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구름(cloudy)
처음 대학병원 가서 교수님과 상담한 날은 비교적 간단한 피검사, 소변검사, 근골격계 검사, 심장박동수 체크를 했었다.
피검사의 경우 금식을 하면 결과치가 더욱 정확하나 나의 경우 특정 질병인 유방암으로 검사하는 것이고
이에 검사 항목 전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보기에 금식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하였다.
4일 간의 설 연휴가 끝나고 유방암 수술에 앞서 본격적인 검사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천안 S대학병원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MRI와 자궁검사가 잡혀있다.
MRI 검사 예약 시간 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일찍 오면 빨리 검사 할 줄 알았는데 정확히 예약한 시간에 했다.
검사복으로 환복 후, 나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응급환자라며 유모차를 탄 꼬마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큰 병에 걸린 건지 아이의 아빠가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니 옆에 있던 아내가 토닥여 주었다.
내 이름을 호명하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교대로 점심시간을 갖는 이 곳은 점심시간에도 쉴 틈 없이 검사가 이어졌다.
남자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 두 명에게 먼저 점심 먹고 오라고 한다.
내심 여자선생님이 해주길 원했는데...
내 바람과 반대로 혼자 남으신 남자 선생님이 검사를 해주셨다.
“MRI는 처음이시죠?”
“네.”
“상의 검사복의 끈을 푸신 후, 앞에 보이는 검사 기계의 동그란 구멍 두 곳에 맞춰 가슴을 넣어주세요.”
손목에 주사기가 꽂혀 있어서 자세 잡기가 영 불편하였다.
선생님께서 보시더니 조금 더 위로 올라오라고 하여 자세를 고쳐주었고 소요 시간은 30분 이라는 말과 함께 검사가 시작되었다.
귀마개를 착용했지만 계속해서 소리가 나는데 주로 ‘두두두두’ 하는 망치로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가끔은 파도가 출렁이는 듯한 소리가 나서 리듬에 몸을 맡기니 이마를 바닥에 두고 엎드려 있는 자세가 불편하지만 할만 했다.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약물을 투여하고 똑같이 검사할 거니 계속 누워있으라는 선생님의 말이 들렸다.
검사하는 동안 동일한 소리가 들리고 눈까지 감고 있으니 잠이 올 거 같았는데 끝났으니 조심히 내려오라고 한다.
아침에 삶은계란과 과일 그리고 요플레를 먹고 왔는데 열량을 다 쓰니 기운이 없어 잠이 오나 싶었다.
검사 다 마치고 맛있는 점심이나 배부르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보면 나 참, 단순하다니까 ㅋㅋ
이제 검사 하나가 끝났고 자궁 검사를 하러 3층에 위치한 산부인과로 갔다.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한 1층에서 검사를 받다가 3층으로 오니 이곳은 평화로워 보였다.
마지막 생리일은 언제였는지를 포함하여 여성관련 기초 질문을 마치고 하의만 일회용 치마로 갈아입고 검사실로 갔다.
항문에 기구를 넣어 자궁을 검사하는데 처음해 보는 검사이기도 하고 두껍고 큰 기구가 내 몸에 들어오는 게 무서워서 힘을 뺄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내가 항문에 너무 힘을 줘서 기구가 안 들어간다며 다른 생각을 하라고 했다.
바다, 바다... 푸르른 바다를 생각하려고 해도 잘 안되었고, 선생님은 나에게 질문을 하고 내가 답변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도록 이끌어 주셨다.
“생리는 잘 하세요?”
“네, 양이 적긴 하지만 매달 꼬박꼬박 해요.”
대답하는 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려 있었고 양손은 침대를 꽉 잡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할게요.”
옆에 보조 선생님과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로 뭐라 뭐라 하는 게 들리고 앞에 했던 MRI 검사와는 반대로 제발 빨리 끝나기를 기도했다.
검사를 마친 후 바로 산부인과 교수님과 상담이 이어졌고 현재 자궁쪽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유방암 환자의 경우 여성호르몬 억제약을 복용하면 ‘놀바덱스디정’ 이라는 성분이 자궁을 공격하여 자궁벽을 두껍게 한다.
지금은 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기에 정상적인 자궁벽 두께인 3mm 인데 5mm 부터는 주의 깊게 관찰하고 10mm가 되면 ‘자궁내막증’ 으로 진단되어 두꺼워진 자궁벽을 긁어내는 수술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6개월에 한 번씩 유방암 정기검진 시, 산부인과도 세트로 검사하게 된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인사 후, 화장실을 갔는데 휴지에 피가 묻어나온다.
어쩐지 아프다 했더니 ㅠㅠ
간호사는 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왜 해주지 않은 거지?
검사 시작 하면서 내가 힘을 줘서 기구가 잘 들어가지 않아 약간의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도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하
집에 와서도 여전히 항문에서는 피가 났고 다음 날 아침 큰 일을 볼 때도 ‘아아악’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아팠다.
만약 계속 피가 났다면 이틀 후 검사 하러 병원에 가니 따져 물으려고 했는데 꼬박 24시간이 지나니 피가 멈추었다.
2탄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