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생일 날짜가 마음에 든다. 1월이어서 늘 방학이라 생일날 학교에 등교하거나 출근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심지어 생일을 ‘예루살렘’에서 맞을 수도 있으니.
이스라엘 벤 구리온 공항에 도착하며 깨닫는다. 나는 중동이 처음이구나. 중동이지만 아랍은 아닌 이스라엘. 중동은 지리적 위치로 구분된 개념이지만, 아랍은 민족과 언어, 문화적 개념이 적용된 것이다. 아랍어를 사용하고 국교가 이슬람인 국가를 아랍이라고 하니 히브리어를 사용하고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성지인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 구시가지 안에는 무슬림 구역, 기독교인 구역, 아르메니아인 구역, 유대인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고 하니 예루살렘을 기독교의 성지로만 알고 있던 나는 ‘예루살렘’이라는 지명만으로 그 무게감을 느낀다.
숙소에서 맞는 예루살렘에서의 첫 아침. 나의 생일 아침. 호텔 조식에 미역국이 있을 리는 없고 내가 좋아하는 크루아상도 보이질 않는다. 대신 처음 보는 중동의 맛이 나를 축하해 준다. 창밖 예루살렘 성벽을 바라보며 잠시 행복하다.
숙소 밖을 나가본다. 숙소 바로 뒤 편에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일부 사람들이 믿는 장소인 ‘가든 툼(the Garden Tomb in Jerusalem)’이 있다. 숙소 바로 앞 대로를 건너 다마스 게이트를 통과하여 걷다 보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다는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조금 더 서쪽으로 걸어가면 일부 사람들이 예수님의 무덤으로 기리는 ‘거룩한 무덤 성당(Church of the Holy Sepulchre)’이 나온다. 또한 감람산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올리브 산도 숙소에서 가깝다. 이곳은 성경에서 예수님이 재림하실 곳으로 암시되어 성지이면서 동시에 묘지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머물기로 한 숙소는 예수님의 성경 속 마지막 자취가 남아 있는 동네 한복판에 있다는 것을. 예수님의 마지막이 이곳 예루살렘에서였다면 예수님이 탄생하신 곳은 어디인가. 그곳도 봐야겠다. 사실 이번 여행은 어디를 방문할지에 대한 정확한 계획 없이 출발하였다. 이스라엘만 다녀올지 요르단도 보고 올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무작정 이전 여행과 같은 16일 기간으로 왕복 항공권을 끊었을 뿐이다. 엄마도 나도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