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50분 주위는 고요하고 어두컴컴하다. 택시에서 내려 쉐산도 파고다에 오른다. 그리고 기다린다.
해넘이를 보고 해돋이를 보는 것이 삶의 대부분이 되어 버린지 1주일이 되어 간다. 어제 데자힛 파고다에서 해넘이를 보고 이 아침 쉐산도 파고다에서 해돋이를 기다린다. 어슴푸레하던 사위가 훤해진다. 한 시간 가까운 그 기다림이 얼마나 황홀한지를 알아버렸다. 이제는 사방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찾아야 한다. 해가 떠오르는 그 지점을 정확히... 어렵지 않다. 곧 붉은 기운이 어딘가에서 떠오를 테니까 말이다.
그때였다. 눈앞에 한국인들이 줄지어 나타난 것은.
우리나라 단체 여행단이 인솔자를 따라 언덕길을 올라가는 듯하더니 곧 다시 내려간다.
'어.. 왜 다시 내려가지? 이제 곧 해가 뜰 텐데...'
그때 누군가가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휴... 좀 더 일찍 올라왔어야 볼 수 있었는데..."
쪼그려 앉아 있던 나의 친구가 벌떡 일어나더니 마침 대열의 제일 뒤에서 우리 앞을 지나치고 있던 그 여행단의 인솔자에게 말을 건넨다.
"아니... 해가 아직 안 떴는데... 이제 곧 뜰 텐데... 그냥 내려가시면 어떻게 해요?"
" 우리는 그다음 일정이 빡빡해요. "
" 그래서 저분들께는 이미 해가 뜬 거라고 하신 거예요?"
" ..................... "
어느덧 일출 일몰 전문가가 되어 버린 나는 답답하다.
'일출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주위가 환하면 해가 이미 떠오른 걸로 아는구나.'
그리고 그때 엄마가 떠오른다.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우리 엄마는 세계 곳곳을 많이 돌아다녔다. 호기심과 탐구심을 가지고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이곳저곳을 누비며 진정한 여행가다웠던 엄마. 그런데... 우리 엄마가 다녔던 여행은 모두 패키지여행이었다.
'우리 엄마는 이렇게 다녔던 거구나.'
엄마에게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 여행을 알려드리고 싶다. 그런데... 엄마 나이에 자유 여행이 가능할까? 70이 넘은 엄마에게 자유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는 것이 무모한 것일까? 가능할 것 같다. 작년에 엄마와 제주 올레길을 걸었었다. 엄마가 나보다 더 잘 걸었다. 그래! 해보자! 어디로? 일단 지금 이곳으로! 내가 완벽하게 가이드할 수 있는 미얀마 이곳으로 엄마와 함께 다시 와 보자. 쉐산도 파고다에서 가슴 뛰는 해돋이를 바라보며 다짐한다. 엄마와 자유 여행을 해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