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강의와 시 낭독회(187)
10월 24일! 촘촘하게 짜 내려온 시월의 비단피륙에 마지막 한송이 어여쁘고 향기로운 꽃을 수놓았다.
돌아보니 페북이라는 공간 인산편지에서 인연을 맺은 지 4년쯤 되어가고, 오프라인으로 각지에서 모인 문우들과 얼굴을 익히고 만남을 가진 지도 몇 차례 되는 것 같다. 그 중심에는 11년째 주말과 휴일을 뺀 매일아침 인산편지를 전하고 있는 인산 김인수장군 작가님이 계신다.
작년봄 내 시어머님 영결식장에 그것도 늦은 시각에, 몇 분의 회원님과 먼 길을 찾아와서 위로를 전해주신 인산작가님을 참 고맙게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
시인 수필가 소설가로 글 쓰는 일도 바쁜데 여기저기 인문학강의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김인수장군이 군산에, 옥정리에 한 번 와보고 싶어 하셨다.
미루고 미루다 10월 24일로 날을 잡아놓고 나는 나대로 걱정이 많았었다.
귀한 분을 오시라 해놓고, 겨우 밥 한 끼 같이 먹고, 볼 것도 없는 시골집 쓱 둘러보고 가게 하자니 맘이 불편했다.
그렇다고 체력도 시원찮은 노친네가 앞장서서 군산 이곳저곳을 안내하는 일도 볼 성사나운 일이다. 실은 군산 토박이로 칠십몇 년을 살고 있지만 어디가 볼거리 먹거리가 좋은 지 나도 잘 모른다.
궁리 끝에 옥정리 우리 집에서 깜짝 이벤트를 벌이기로 했다. 봄날산책 모니카대표님의 동조를 얻고, 우리 시낭송회원들의 협조를 청하기로 했다.
처음 예상하기로는 대전, 계룡 인산작가님 쪽에서 독서모임회원 8~9명과 우리 쪽 10명 정도면 균형이 맞을 듯싶었다.
우리 한시예(한국시낭송문화예술원) 회원들도 9월과 10월 거듭되는 행사를 소화해 내느라 모두 힘들었다.
아직도 직장에 나가는 사람도 있고, 하는 일이 많아서 시간을 빼내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인 일로 시간을 빌리기가 어려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는데, 와! 이들이 누구인가? 시를 사랑하고 가슴이 뜨거운 의리의 군단이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전 쪽에서 오신 일곱 분의 귀빈과 군산팀을 합해 31명이 옥정리에 모였다.
시간차를 두고 조금 늦게 오고 조금 일찍 자리를 뜬 사람도 있었지만 암튼 옥정리 마당에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처음이었다.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태준 우리 한시예가족에게 너무너무 많은 사랑빚을 졌다.
격조 있는 찻자리를 마련해 준 이숙자선생님 부부, 백련꽃차와 꽃바구니로 분위기를 살려준 꽃천사님, 똑소리 나게 낭독회 진행을 맡아주고 떡배달까지 해준 모니카대표님 부부, 모시송편과 한과와 귀한 차를 후원해 준
은혜선생님, 귀녀선생님, 그리고 가을의 낭만을 담뿍 느낄 수 있도록 낭랑한 목소리로 시낭송을 해주신
김인숙 김미정 나미숙 낭송가님, 계룡의 김응희 낭송가님, 너무너무 멋졌고 감사하다.
그리고 맛집을 골라 김밥과 어묵을 주문 배달 해준 내 친구 은숙이도 고맙고, 청소부터 의자배치며 마이크시설까지 아낌없이 도와준 우리 집 대장(남편)께도 고마운 마음 전한다.
무엇보다도 먼 길 달려와서 자리를 빛내주신 계룡 대전 쪽 귀빈들께 감사드린다.
인산 김인수(장군) 작가님께는 강의료도 없이 인문학강의를 청해서 귀한 말씀을 함께 듣는 복을 누렸다.
깊이깊이 감사드린다.
나의 여섯 번째 시집 <시발>에 실린 시를 낭송하고, 돌아가며 낭독하는 시간까지 가졌으니 내게는 더없이 특별하고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찬란한 시월의 한날! 이곳 옥정리에 참석하신 모든 이에게 골고루 오래도록 축복 있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