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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Sep 27. 2024

*박한영부터 신석정까지

- 5주간의 대장정 인문학강의(181)  -

지난여름은 참으로 열탕이었고 그 꼬리가 길기도 했다.

9월을 넘어서 중순에 이르기까지 기세가 꺾일 줄 몰랐다.

그러더니 추분고개를 넘으면서 하룻밤새 꼬리를 내리는 것이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그 여름의 열기를 뚫고, 가고 오는 시간 합해서 하루에 4시간 이상을 길에 깔며, 군산에서 전주까지  5주간의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정확히 말하면 세 번째 강의는 몸이  아파서 부득불 결강을 했으니 나는 완주하지는 못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었다.

이 나이에 새삼 향학열이 뻗친 것도 아니고, 아무리 좋은 강의도 듣는 순간뿐이고 열에 아홉은 빠져나가지만 그냥 들어보고 싶었다.

고맙게도 길을 놓아주고 발이 되어준 후배 모니카 님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게도 많은 스승이 계셨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어디 그뿐이겠는가? 

스치듯 지나가며 좋은 언행과 인품으로 깨우침을 준 분들 또한 스승이라면 그 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문학으로 내게 길을 열어주신 스승은 누구라고 딱히 꼽을 수가 없다.

내 학창 시절 선생님들 중에는 문단에 이름을 내건 사람이 없다. 초중고 문예반 선생님들의 칭찬이 내게 문학으로의 꿈을 키워주었고, 고등학교 대학 때 지역문인들 모임에 데려가주신 이창열선생님, 고 헌 교수님, 시의 씨앗을 칭찬하고 아껴주신 시인 이병훈선생님이 전부이다.




이번 인문학강의 주제가 주로 전북지역 출신이며 전북지역에서 다년간 활동했던 작고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재조명하는 것이었다. 천재들의 스승 석전 박한영부터 가람이병기와 신석정까지.


제5강은 지난주 4강에 이어 석정의 시와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

시인 김사인의 방대한 앎과 사유가 느릿느릿한 언변으로 풀려나오는 시간이 때론 답답하기도 했지만, 소년 같은 해맑은 웃음과, 석정의 시 앞에서 시를 처음 만난 소년처럼 감탄하는 모습이 너무 선하고 맑아 보였다.

그래서 때로는 약속한 두 시간이 세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어두워지는 귀가 길을 걱정하는 우리를 붙잡고 있었다.


태산준령 같은 세 분의 삶과 문학적 업적을 이야기하는데 짧은 5주간(10시간)의 시간으로 가능 키나 하겠는가? 시간은 짧고 할 얘기는 많고...

남은 이야기들은 언젠가 인연이 닿는 곳에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어제는 마지막 강의라서 인지 다른 어느 때보다 빈자리 없이 만석을 이뤘다.

안 봐도 짐작건대 세 시간 가까이 갔을 테지만, 군산에서 약속된 다른 모임이 있어서 서둘러 나오는 무례를 범했다. 많이 아쉬웠다.


격을 못 갖춘 인사로 아직 작가 손에도 넘어오지 못한 나의 시집 < 제6시집 시발詩勃>을 출판사대표가 네 분께 드리고 왔다.



*아쉬움으로 제4강과 5강을 짧게 주워 담은 메모를 붙인다.


(신석정)


*1907 생~1974멸 영월신 씨

*1919 부안보통학교 입학

*1930 중앙불교전문강원(석전 박한영선생에게 수학)

*석정이 머무시던 당호

청구원(부안, 1951년까지 거주 )

비사벌초사(1952년에 옮김. 전주)


1954 전주고등학교 교사로 근무

1955 전주대영생대에서 시론 강의

*옥성당이라는 4대에 걸쳐 한의원을 해온 집안

*18살 되던 해 남구현(진외가 쪽 사람)을 만남. 문학에 빠지게 만든 인물로 꼽는다.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외 다수의 석정 시 감상

석정의 시를 목가적 서정시라고 평한 김기림 (그러나 석정은 현실 참여적, 저항시를 꾸준히 써왔다.)

석정의 시어: 우아함, 우미함, 맑음

*생전에 낸 시집 5권

*유고시집 2006년 여섯 번째 시집

(돌아가시기 전에 원고를 모두 만들어 둔것을, 돌아가신 뒤에 출간했으므로 생전 출간작품에 제6시집을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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