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김치 좋아하세요?
11월 22일 김치의 날.
김치산업의 진흥과 김치문화를 계승ㆍ발전하고 김치의 영양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하여 지정한 날 _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김치의 날을 맞이하여 깍두기를 담았다.
작년 이전에는 김치를 담아본 적이 없었다. 대학생 시절에는 아무래도 지갑이 얇다 보니 김치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사기에는 부담이 컸었다. (자취하면서 고춧가루가 엄청나게 비싼 식재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인이 된 이후로 스스럼없이 고춧가루를 사놓고 종종 김치를 담아먹었다. (고춧가루 집에서 받아가면 되는데 왜 샀냐고 혼났다.)
물론 본가에서 김치를 받아오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묵은지가 아닌 겉절이가 먹고 싶을 때도 있고 다른 종류의 김치가 먹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은가.
코로나 격리 기간 동안 여름배추김치를, 여름 끝날 때 즈음에는 알배기배추김치와 깍두기를 담았다.
얼마 전에는 오이 고추와 오이를 함께 섞어서 무침을 만들어먹었다.
무침으로 만들어서 금방 먹으려고 했는데 며칠이 흘러 조금 익었더니 맛이 깊어져서 오래 두고 먹었다.
나름 김치제조 경험이 있는 자취생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에 깍두기를 새로 담은 계기는 단지 냉장고에 2주간 묵혀있던 무를 해치우기 위한 간단한 이유이다.
여름 끝날 때 즈음에 만들었다던 깍두기는 미숙한 실력의 결과물이었다.
원래 무를 소금과 설탕을 함께 넣어 절여야 하는데 설탕을 홀라당 빼먹었으며 절이는 시간도 짧게 하는 바람에 제대로 절여지지 않는 바람에 부드러움이 덜해 아쉬운 깍두기였다.
실패 이후로 다시 담그는 깍두기이기에 엄마에게 미리 레시피를 전수받아 공들여서 만들었다.
겨울무는 한쪽에 초록색이 있고, 여름 무는 전체가 흰색으로 되어있으며 겨울무가 여름보다 단 맛이 더 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겨울무였지만 껍질 상태가 좋지 않아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겉을 다 벗겨내자니 단맛이 많이 들어가 있는 껍질을 없앨 수가 없었고 아무리 세게 문질러도 생채기 난 곳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알게 된 방법은 칼날을 세워서 긁어내는 것이다. 칼날을 옆으로 살짝 숙여 긁어내면 껍질이 벗겨지는 것이고, 세워서 좌우고 긁어내면 생채기 부분만 얇게 벗겨진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고, 1/6 정도는 양념장에 넣을 무채로 썰어냈다.
설탕 대신 당원(뉴슈가 등) 아주 약간과 소금을 한 스푼 넣어 골고루 무쳤다. 당원 첨가물 중에 삭카린나트륨의 함유량이 적을수록 단맛이 덜한 것인데, 내가 가진 당원은 20%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단맛이 많이 나는 편이라 소량만 넣은 것이다.
절이고 나서 한입 먹어본 무는 아주 달달했다. 인위적인 맛이 아닌 무 자체에서 흘러나온 단맛이었다.
양념장은 부족한 게 싫어 넉넉하게 준비했더니 무 세 통은 담을 수 있을만한 양을 만들어버렸다. (남은 양념은 대파 한대 사 와서 무칠 예정)
양념까지 무친 후에 먹어본 깍두기는 정말 맛있었다.
엉성했던 이전의 김치와는 다르게 잘 절였기에 익고난 후의 맛이 기대될 정도였다.
우리는 늘 누군가가 해주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부모님이 만들어 주시는 음식, 식당에서 먹는 음식 등 그저 나오면 나오는 대로 먹는 식사이기에 각 메뉴마다 어떤 재료가 들어가고, 들어가는 재료들의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히 파헤쳐 볼 기회는 드물지 않을까 싶다.
요리의 매력은 직접 만들고 예쁘게 플레이팅하여 맛있게 먹는 것에 단순히 그치지 않고 각 재료들의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보관해야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생활지식을 함께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자주 먹거나 좋아하는 음식의 재료를 직접 사서 만들어 본다면 소소한 추억거리는 물론 본인의 생활력을 한층 더 쌓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