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해(sunny)
유방암 진단 후에는 바로 산정특례로 지정되어 치료 시에는 국가에서 95% 지원해 주기에 병원비가 부담된 적은 없었다.
아프기 전과 달라진 나의 몸과 변화된 환경에 맞추고자 필요한 물건들을 사다 보니 이번 달도 100만원으로 생활하는데 실패했다.
1) 기미크림
타목시펜이라는 약을 5년간 복용해야 하는데 이 약은 여성호르몬 억제제이다.
우리나라 유방암의 70%를 차지하는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유방암으로 쉽게 말하면 빨리 할머니가 되도록 만드는 약이다.
그러다 보니 조기 폐경과 함께 갱년기가 동반된다.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리고 소변이 자주 마려우며 밤에 잠을 잘 못 이루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사실
유방암 진단을 나처럼 비교적 일찍 받은 30~40대는 외모도 신경이 쓰이는지라 없던 기미가 생겼다는 후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파도 여자이니까...^^
아이크림도 안 바르는데 기미크림은 뭐람?
인터넷에 ‘기미크림’을 검색하니 기미는 한 번 생기면 없어지지 않는다는 무서운 말이 얼른 사도록 조정하고 있었다.
이러다 당장 구매하기를 클릭할 거 같아 기미크림으로 유명하다는 D제품을 장바구니에 넣고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야겠다는 마음으로 기울었다.
그럼 그렇지 ㅋㅋ
배송비가 붙긴 했지만 2개 사려던 것을 1개만 사서 써보는 것으로 타협했다.
피부과에 가서 기미를 한 방에 빼는 게 가장 효과가 좋지만 내가 이 약을 먹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기미가 올라올 거기에 돈 낭비라고 하였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있는 피부과는 양심적으로 호르몬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기미 제거 시술을 해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강남이나 압구정에 있는 미용을 목적으로 차린 피부과들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돈이 되기에 기미 제거를 해 준다는 소문을 들었다.
현재 상황으로는 화장품의 미약한 효과에 기대고자 한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기미크림이 이틀 만에 도착하였고 저녁에 세안하고 나서 발라보았다.
용기는 검은색이며 타사 기미크림들도 모두 검은색이었다.
검은깨가 기미를 없애는데 효과가 좋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얼굴에 발라보니 유분기가 많았고 피부에 흡수되는 동안 약간 따끔거림이 느껴졌다.
효과가 나타나려면 이 정도는 참아야지!!
이후 D사의 기미크림 한 통을 다 쓰고 조금 저렴한 제품들도 써 보았으나 명불허전이라고 D사의 제품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꾸준히 저녁에 샤워하고 나면 기미크림을 꼼꼼히 발라준다.
기미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는 거 보니 유지는 해주는 듯 싶은데 지금까지 5통은 쓴 거 같다.
2) 족욕기
평소 체온이 낮은 나는 코로나19 시 체온을 측정하면 36.5도를 넘은 적이 거의 없는 저체온이다.
그러니 항상 손발이 차고 추위도 많이 탄다.
몸이 차면 암세포가 잘 생긴다고 하여 집에서 체온을 끌어 올리는 방법 중 생강차도 마셔보고 핫팩도 해 보았는데 효과를 잘 모르겠다.
요양병원에서 했던 족욕이 생각났다.
기분 탓 인지는 모르겠으나 족욕을 하고 나면 몸이 나른해 지면서 그 날은 잠을 잘 자는 거 같았다.
사우나처럼 건식도 있으나 비용이 비싸고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패스~
일반적인 족욕은 뜨거운 물을 받아서 하는데 플라스틱 제품이 저렴하긴 했지만 환경호르몬이 나오기에 구매 대상에서 제외 했다.
족욕기 제품들을 둘러보다가 환경 호르몬 미검출에 접어서 보관이 가능하며 금액도 만원 대 초반인데 배송비도 무료이니 안 살 이유가 없었다.
홀린 듯이 그 자리에서 구매를 한 후 사용해 보았다.
