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세 번째 여행이었던 이번 여행은 이전 여행과는 달리 준비할 때부터 다소 긴장하였다. 미얀마는 내가 먼저 다녀왔던 곳이라 엄마와의 여행에 부담감이 없었고, 헝가리 · 폴란드 여행은 그 지역에 대한 충분한 자료들을 참고할 수 있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발트 3국은 달랐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행 가이드북 자체가 없다. 웹 서핑과 블로그 등에 의존하여 어디 어디를 방문할지, 이동 교통수단은 무엇으로 할지 등을 생각해 보며 16일이란 기간을 정했다. 여행 기간은 짧아서도 길어서도 엄마에게 무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볼 것과 할 것을 정하여 최적의 기간을 산출해 내는 요령이 필요하다. 76세인 엄마가 자유여행으로 장시간의 비행 이후 3개국 5개의 도시를 버스로 이동하며 즐길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다.
여행의 마지막 이틀 동안 탈린의 올드타운 이곳저곳을 엄마와 돌아다닌다. 아침에 나가 저녁까지 거의 하루 종일을 걷는다. 빌뉴스의 올드타운, 리가의 올드타운, 탈린의 올드타운. 모두 각양각색의 매력이 넘쳐난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아마 탈린의 올드타운일 듯 하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엄마의 눈길을 확 끌어당긴 건 한 무리의 가족이다. 아빠, 엄마, 그리고 어린 세 딸로 이루어진 자전거 가족 여행단. 아빠는 뒤에 유아용 안전 의자를 설치하여 막내딸을 태우고 자전거 여행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조한 자전거를 끌고 있다. 자전거 손잡이 앞에 작은 가방, 앞바퀴 양쪽에 커다란 짐, 그리고 철제 바스킷을 연결해 자전거 뒤에도 짐을 실었다. 그리고 끝에 작은 보조 바퀴도 장착되어 있다. 엄마는 2인용 자전거 뒷자리에 둘째 딸을 태우고 역시 핸들 위에 작은 가방, 앞바퀴 양옆에 짐, 그리고 뒷바퀴에 꽤 큰 짐을 싣고 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큰딸은 핸들 앞에 작은 배낭, 뒷바퀴 양옆에 짐을 싣고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 그들이 어디서 어디로 얼마나 가는지 묻지 못했지만, 아빠 자전거 끝에 달린 국기가 벨기에인임을 알게 해 준다.
숙소가 올드타운의 시작점인 비루 문(Viru Gate) 바로 건너편에 있었기에 올드타운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올드타운의 해질녘과 야경까지 감상하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아이, 그 골목을 안 가봤네. 아까 거기도 좀 더 들어가 볼 걸 그랬어.”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다. 엄마에게는 이 여행이 어땠는지. 마지막 순간의 그 한마디가 묻지 않은 질문에 답이 되어 준다. 엄마는 더... 더... 더 보고 싶구나. 16일은 엄마에게는 짧기만 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