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 시작

기분: 안개(foggy)

by 아로미

엄마는 딸의 유방암 항암치료 뿐만 아니라 먹는 약도 주사도 모든 치료를 원하지 않았다.


나는 항암은 하지 않더라도 먹는 약과 주사 치료는 해야겠다는 의견으로 팽팽했다.


결국, 치료 의견이 다르니 이번엔 나 혼자 진료를 보겠다고 선언했다.


‘똑똑똑’


유방외과 교수님께서는 내가 진료실에 들어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도 않았는데 항암치료를 할 것인지 물어보셨다.


“항암은 안 하겠습니다.”


“그래요, 환자분의 의견 존중합니다. 남은 치료 열심히 해 봅시다.”


“네, 교수님.”


“앞으로 5년 간 드실 약은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이 추웠다 더웠다 할 수 있어요.”


“오늘 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주사 맞는 것으로 하죠, 스케줄은 나가면 간호사가 알려 주실 거예요.”


“네...”



교수님께서는 타목시펜 약의 부작용에 대해 말씀해 주셨고 처음으로 졸라덱스라 불리우는 난소억제주사를 맞으러 주사실로 내려갔다.

“졸라덱스 처음 맞으시는거죠?”

“네.”


“난소억제주사이고 이 주사를 맞는 동안은 생리를 하지 않을 거예요.”

“혹시 생리를 하게 되면 전화 후 병원으로 내원해 주세요.”

간호사 선생님은 내게 주사바늘이 두껍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고 난 바늘을 보지 않았다.


팔에 맞는 주사바늘도 못 보는 쫄보여서 고개를 돌려버리는데 두껍다는 바늘을 어떻게 볼 것인가...

마지막까지 간호사님은 바늘이 두껍다고 말하는데 내가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고 개미목소리로 “네~” 하니


“알겠어요. 배에 힘주지 마세요.” 라고 한 발 빼셨다.


왜 자꾸 두꺼운 바늘을 보라고 하시는지 주사를 배에 맞았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유방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졸라 아파서 ‘졸라덱스’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우스개 소리가 돌았다.

덕분에 주사 이름을 금방 외웠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주사를 잘 놔주셔서 안 아팠다는 아부성 멘트를 하니 컨디션에 따라 아플 수도 있고 오늘처럼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다.




병원 앞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성형외과 진료를 보러 갔다.

교수님을 만나지 못한 3주 간 내가 느낀 것을 이야기 하였다.

“붓기가 많이 안 빠진 거 같은데요...”


“유방 바깥쪽은 말랑말랑한데 안쪽은 딱딱하고 툭 튀어 나온 곳도 있고요”


“여기 뾰루지 같은 게 있는데 잘 회복하고 있는 거 맞나요?”


교수님은 실리콘을 넣은 오른쪽 유방을 눌러보시더니

“제가 볼 때도 붓기가 많이 안 빠졌네요.” 라고 답하셨다.

내가 질문한 잘 회복하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한 즉답은 피하셨다.

모든 환자는 확신의 답을 원하고 교수님들은 한 발 뺀다.

대답 대신 딱딱하게 뭉친 곳을 풀어주는 약을 먹어보자고 하셨다.


머리를 거치지 않고 마음의 소리가 먼저 나갔다.


“약이요?”


아침에 유방외과에서 약을 처방 받았는데 또 약을 먹어야 한다니...


수술은 유방암의 끝이 아닌 시작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처방해 준 약은 부작용으로 간지러움이 나타날 수 있어서 심하면 병원에 전화를 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더 무시무시한 말은 지금 하고 있는 윗밴드를 더 꽉 조여 보형물이 밑으로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자주 병원에 와서 교수님께서 실리콘을 눌러 주어야 한다고 하였다.

지금부터는 환자분 관리에 달렸다는 말도 덧붙이는 얄미운 교수님이었다.


마지막으로 현재 음주나 흡연을 하는지 물었다.


실리콘을 넣은 유방의 붓기가 생각보다 많이 안 빠져서 혹시 술이나 담배의 영향이 있는가 싶어 질문 하셨던 거 같다.




모든 진료가 끝나고 약국에 들러 약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먼저 처방전을 냈는데 약 종류가 많아서 그런지 내 이름을 안 부르네 하며 기다리고 있으니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여성호르몬 억제 약 설명과 식단교육을 들으셔야 하는데 아직 병원 근처이시면 듣고 가시는 게 어떠세요? 10분이면 됩니다.”


약국에서 약을 받은 후 교육을 들으러 다시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학적 진료실’ 로 좁은 사무실에 간호사 4명이 근무하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뻘줌 하게 설명을 들었다.


교육이 짧긴 했지만 일하고 계신데 방해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 듣는 내내 좀 불편했다.

유방외과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겹치기도 했고 내가 이미 찾아본 정보와 같기도 해서 새로운 정보를 얻는 시간은 아니었다.


뒤이어 유방암 수술 후, 퇴원이 다다를 무렵 식단관리를 도와주기 위해 영양사님께서 병실을 방문하셨는데 같은 분이셨다.


영양사님도 나를 알아보셨다.


입원 했을 시 평소 식습관 체크 항목들과 현재 변화가 있는지를 꼼꼼히 질문하셨다.


백미에서 잡곡밥으로 바꾸고 외식을 자제하고 튀김류를 먹지 않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씀드렸다.

교육을 모두 마친 후 만족도 조사지를 작성하면서 앞으로 교육은 독립된 공간인 상담실에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적어서 냈다.


병원에 오면 하루가 금방 간다.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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