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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구매한 물건들 -1

구름(cloudy)

by 아로미

유방암 환자가 되고 나서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은 기본이고 물건들을 많이 구매하며 지출이 늘었다.

그 말은 유방암 수술 후 변화한 몸에 맞춰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자 투자라 생각하였다.

1) 유리 반찬통

요리에 관심이 없는 나는 주방에는 요리기구가 최소한으로만 있고 반찬통과 그릇은 몇 년을 써도 바꾸지 않았었다.


요리를 못하면 도구를 많이 사서 장비빨의 도움을 받으라는데 난 못하는 것에 돈을 들이지 않았다.

흔한 전자레인지도 없는 게 우리집이다. 1인용 밥솥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집에 들였다.

플라스틱 반찬통의 미세 플라스틱이 몸에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프고 나니 건강을 위해 모두 유리 반찬통으로 바꾸었다.

국민가게 다이소의 반찬통 코너 앞에 섰다.

브랜드 종류도 크기도 금액도 모두 달라 고르는데 신중해 졌다.

자취 8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작은 통 보다는 큰 반찬통이 휘뚜루 마뚜루 쓸 데가 많았고


그리 크지 않은 냉장고에 테트리스 하여 잘 넣으려면 사각형이 제격이었다.

우선 당장 사용 할 사이즈 중 2개와 대 2개를 구매하였는데 유리여서 그런지 꽤 무거웠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모두 유리 반찬통이지만 뚜껑은 플라스틱이었다.

이게 맞나? 싶기도 했지만 모든 브랜드가 다 그렇게 만들어진 거 보니 선택권이 없었다.

뚜껑에 단추가 있는 통은 열기를 빼주어 단호박이나 계란 또는 남은 밥을 보관할 때 유용하였다.


아무래도 보기에 플라스틱 보다는 유리에 담으니 식재료들이 더 신선하게 보였다.

특히나 색이 진한 오렌지나 파인애플, 파프리카를 담아 놓으니 예뻐 보여 더 먹음직스럽게 느껴졌다.


2) 휴대폰 팔 밴드


비가 오는 날, 그리고 스스로 정한 주 1회 운동 쉬는 날 빼고는 매일 점심 먹고 나면 집 앞 공원을 1시간씩 걸었다.

평소 양 손이 자유로운 걸 좋아하는데 아니면 직업병일 수도 있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하는 일이 많았기에 사계절 내내 청바지 뒷주머니에 휴대폰을 꽂고 다녔다.


처음 운동할 땐 평소 습관처럼 바지 주머니에 휴대폰을 찔러 넣고 걸었다.

잠깐 걷는 게 아니라 1시간씩 걸으니 휴대폰을 넣은 오른쪽으로 자세가 기우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시도했던 거는 작은 크로스백을 짧게 메고 휴대폰만 단촐 하게 넣은 후 백을 뒤로 하여 팔을 앞뒤로 휘저을 때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거였다.

괜찮긴 한데 수술하지 않은 왼쪽 어깨로만 메는 것이 신경 쓰였다.


그리고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면 이내 가방이 앞으로 내려와서 딱 붙어있지 않았다.

흠...


휴대폰 팔 밴드를 하고 뛰는 사람이 지나났다.


나도 저걸 사볼까?


국민가게 다이소에 판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방문 했는데 우리 동네에는 없다고 하여 포기하려던 찰나

대형 마트 내 운동 용품점에서 휴대폰 팔 밴드를 발견했다!

정가는 10,000원 대인데 30%할인 하여 7,000원 이었다.

형광 파랑색으로 튀긴 했지만 당장 사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다이소보다 가격은 조금 더 나갔지만 주 4회 운동을 하기에 그 가격이면 뽕 뽑을 수 있겠다 싶어 아깝지 않았다.


집에 와서 기대감을 안고 운동할 때 복장을 입고 착용해 보았다.

그런데 남녀공용 사이즈여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마른편에 속해서 그런지 팔에 착 감긴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찍찍이가 강해보이긴 했지만 팔을 앞뒤로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밑으로 내려왔다.


한 번 두 번 찝찝한 마음을 안은 채 착용하고 운동하였는데 걱정했던 휴대폰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결국 적응의 시간을 넘기지 못한 채 휴대폰 팔 밴드는 서랍장 깊숙이 잠들었고 날씨는 땡볕인 6월 여름이 오면서 공원 걷기도 끝이 났다.


3) 안마봉

육아는 아이템 빨이라는 말이 있듯이 슬기로운 투병생활도 아이템 빨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보면 여기저기 삭신이 쑤시는데 딱히 치료법도 약도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네 하면서 안마봉으로 아픈곳을 두드리신다.


통증이 더 심하면 따뜻한 찜팩을 올려 놓거나 한의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기도 하시고...


여기서 착안하여 사회적 나이는 30대 후반이지만 여성호르몬 억제약을 먹으면 생물학적(신체적)나이는 폐경이 되고 갱년기를 겪는 50대가 빨리 올 것이라 했다.


그러니 나보다 20여년을 더 산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에 벌써 안마봉이라니 하며 처음엔 약간 서글픈 마음도 들었는데


막상 물건을 사러가니 뭐가 더 좋을까 하며 이 제품 저 제품 만져보고 두드려보며 진지했다.


아프지 않아도 시간 날 때 머리도 도도독 두드려 주고 주로 목, 어깨, 등 상체 위주로 두드려준다.


혈액순환에 좋다고 하니까~


그 동안 구매한 물건들-2 가 다음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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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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