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
2023년 1월 14일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길 성공했다.
2023년 새해를 기점으로 일주일간 순항을 하던 6시 아침기상은 둘째 주부터 난항을 겪었다. 일어나길 성공한 날도 실패한 날도 있었다. 문제는 일어나길 성공한 날에도 졸린 눈으로 비몽사몽 하다 슬며시 피어오르는 게으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성공을 성공이라 부르지 못할 일이 반복되었다. 제대로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마음은 부채감으로 남아 뿌듯함보다 죄책감이 생겼다. 왠지 실패를 성공으로 포장한 듯 불편한 감정이 일어났다.
6시 아침기상은 언제나 바라던 일이었지만 꾸준히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다. 감사하게도 2023년 새해 시작과 함께 미라클모닝 모임을 이끌어주셨던 분이 계셨기에 얼떨결이지만 용기 내어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야심 차게 시작했던 탓일까? 2023년 1월 1일 산뜻한 출발을 기대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어딘가로 떠나지는 않더라도 새해 일출을 집안에서나마 보기를 계획했으나 그 대신 난 아주 숙면을 취했다. 6시는커녕 7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왔다.
나는 나를 위로했다.
'그래. 이런 출발도 나쁘지 않지.'
일주일간 미라클모닝에 성공했지만 사람의 습관은 잘 바뀌지 않는다더니 마치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늦은 취침시간은 계속되었다. 보이지 않게 쌓인 피로감 탓인지 하루 미라클모닝을 놓치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몸과 마음이 정신없던 바빴던 2022년 연말에 이은경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브런치작가가 되고 늦게나마 5편의 글을 발행했는데 2023년이 되자 1월은 정작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조바심이었다. 안 하고 있는 건지 못하고 있는 건지 야심 차게 도약하려 했던 2023년은 1월 1일을 기점으로 미궁에 빠지고 있었다. 날짜가 하루하루 쌓여가면서 옅어졌다고 생각했던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 두려움은 내가 미루어 둔 것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조금 남은 것들일까?'
2023년 1월 14일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바로 몸을 벌떡 일으켜 상쾌한 아침을 시작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나는 침대에서 30분가량 뒹굴거리다 6시가 다 되어갈 때쯤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6시 미라클모닝을 맞이하니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물며 음악과 함께하는 토요일이라니 어찌 안 좋을 수 있을까. 수고로우실 텐데도 매일 아침을 열어주시는 작가님께 감사하다.
오늘의 미라클모닝의 시작이 기분이 좋았던 것은 혹시 6시가 되기 전에 미리 일어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지피지기면 백승백승’이라 했다.
‘미라클모닝’도 중요했지만 잠시 멈춰서 우선 '나'에 대해서 되돌아봐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원래 야행성 체질이었다. 청소년 시절 시험기간이 되면 가장 집중이 잘되는 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3시였고 벼락치기는 새벽 5시까지 이어지곤 했다. 그 명분으로 시험기간에는 초저녁 잠(저녁 8시~밤 10시)과 새벽 쪽잠(6시~7시)을 루틴 삼아 학업을 이어갔다. 깊은 침묵과 같은 한밤 중의 고요가 좋았다. 그 속에 정적이 흘렀고 그 속에 자유함이 느껴졌다. 나는 그게 좋았다.
하루하루를 성실히 생활하시며 부지런함을 강조하시던 부모님 덕분에 중학교시절 등교 전 아침운동을 하곤 했었다. 새벽에 일어나기는 힘들었지만 막상 일어나 밖을 나서면 차갑지만 깨끗한 공기가 내 숨결에 닿아 내 몸과 정신을 일깨웠다. 넓은 운동장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배드민턴은 그야말로 건강 스포츠였다. 가끔 내 체력을 넘어서는 조깅을 하고 나면 식욕이 완전히 사라져서 억지로 아침밥을 먹고 등교하곤 했다. 자발적이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자발적일 수는 없기에 이 모닝루틴은 어느샌가 사라졌다.
