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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긋 Dec 30. 2022

활자중독? 책중독? 소비중독?

반복되는 책 구매에 대한 변명

나는 어제도 알라딘에서 결제를 한 사람이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책나르샤 서비스로 두 권을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식탁 위에 책이 놓여있으며 집안 사방이 책장이다. 문제는 다 읽지 않고 있다는 것.


다 읽지 않았다는 말에는 한 권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보지 않았다는 뜻과 내 주변의 책을 다 읽지 않았다는 뜻 모두가 담겨있다. 그래서 이런 스스로를 옹호해 보기 위해 글쓰기를 계획해봤으니 이 글들을 읽어주시는 분들께서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마음 너그럽게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어렸을 때부터 취미가 뭐냐 하면 독서라고 대답하던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계몽사 백과사전 전집도 즐겨보던 책이었고 엄마 친구분 중에 책 영업사원을 시작하신 분이 계셨는지 집에 세계 SF소설 전집 같은 것들이 있어서 쭉쭉 읽어나갔던 적도 있다. 그러고도 몇 주에 한 번씩은 헌책방에서 사 온, 정확히는 바꿔온 책들을 가져오자마자 앉아서 다 읽어냈는데. 

그랬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어서부터는 성격인지 기질인지 책을 꾸준히 읽는다기보다는 몰아서 읽게 되었고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은 읽어내지를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기 직전 혹은 지금까지도 두 눈은 계속 무언가를 읽고 있다.


책이 아니어도 읽을거리는 넘쳐난다. 스마트폰 속에 갖가지 블로그, 뉴스, 게시판이며 단톡방. 틈틈이 계속 읽어야 하는 것들을 자꾸 늘린다. 


이것은 활자중독인가.




서점 어플에 들어가면 궁금한 책은 왜 이리 많은지. 

서점 장바구니에는 늘 수십만 원어치의 책이 담겨 있기에 그중에서도 몇 권씩만 골라서 결제하는 일은 매번 괴롭다. 그렇게 주문하고 받고 택배 받아서 쌓아두고.


그래도 집 주변 걸어가는 가까운 곳에 작은 도서관도 있고 그 도서관에 없는 책은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서 받아볼 수도 있다. 이제 이 작은 집의 벽면이 대부분 책장으로 채워졌다. 그러고도 책장에 책이 가득 꽂힘을 지나 넘쳐난다.  더 이상 책을 꽂을 자리가 없어서 빌려 읽는 책이 늘어나긴 했지만 책을 사는 즐거움은 놓칠 수 없다. 


원치 않았으나 어쩔 수 없이 또 2년 만에 이사하면서 책을 줄여야지 했던 다짐은 어디 가고 나는 또 책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책을 줄이겠다는 마음은 이사할 때마다 먹는데. 인어공주도 아닌 것이 6개월이면 물거품인지 연기가 되어버린다.


책중독도 이런 책중독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그냥 책을 사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걸까? 누가 나한테 어마어마한 예산을 주고 네 취향껏 책을 사보라고 하면 신나서 살 텐데 싶기도 하다. 비싼 도록이나 도감도 잔뜩 지를 텐데.


책이라기보단 무어라도 사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닐까. 나를 곰곰 생각해보니 혹시 소비중독인가 싶을 정도로 매일 무언가를 사고 있는 것이다. 세상엔 왜 이리 사야 하는 물건이 많은가. 

가계부를 보면 매일 소비가 있다. 

자본주의에서 사는 사람이란 어쩔 수 없나.




어젯밤에 내 책은 글쓰기에 관련된 것을 샀고 아홉 살 아들을 위해서는 채사장 4권과 최재천 교수님 학습만화를 샀는데 이걸 모르는 아들은 오늘 전천당 뒷부분을 사달라고 한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저자 / 이유미

출판 / 위즈덤하우스

발매 2020.06.22.


주절거리는 일기가 아니라 남들에게 잘 읽히는 글이 쓰고 싶어서 사게 된 책. 오늘 밤 11시 전에 배송 온다. 책장 어디에 둘 책이 아니라 밑줄 그어 가며 읽을 책이다.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1 : 비글호의 푸른 유령

저자 / 황혜영

출판 / 다산어린이

발매 2022.11.02.


통섭으로 유명한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님의 어린이 대상 책이 나왔길래 아홉 살 아들 읽어보라고 앞뒤 재지 않고 사버렸다.


채사장의 지대넓얕 4 : 보이지 않는 손

저자 / 채사장, 마케마케

출판 / 돌핀북

발매 2022.08.20.


어려울지도 모르는 내용인데 만화라는 형태라서 인지 아홉 살이 잘 읽고 있는 시리즈이고 3권까지 여러 번 읽으며 다음 이야길 궁금해하길래 이번에 샀다.



이렇게 오늘도 나는 각각 나름의 이유를 들어 새로 책을 주문했는데 저기 저 식탁 위에는 읽으려고 빌린 책 두 권이 첫 장조차 열리지도 못한 채 그대로 놓여있다.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저자 / 가바사와 시온

출판 / 쌤앤파커스

발매 2022.11.01.


인간 플랫폼의 시대

저자 / 배명숙

출판 / 스노우폭스북스

발매 2016.11.25.


서로 관련 없는 책들의 한 무더기. 

마치 정리되지 않고 이거 하다가 저거 하는 짧은 집중력의 뇌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그래도 '읽으려고 하는 내가 자랑스럽다'라고 긍정 최면을 걸자. 


나는 읽으며 배우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오늘은 내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대략의 이러한 소개글로 마치기로 하고 다음에는 어째서 빌려 읽기보다 사서 읽는지에 대해 써보도록 하자. 40년 넘게 다양한 사건 겪으며 살다 보니 "그까이꺼 괜찮아. 별거 아냐." 이 문장이 가진 힘을 믿게 되었다.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계속 글을 쓰게 되길 바라며. 


에필로그


사실 이 글은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했던 글 1번이다.

보기좋게 탈락. 


12월 첫째주의 상황이었고 지금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최근에 새로 산 책이 없어서 오늘 좀 2022년 마지막으로 사볼까 하고 있다.

오늘 사게 되는 책은 다른 새로운 글로 만나자. 

역시 책소비중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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