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해외여행하면 OO이지!
교사들의 속사정과 취향저격 사치
돈 왜 버세요?
움켜쥔다는 표현이 못마땅하실 수 있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20대,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았어요. 공부 못지않게 돈까지 벌기 바빴던 대학시절. 일찌감치 마감한 연애 상대였던 부르주아 남친, 그가 제게 붙여준 별칭이 최궁색이었거든요. 뒤늦게 살짝 빈정이 상해, 그리 오래는 못 만나고, 3년 만에 헤어졌습니다.(좀 많이 뒤늦었나 싶기도...)
다행히 빠르게 잊고 버스 갈아탈 수 있었어요. 틀린 말은 아니었거든요. 나름 인정이 빠른 편이라.
송병건의 저서 [난처한 경제이야기]를 읽다 문득
너무나도 당연한 경제논리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라제!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거 맞죠. 알아요. 하지만 돈을 움켜쥘 이유.
부모들에게.. 더욱이 중년들에게..
어디 한 두 가지 랍니까?
그럼에도 여행.
"품"던 돈을 "풀"고자 하는 때가 바로 이때입니다.
제가 품던 돈, 그리고 아이가 품고 있던 돈 말이에요.
평소엔 별 다른 소비가 없는 가정일지라도,
- 해외 여행하면?
- "쇼핑"이죠.
에라 모르겄다. 까짓 거 다 사부럿~~!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 허덕인다던 소싯적 스크루지 최궁색씨. 어디서 쇼핑할 돈이 떨어졌냐고요?
비밀병기 고백하자면.
급여 말고 철저히 따로 모으는 뒷주머니, 있습니다.
용도는 다양하죠.
매달 8만 원씩. 미승진 라인 교사들에겐 얻을 성과라곤 묘연한 3D 영역.
그야말로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그것.
바로 부장직책입니다. 부장수당 받아 좋겠다고요? 만 원짜리 8장으로 퉁침, 이른바 위로금 인 셈이죠. <깨끗하지도, 쉽지도, 안전하지도> 않게 번 돈이니만큼 없는 셈 치고 일하면 미움받을 용기 장착이란 간단해 좋습니다. 냅다 항의하고 지랄 맞게 목소리를 내니 관리자들에게 굳이 굽신 대지 않아도 손해 볼 일 없습니다.
매달 17일.
트윙클하진 못해도, 티끌티끌하게 빼두고 있어요. 아이가 갑자기 기적처럼 "엄마 나도 친구들처럼 영어 or 수학학원 보내주세요" 할 때 어깨 활짝 펴고 쓰려고요. 언제든지요. 물론
현실은.. 쓰임 받을 시기를 당최 알기 어렵습니다ㅋ
영~결심의 기미가 안 보이는 걸 보면 학업을 마치는 최후의 순간까지.. 쌓기만 열심히라.. 결국 이러다 태산 되겠어요. 효오~녀 심청 났습니다.
학원비 못지않게 비중을 두는 비밀통장은요.
오로지 무엇? 쇼핑을 위함입니다. 대학시절 맺힌 한을 풀려는 건 아니지만, 꽤 뚜렷한 소비 목표에 해당합니다.
이미지 출처 밝히듯 자금출처도 그것을 해보자면.
개정교과서 검토작업, 도교육청 장학자료, 논술형 평가문항 출제, 교과보충수업, 그리고 간간이 하고 있는 외부강의 수당들을 스리슬쩍 모아둬요.
언제, 어디가 되었건.. 여행지에서 죄책감없이 쇼핑하려고요. (참 설레는 단어 아닙니까? 쇼핑?)
저것들 모두 제가 시간 쪼개고 잠 줄여 가며 켜켜이 쌓은 '번외 소득'이니. 남편? 몰라도 됩니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 아이 둘 키우고 운동도 하고 밥 해 먹이고 입히고.. 어디서 돈이 솟냐 싶지만요. 안 쓰고 덜 먹고 그저 차곡차곡 모을 때보다 대책 없이 불안하거나, 마냥 엉뚱하게 살고 있다곤 생각 안 해요.
부모님과의 이별이 달리 제게 남겨준 유산이라고는 그리움이 전부라.. 상속을 핑계로 펑펑 쓰고 사는? 그런 아름다운 스토리도 하필 없습니다.
이번 여행에도 그렇게 모은 돈을 트래블 월렛 충전으로 고이 모셔왔고요. 아이는 용돈 지갑에 쌓아둔 현금을 공항에서 직접 환전도 해 보고, 역시나 현금으로 가져와 그때그때 제 계획에 따라 씁니다. 평소엔 편의점에서 과자도 잘 안 사 먹는 아이예요. 최궁색 딸 맞고요.
용돈기입장, 오직 income 기입란만 바쁘더니 한 방에 날리는 기술 상당합니다.
