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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커 Nov 30. 2023

2023년 11월 4주

브랜드 기획자의 일 #6

01. 그룹 웹사이트 리뉴얼

지난 3월부터, 약 8개월 동안 진행해온 그룹 웹사이트 리뉴얼을 마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선 런칭은 했다. 프로젝트를 런칭하는 게 처음도 아닌데, 조직이 바뀌니 다시 머리와 손발이 리셋된 느낌이었다.

런칭을 앞두고 바쁘게 남은 업무를 진행하던 중, 홍보팀에서 보도자료 작성을 위한 자료 전달을 요청했다. 프로젝트 진행 의도를 정확하게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행이다 싶었고, 한 편으로는 미리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웠다. 대외 홍보만큼,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내부 구성원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우리는 기업 웹사이트를 작업했고, 그 기업에 속한 사람들은, 달리 말하자면 클라이언트나 다름 없었다. 또 한 편으로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동료들이기도 했다. 이들이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고, 납득하고, 프로젝트를 좋은 방향으로 바라봐준다면 그걸로 절반은 성공한 게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사내 인트라넷에 처음으로 게시글을 남겼다.

프로젝트 홍보를 위한 노력 1, 2

런칭을 하고도 아직 남은 업무가 꽤 된다. 프로젝트 멤버가 제한적이라 정해진 일정에 맞춰 개발하기 어려워 미뤄두었던 페이지 개발 작업, 몇몇 사업부에서 런칭 직전에 요청한 수정 건들, 그리고 런칭한 후 발견되는 몇몇 오류들과 오탈자, 잘못 반영된 이미지 등. 마지막 미션은 "급하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8개월 동안 잘 이어진 프로젝트 완성도 높여 마무리하기"이다.



02. BX팀 SNS 채널 운영 (브런치 원고 작성)

글 쓰는 일이 가장 어렵다. 개인 계정에 올릴 브런치 글 하나를 완성하는데도 며칠이나 걸리는데, 팀이나 회사의 이름으로 쓰이는 글은 더 신경 쓰이고 오래 걸리는 편이다. 왜 글 쓰는게 이렇게나 어려울까?를 생각했을 때,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고, 또 보는 사람에 따라 잘/잘못 쓴 글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쓴 글이 팀장님 마음에는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또 이 글이 실장님 마음에는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어렵다.

내가 일할 때 가지고 가는 한 가지 철칙이 있는데, 나의 직속인 팀장님 한 사람도 설득하지 못하는 글이나 기획이라면 삭제되어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철저히 팀장님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가지고 가는 철칙이다. 또 잘 쓰인 글은 누가 봐도 티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피드백을 받아들인다. 아직은 내 깜냥이 한참 모자라기 때문에 원고 하나를 작성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긴 글이 이어지다 보니 분명 바다로 가고 있었는데 눈 떠보면 깊은 산골짜기인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번 주엔 팀장님과의 1on1 미팅이 있었는데, 그때 대화를 나누며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은 내가 원고 작성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술가도 작가도 아닌 기획자의 글은 분명 하나의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라 함은 분명한 의도(왜), 방향(어떻게), 타겟(누구에게), 목적(무엇을), 목표(얼마나), 매체(어디에서)를 정하고 시작해야 하는데, 원고를 작성하는 일에는 이런 공식을 적용하지 않고 일해왔다. 주로 "여기에 올릴 글은 이런 식으로 쓰여야 해." 정도로 매체만 고려해온 것이다. 상당히 큰 오류다. 어쩌면 내 작업에 오류가 있다는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이 오류를 발견했으니, 내일은 좀 더 나은 원고 쓰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실낱과도 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어렵게 어렵게 쓴 원고들의 아카이빙



03. 팀장님과의 1on1 미팅

우리 팀에는 몇 가지 문화가 있다. 매월 한차례 전시나 팝업 등 영감을 얻을 곳을 직접 방문해 업무와 관련한 인사이트를 얻는 '인사이트 탐방',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다른 조직의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각자의 답을 찾는 '업무 교류회', 그리고 격주간 팀장님과 업무나 개인의 커리어 등 직무에 대해 개별로 면담하는 '1on1 미팅'. 작년 이맘때쯤 이직해 아직까지 크고 작은 불만 없이 만족하며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건 건강한 팀 문화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1on1 미팅은 지난 9월 이후 두달 만에 진행되었다. 그동안 일도 바쁘고 사내 행사들이 겹쳐 미뤄왔었다. 지난 미팅을 마치고, 공백기를 가질 것이라고 결정한 팀장님은 모든 팀원들에게 일일이 긴 글의 메일을 보냈다. 그 내용은 1on1 미팅에 대한 리뷰였고, 나 개인의 성장을 위한 업무적/커리어적 피드백과 조언이었다. 같이 일하는 팀장님께 감동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번 1on1 미팅을 준비하면서 두 달 전에 받은 그 메일을 다시 열어봤다. 그리고 천천히 답을 적어 나갔다. 답장은 점점 지난 1년간의 회고가 되고, 회고는 점점 반성문이 되어갔다.

팀장님과의 1on1 미팅 아젠다

날짜가 다가와 1on1 미팅을 했다. 진행해 온 / 진행하는 / 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대한, 요즘의 고민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오고 간 대화의 결론은 "공부가 필요하다"였다. 9년 차 실무자가 아닌 1년 차 브랜드 기획자의 마음을 갖자. 커리어를 전환했으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정확하게 가자는 의도였다. 최근 본 브랜드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라는 팀장님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답을 하지 못한 건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고, 기억이 나지 않는 건 굳이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기획자가 브랜드들의 기획 활동을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꽤 충격을 받았다. 그날로 폴인 멤버쉽과 업계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레터를 몇 군데 구독했다. 이제 의도적으로 브랜딩을 공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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