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서울 39.6도라는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하던 그 여름 라트비아 사람들도 폭염을 앓고 있었다. 내가 묵는 숙소에서 바로 앞의 다우가바강을 건너기만 하면 나타나는 라트비아 국립도서관. 리가에 도착하면서부터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에 띄던 건축물이다. 최대 높이 68m에 이르는 피라미드 형태의 도서관은 강 건너편에서 올드타운을 바라보고 있다. 라트비아 국가 창설 이래 문화 시설로써는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2013년에 완성된 이 도서관은 21세기에 북유럽 지역에 건설된 문화 시설 건물 중에서 최대 규모라고 한다.
리가를 떠나기 전 라트비아 도서관으로 향한다. 강 건너서만 바라보던 그 도서관을 가까이서 그리고 그 내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도서관 앞에서 내려 도서관 입구로 다가간다. 어라! 문이 열려있지 않다. 수요일인데 말이다. 도서관 마당의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남자에게 다가가 묻는다.
“도서관 문 안 여는 날인가요?”
“아... 기온이 너무 높아서 도서관 문 닫았어요.”
기온을 확인해본다. 섭씨 30도. 그렇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 한낮에 30도는 덥다고도 할 수 없는 적정 온도지만 북위 60도인 라트비아에서는 우리나라 39.6도에 맞먹는 날씨겠구나. 아쉽게 도서관 내부를 볼 수 없어 한참을 외관만 감상하다가 트램을 타고 2정거장 떨어진 숙소로 돌아온다.
라트비아를 떠나는 아쉬움을 에스토니아를 만날 기대감으로 얼버무리며 버스를 타고 에스토니아로 향한다. 리투아니아에서 라트비아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국경을 아무런 검사도 없이 넘나드는 게 신기하다. ‘셍겐조약’의 영향이리라. ‘발가’역에서 버스는 잠시 쉬어간다. “1 city 2 states” 라고 역사 건물에 쓰여있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가 나누어 가진 국경 도시이다. 잠시 버스가 머문 시간만큼의 발가와의 짧은 조우를 뒤로하고 에스토니아로 직행한다. 조금 더 북쪽이어서 그런가? 차가운 바람에 놀라 가방 제일 아래 넣어 두었던 패딩 점퍼와 머플러를 꺼내게 만든 에스토니아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