아이에게 돈을 받아 카드로 제가 결제하는 그런 시스템 없구요. 운 좋으면 엄마, 아빠가 여행 기념으로 선물해 주는 이벤트 한 두 번 있을진 몰라도 부모가 대신해 본인 욕구를 충족해 주는 경우는 가급적 삼갑니다. 쇼핑의 세계에선 오비삼척 아니겠습니까?
교사월급 많이 올랐나? 싶으시겠지만.
실질 월급은 감소하고 있어요. 물가상승률, 기여금 인상률, 건강보험료 인상률에 비교하면 인상폭이 한참 부족한 게 현실이고요. 저야 불만은 없어요. 코로나19 이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임금이 크게 올라가면서 교사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더 커진 상황이라지만? 역시나 그럭저럭 만족하며 삽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꽤 많은 교사들이 소득을 더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죠. 허나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은 원칙상 겸직을 할 수 없으니 부수입을 올리는 데에 한계가 있고요.
몇 가지 영리 업무에 해당치 않는 경우, 담당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전제하에 겸직을 허용하긴 해요. 블로거, 유튜버 등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으로 부차수입 삼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저요?
블로그, 10년째 동면상태고요. 유튜브도 비공개로 강의기록 & 일부공개로는 아이 영어 재능기부 (학원접근이 어려운 농어촌 학생 대상 영어책 읽어주기 기부)할 때 만 잠시 사용했었어요. 저장도구 이상의 쓰임은 없는 셈이죠.
강의라고 해봐야 돈 되는 외부강의는 엄두도 못 내고요. 학교에도, 가정에도, 안팎으로 지장 없는 범위에서만 합니다. 요청기관은 주로 교육청단위 또는 학교, 교사들, 학부모강연, 이거 말고는 임용고시 수업실기 면접관 정도라.. 몇 푼 안 되고요, 심지어 제한선마저 있습니다.
언뜻 상상하는 그럴듯한 쇼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셈이죠.
참 다행입니다.
런던이라 버버리, 안되면 왕실 선호 운운하며 바버정도?
파리라 샹젤리제, 몽테뉴 거리.. 의 수많은 명품 본점들, 라파예트를 훑고 지나갈 인물 또한 못되거든요. 저도 아이도 수준이 딱 이렇습니다. 욕심 있게 하나 더 담고, 생색내며 엄마 아빠 찬스를 거하게 발휘해도, 쇼핑을 위한 통장액수를 크게 벗어나질 않죠. 저희 가족에게 명품이란 고작(?) 이 수준이니까요. 대기업 다니는 집안 아닌데 소비욕구 범위가 이러하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수학은 못해도 분수엔 맞으니 가슴 쓸어내리기 쉽습니다.
보시다시피 사치 좀 부려봤어요♡ 배부르네요.
해외까지 와서 무슨 책이냐고요?
예스 24 뒤지면 문 앞까지 하루 이틀이면 충분한데 어째서 비좁은 캐리어 안, 겨울 옷 틈바구니를 채워 가냐 물으신다면.. 글쎄 뭐 랄까요.
저도 아이도 그걸로 족하고, 마냥 즐거운데.
취향 맞는 소비라면, 방문한 여행지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고르는 행복감쯤은 사치래도 누릴 만하다고 판단해서예요. 명품샵이 뭐 따로 있나요.
두근두근, 일부러 종이 지도 쥐여주고, 골목골목 짚어가며 헛디뎌도 보다 보면.
찾았다! 신나도 보고, 뛰는 가슴 부여잡고 서점 입구부터 숨 죽이며.. 갖은 감탄하는 건, 명품백 고르는 이들도 마찬가질까요?
우리에게 명품샵, 파리세익스피어앤컴퍼니, 영국던트북스
전 세계가 쿠팡스타일 같은 시대에, 굳이 방문한 나라에서 발품 파는 이유 뭔데요?
희소한 게 간혹 있긴 하겠죠. 근데 더 이상 그 나라에서"만 " 구할 물건은 많지 않잖아요.
현지에서 본인이 애정하는 품목을 구입하는 내 만족과 즐거움에 값을 지불한다는 것. 그 경험에 의미를 둘 뿐이죠.
옷 사는 게 행복한 사람은 옷을 사면 되고요.
화장품이 좋은 사람은 그걸 사세요.
명품이면 뭐든 좋은 게 나다! 싶으시면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아 파리 디올 본점은 못 가도 디올갤러리에라도 입장해 대리만족 하시고요.
책이 좋은 분은 그 나라 서점에서 보내는 시간과 책 값에 사치하세요.
해외여행! 하면? 쇼핑이라 잖아요.
나 좋은 소비, 하면 그만입니다.
뭘 사도 설레는 건 마찬가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