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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림이스트 포로리 Nov 03. 2023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누구를 위한 미라클 모닝인가?!

  향긋한 모닝커피와 내 아침을 깨워주는 상큼한 입맞춤...

아, 입맞춤은 없구나. 

새벽 4시 30분. 우리 부부는 적진에 잠입하는 스파이처럼 은밀하게 안방을 빠져나온다. 그러고는 각자의 자리에 앉아 개인의 시간을 불태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3시가 다 되어야 잠자리에 들었고, 주말에는 4시 반에도 잠들곤 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우리의 밤은 불야성이었다. 


  육아를 시작한 초기에도 여전히 새벽에 잠들었고 그런 하루가 당연하다 여겼다.

문제는 아이가 자라면서 시작되었다. 우리의 밤을 위해서 아이를 일찍 재운 게 화근이었나. 아이는 새벽같이 일어나 우리를 깨웠다. 


  아이가 보통 8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가니 6시에 일어나는 건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새벽 4시에 잠든 우리에게 6시에 일어나라는 건 너무도 가혹한 일이었다. 새벽 4시까지 깨어있지 말고 12시에는 자자고 다짐했지만 그 습관 어디 갈까. 2시가 3시 되고 또 4시에 잠드는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 우리는 시간을 바꾸기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자!"


  4시에 잠드는 게 아니라 4시에 일어나 보기로 했다.

맘먹은 대로 바로 일어나면 미라클 모닝이 아니겠지. 아이와 함께 자기 위해 8시 반에 누웠는데 눈이 말똥말똥하다. 이미 습관이란 게 있는데 잠이 안 온다. 뒤척이다 겨우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니 피곤하고. 이게 맞나 싶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새벽에 일어나는 게 맞는 거 같고 몸은 힘들고 혼돈 속에 있을 때, 다시 결심했다.


"딱 2주만 일어나 보고 안되면 때리 치자!"


  첫 3일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하루 종일 멍하고 커피를 마셔도 졸렸다. 새벽에 일어나서도 멍하니 있는 게 일어나는 목적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렇게 4일째가 되던 날, 3일을 잠을 제대로 못 자니 너무도 피곤해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다. 그 덕분이었을까 수월하게 일어났다. 


"오? 괜찮은데!"


  다섯째 날도 수월하게 일어났지만 저녁이 문제였다. 우리에겐 불금이 있었다. 나는 고뇌에 빠졌다. 주말은 쉬고 평일만 새벽 기상을 할 것인가. 주말도 할 것인가! 내가 나를 아는데 주말에 안 하면 월요일 또 안 할 것 같아서 주말도 일어나기로 하였다.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책도 보고 일기도 쓰고 강의도 듣고 공부도 했는데, 7시였다. 아이가 일어나 밥도 차려주고 설거지도 하고 뒹굴뒹굴하는데 아직 9시도 안되더라. 


"왜 아직 9시가 안됐지? 11시 아니야?"


  새벽 기상의 단점은 하루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늦게 잘 때는 어영부영 일어나면 11시였고, 밥 먹고 어영부영하면 4시가 되었다. 그러다 또 어영부영 밥 먹으면 밤이 되었는데, 부지런히 할거 다 해도 9시가 안되다니! 이건 문제가 있는 거다.


"박물관이나 갈까요?"


  예정에도 없던 박물관이었다. 박물관 개관시간이 10시니까 뭐 지금 출발하면 문 열고 시간 딱 좋겠다 싶어 박물관에 갔다. 일찍 도착하니 주차장도 널찍해서 편한 자리에 주차하고, 사람들이 없어 여유롭게 관람하다 집에 가자 싶으니 사람들이 들어왔다.


"오, 여유로운데!"


  하루가 알차게 보내고 나니 여유도 생겼다. 건강도 더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새벽 기상이 어느  덧 2년이 되어간다. 당연한 듯 물 흐르듯 새벽 기상이 몸에 익어가는데 문제는 아이들도 새벽 기상을 한다. 예전엔 자다가 눈떠도 엄마, 아빠가 자고 있으니 그냥 누워서 뒹굴뒹굴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지금은 스프링 튕기듯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더 자렴, 아직 새벽이야."


  일찍 깰 때는 5시에도 깨고 늦잠을 자야 7시다. 평균 6시 30분이면 눈 비비고 일어나 품을 파고든다. 6시 30분에 깨는 건 괜찮지만 5시에 일어나면 이건 새벽 기상을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다. 아이를 안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궁둥이를 토닥이면서 자라고 주문을 외우지만 아이는 이미 눈을 뜬 상태.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온다. 혹시라도 다른 집이 시끄러울까 봐 나 혼자 노심초사다. 


  새벽에 일어난 아이들은 신이 난다. 아빠 게임을 구경하기도 하고, 엄마의 새벽 북클럽 모임에 인사도 한다. 자기들끼리 책을 보기도 하고, 주말에는 게임도 한다. 물론 선순환도 존재는 한다. 아이를 깨워본 적이 없다는 것. 학교 가야 한다고 깨워본 적 없이 아이는 스스로 일어나 공부도 하고 엄마한테 기웃 아빠한테 기웃. 동생도 형 따라서 아빠한테 기웃 엄마한테 기웃 형한테 기웃. 그러고는 장난감으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곤 한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조용한 새벽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막내는 엄마의 컴퓨터에 참견을 한다. 


  5시부터 깨서 놀면 아침도 일찍 차려야 한다. 보통 7시 반쯤 먹는 아침식사가 6시 반으로 훅 당겨진다. 밭일 나가는 농부도 아니고 6시 반에 아침상이라니. 이건 누구를 위한 미라클 모닝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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