취업을 위해 공부가 필요하던 이십 대 초반의 시절,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의 새벽 5시를 보았다. 새벽 6시는 아침이 밝아오기 전 어스름함이었다면 새벽 5시는 칠흑 같은 어둠에서 어스름으로 나아갔다. 새벽 5시경 올라탄 버스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부지런하게 아침을 시작하고 계셨다. 번화가의 도로에는 지난밤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분주한 새벽일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왠지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공유하며 하루를 시작했던 그 시절이 가끔 떠오른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어스름한 새벽, 차갑고 신선한 공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그 역동적인 에너지가 때로 그리움이 되었다.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마흔 살을 ‘불혹’이라 하여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 하였다. 하지만 내 의식과 내 몸은 별개이고 또 하나인지라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아도 내 의식이 원하는 바대로 계속하기에는 내 몸에 쌓인 피로가 많았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나이 탓이었을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야행성습관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야행성체질과 체력저하라는 두 가지 변명을 뒤로하고 건강한 삶의 루틴을 위해 다시 미라클모닝을 결심해 본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처럼 오늘 하루 한걸음을 시작해 본다. 당분간은 역동적인 새벽을 꿈꾸며 작은 실험적 실천을 거듭하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2016년 구입하고 한 번 읽어보고 저 한편에 고이 두었던 책을 찾아본다. 「미라클모닝」(할 엘로드 지음, 한빛비즈출판, 2016년)에 ‘당신 하루를 바꾸는 기적 아침 6분이면 충분하다’는 부제가 썩 마음에 든다. 곳곳에 형광펜과 밑줄이 그어져 열심히 읽었던 흔적이 보이지만 마치 처음 만난 책처럼 내 기억 속에는 없다.
"오늘을 마지노선으로 그어라." (미라클모닝, P73)
2023년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미라클모닝」 속 ‘기적의 6분’을 되새겨본다.
기적의 1분.
고요히, 평화롭게, 그리고 천천히, 깊이 호흡하며 앉아 있다.
기적의 2분.
나의 무한한 가능성과 우선 과제들을 상기시켜 주는 다짐과 확신의 말을 꺼내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큰 소리로 읽는다.
기적의 3분
눈을 감거나 비전보드를 보며 눈에 보이는 듯 생생하게 성과를 그려본다.
기적의 4분
감사함을 느끼는 대상, 자랑스러운 기억,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들을 일기장에 적어보는 데 1분을 쓴다.
기적의 5분
이제 자기 계발서를 한 권 뽑아 들고 한쪽이나 두 쪽을 읽는데 기적과 같은 1분을 투자한다.
기적의 6분
마지막 1분은 일어서서 몸을 움직이는 데 쓴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 알게 된 것은 기적의 6분 중 마지막 1분이 현재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해결책이라는 점이다. 미라클모닝이 아니었으면 당장 찾아보지 않았을 이 책, ‘새벽 ’ 주제 글쓰기가 아니었으면 지금 읽어보지 않았을 이 책을 다시 보게 해 주신 두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이 오늘 아침 이 책을 천천히 펼쳐본다.
부끄럽지만 위 글은 2023년 1월 14일 작성된 글입니다.
2023년을 반이나 훌쩍 넘기고도 글을 발행하지도 미라클모닝을 이어가지도 못해 그동안 잠들어 있던 글입니다. 더 이상의 후회와 죄책감으로 남지 않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내일부터 미라클모닝의 의지를 다시 되새기며 발행 버튼을 눌러봅니다.
인사가 너무 늦었지만 미라클모닝을 시작해 주신 작가님, 짧게나마 함께 글쓰기를 진행해 주셨던 작가님 그리고 [얘들아]의 미라클모닝 단톡방 작가님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림자처럼 존재했지만 그 공간에서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었기에 계속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6시!
'굿모닝'을 외칠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해 보겠습니다!
고마워요. 미모닝 작가님들!
※ 사진출처 : Image by Joe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