아쉬운 점은 족욕은 30분 정도 해야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물을 받아서 사용하니 10분이 지나면 물이 급속도로 식어서 다시 따뜻한 물로 보충해줘야 했다.
족욕을 다 하고 나면 물을 버리고 깨끗이 말려야 하는 것도 귀찮았다.
결정적으로 추운 겨울엔 그나마 사용했는데 따뜻한 봄이 오면서는 창고로 갔다.
이제 추워졌으니 다시 족욕기를 꺼내보아야겠다.
3) 캐리어
지금까지 여행용 캐리어를 사보지도 이용해 본 적도 없다.
국내 여행이던 해외 여행이던 백팩 하나만 메고 대중교통을 타고 여기저기 잘 돌아다녔는데 캐리어가 없는 여행의 불편함을 몰랐다.
그런데 오른쪽 유방암 수술을 한 후에는 평생 오른팔을 아껴 쓰며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주치의에게 들었다.
관리가 소홀해지면 팔이 띵띵 붓는 부종으로 고생한다고 하였다.
팔은 어깨와 연결되어 있고 수술 후 2달이 지난 후에 가볍게 라도 백팩을 메도 되는지 교수님께 여쭤보았을 땐 안 메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말을 들었다.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무게가 제법 나가는 짐이 있는 여행시에도 백팩과는 이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씩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캐리어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눈팅만 하다 실행에 옮기지는 못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캐리어를 사야할 때가 왔다.
유방암 수술 후, 1달 반이 지나고 회복에 전념하기 위해 지인이 소개해 준 충주에 위치한 W요양병원에 입원하기로 하였다.
자차를 가지고 가기에 캐리어 없이 평소 하던 대로 백팩과 보조가방에 짐을 넣고 가도 되긴 했다.
하지만 이번 한 번만 그런 것이 아니라 1년 동안은 요양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몸 컨디션이 올라오면 반드시 내가 좋아하는 동해 바다도 갈 것이기에 캐리어 구매를 주저하지 않았다.
마음과 달리 아프고 나서 동해 바다는 2번 밖에 못 갔다.
집에서 바다까지 편도 3시간의 장거리 운전이 체력적으로 부담되었다.
집 근처 대형마트 2군데를 방문하여 캐리어 가격을 비교해 보았고 같은 모델인데 인터넷이 조금 더 싸서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앞으로 해외여행을 갈 일이 있을까 싶어 캐리어로 유명한 브랜드를 고집하진 않고 가성비를 따졌다.
색상은 검정과 핑크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사람들은 무난한 검정을 선호하는지 가격이 조금 더 비쌌다.
난 색이 중요하지 않아 핑크를 구매하였다.
1박 2일 여행을 가거나 요양병원에 가는 등 집을 떠날 때면 이젠 무겁게 백팩을 매지 않고 캐리어를 끌고 간다.
이 좋은 걸 이제야 샀다니!!
많은 물건을 구매했지만 캐리어는 사길 아주 잘했다!
4) 유해물질이 적은 자연드림 제품
암 환자가 되면 제일 먼저 실천하는 것 중 하나가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다.
먹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는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등 독성이 없는 순한 용품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아이쿱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였다.
대형마트 보다는 매장수가 적지만 동네에 1~2개쯤 있는 ‘자연드림’ 이라는 곳이다.
구매해서 사용해 보니 샴푸는 생각보다 거품이 많이 나서 쓸만 했고 세안과 바디워시 겸용인 물 비누는 거품이 잘 안 나서 잘 씻기는 게 맞나 라는 의심이 들었다.
비비크림과 유기농 립밤 그리고 황토 세안비누는 만족도가 높았는데 치약은 영 아니었다.
치약은 거품이 거의 안 나서 양치를 한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치약은 손이 안 가서 1년이 지난 지금도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유방암 수술 후,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몸에 좋다는 유정란을 고집하지 않고 화장품이나 세안 제품들은 대형마트에서 구매하기도 한다.
평생 몸에 좋은 것만 먹고 바르다간 내 지갑이 거덜 나겠더라구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