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탕! 총소리 아니고 커피 에스프레소 내리는 소리의 일부분이다.
커피원두를 그르르르르르르 하고 갈아서 에스프레소 머신에 넣고 고압으로 추출한 다음, 그 젖은 원두를 쏟아내려면 뒤집어서 내리쳐야하는데 그때 이렇게 큰 소리가 난다.
임신 7개월차의 나는 이 소리가 배 속의 아가에게 너무 큰 부정적 자극이 될 것 같아서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는 편이라서 더 민감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그때의 나는 그 소리가 싫었다.
2014년 네이버 블로그에 적어둔 몇개의 포스팅이 있어 팩트체크가 가능했다. 임신 6개월차가 되어가니까 다리에 쥐가 나서 고생했다던가 조금 걸었더니 배뭉침이 있었다는 글들. 8월이 출산예정일이다 보니 날은 점점 더워지고 몸은 무거워지고 힘들었던 상태. 그런 내가 커피 내린 후 탕! 하고 나는 소리가 더더욱 귀에 거슬리고 아기도 신경쓰일 수 밖에 없었을 거다. 몇 번 거슬리기 시작하니까 나 그만둬야겠어. 하고 어느 순간 결정해버렸다. 남편의 업장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던 거라 더 쉽게 퇴사를 결정했을 거다. 사실, 등록된 직원도 아니니까 퇴사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2014년 갑오년 그 좋았던 해에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 팔다가 그만두고 첫째를 출산한 거다. 주저주저 하며 계속 일했다면, 2022년의 둘째 때처럼 마지막 즈음에 조기진통으로 고생했을 수도 있었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일을 그만두고 쉬다가 아기를 낳은 것이 참 잘한 선택이다.
2022년 4월에 둘째 출산 예정을 앞두고는 엄마라는 일을 그만둘 수 없어서 계속 하고 있었다. 첫째 임신 했을 때는 7개월차부터 쉬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그 같은 개월차에 이사까지 했다. 이사 하기 전 새 집을 알아보는 것도 임산부인 내가 했지만 이사후 집 정리도 내 몫이었고 그 당시의 남편은 더더욱 없는 존재였다. 배뭉침이 있어도 첫째 데리고 학원 오가며 챙기며 생활 하다보니 뱃속의 둘째는 말그대로 둘째치고 였달까. 둘째 낳으라고 다 도와준다던 그 남자는 어디로 사라졌나. 그러니까 결국 조기진통이 오고 유토파 주사제를 이주일 꼬박 채워서 맞게 되었던 거다. 이제 와 되돌려 생각하니까 둘째한테 더 미안해진다. 우리 첫째가 참 여러모로 복을 많이 갖고 태어났구나 싶고.
모든 일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더라. 그 시기를 잘 헤아려서 살아내는 것이 현명해지는 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