항상 옷을 갈아 입었기에 병원에 갈 때면 최대한 입고 벗기 편한옷을 입고 갔었다.


물 500ml를 제외하고 12시간 이상 공복인 배를 움켜지고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씨에 제격인 매콤한 짬뽕을 먹으러 중국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병원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 H카페가 있는데 가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 가면 들려오는 이야기는 우울하고 아픈 얘기만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병원 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정신없이 음료를 마시고 싶지도 않았다.

      

몇 번 병원에 오니 조용한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였고 앉아서 휴대폰을 열었다.

      

‘청구의 신’ 이라는 실비를 청구할 수 있는 앱이다.

      

이전에는 보험사와 환자 간에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앱은 병원과 청구의신 둘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래! 이거지

    

환자는 의학용어가 적혀있는 서류들에 대해 잘 모르고 미비한 서류를 챙기려면 결국 병원에 요청해야 하는데 전문가들끼리 소통하니 업무 처리가 깔끔하겠구나 싶었다.

     

편한 세상이야~ 하며 앱을 둘러보고 실비 청구도 해보았다.

 

새로운 앱에 빠져 이것저것 눌러보니 검사 받으러 갈 시간이 되었다.

     

기계에 누우니 움직이지 못하도록 찍찍이 끈으로 나의 몸을 고정하였다.

     

기계가 위, 아래로 움직이며 촬영되었고 MRI 때처럼 귀가 울리지도 않고 CT 때처럼 약물을 투여하지도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으니 평온하였다.

     

이렇게 눈을 감고 누워 있은 지 10분 정도 되었을까? 잠이 솔솔 올 거 같았는데 적막을 깨는 동료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 들린다.


“밖에 눈 온다며?”

      

점심 먹으러 나갔을 때는 비였는데 눈으로 바뀌었구나

      

운전해서 집에 돌아갈 때 가뜩이나 막히는 고속도로가 더 막히겠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검사실 마다 창문이 하나도 없어서 365일 내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과 단절된 삭막한 기분이 든다.

    


   

검사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가방에서 휴대폰이 ‘웅웅웅’ 울려댔고 환자별로 검사 스케줄을 관리해 주고 필요시 교육도 해주는 천안 S대학병원 다학적 진료실 이었다.

      

“검사 다 끝나셨어요?”

     

“네, 검사 끝나서 이제 가려고요”     

 

“가지 마시고 여기 한 번 들려주시겠어요?”

         


3탄에서 계속 됩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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