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뻥이고요. 구색 맞추려 하나라도 적어 보려 했는데, 이건 뭐 :( 아무리 생각해도 없네요;;)
이유를 물어봐도 돼? 맛이 싫어? 아니면 모양이 싫은 건가?
-맛도 괜찮고요. 에이~ 모양이 뭐 이상한가요?
근데도 코옹! 으~~~~~~ 지인~짜 싫어요!
오늘 내 급식 짝꿍은 콩이 싫다는 서준(가명)이다. 식판 위 콩밥을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린 아이가
진심을 다해 말한다. 흠... 그럴 수 있지.
사연이 있는 듯싶어 '그래도 한 번 먹어보라'는 말은 삼갔다. 행여 하나라도 빠질라 싶어 꼼꼼히 콩을 골라내는 모습! 이른바 영양을 끔찍이 여기는 부모라면 기필코 "큰 일 날 이 장면"을 눈감아 주며. 묵묵히 기다렸다. 급식 짝꿍이 점심 나들이 짝꿍이 되는 게 우리 반 약속이니까.
충분히 먹을 만큼 먹었다 싶을 때, 슬며시 눈짓을 하니 (한 달 만에 벌써 1학년 3반 구성원으로서의 센스를 갖춘) 아이가 간단히 고갯짓을 한다.
급식판을 정리하고 저만 챙겨 온 실내화 가방도 잊지 않는다. 이미 훌륭하구나.
-오늘 메뉴 중에는 뭐가 제일 맛있었어?
-오늘요? 멸치요.
-오~ 서준이 멸치 좋아하는구나? 너 근데 그거 알아? 그 맛있는 멸치를 안 먹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요? 근데 그거 다 이유가 있을걸요?
-그렇지. 괜히 안 먹는 건 아니겠지. 멸치! 멸치가 가만 보면 얼~~~~ 마나 잘생겼는데!
운동장을 터벅터벅 걷던 아이가 점프까지 뛰어 보이며 소리 내 웃는다.
-맞아요 선생님. 다~~ 이유가 있어요.
콩도 먹어보면 맛있어요. 선생님 저 사실 콩 완전 잘먹어요. (여기까진 미소, 그다음은 그늘 가득) 근데 이젠 안 먹어요. 싫어졌어요. 아! 지인짜 싫어!
-우리 서준이한테 뭔가 크게 밉보였네. 콩이!
너 근데 밉보이는 게 뭔지 알아?
-음.. 그거 미운 거 맞아요?
-오~~ 대단한데?밉게 보이는 거 맞아.
-저도 콩이 밉거든요~~ 어른 돼도 절대로 안 먹을 거예요.
-그렇구나. 왜 그렇게 잘 먹던 콩이 싫어진 걸까?
-선생님, 젓가락질 못하는 2학년도 있어요?
-엥? 그건 왜? 선생님이 2학년을.. 4번이나 해 봤는데..음..
없어. 한 반에 30명이라고 치면 120명 정도 만나 봤거든? 근데 한 명도 없었어.
아! 손에 깁스했던 누나 한 명 빼고~ 근데 그 누나도 다 낫고 나선 다시 잘했지. 근데 그건 왜?
-밥은 매일매일 먹잖아요. 그럼 그거 결국 다 하는 거죠? 젓가락질! 숙제 내주신 거 아니죠?
-그렇지! 왜? 젓가락질 잘 안 돼서 불편하니?
-아니요~~ 전 하나도 안 불편해요. 근데요.
우리 엄마만 불편해 해요. 잘 못해도 난 밥만
잘 먹는데!
-우리 반 친구들도 안 되면 숟가락으로 먹거나.. 그러잖아. 오늘 나온 알감자~너 어떻게 먹었는데?
-어떻게 먹긴요. 팍! 이렇게 팍! 찍어서 먹었죠.
-그렇지! 서준아! 집어서 먹기 어려우면 찍어서 먹어보면 되는 거야. 그러다 보면 잘 집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자연스레 연습하는 거지.
그게 1학년 공부야.
-그니까요. 내 말이..
근데 유치원 졸업하기 전부터 엄마가 하루 10분씩.. 일요일 빼고 콩집기 숙제를 내줘 가지고.
콩 집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그리고 밥 먹을 때마다 불곰처럼 나한테 막 화내고.. 진짜!
완전 못 생겨졌어요. 우리 엄마!
그래서 전 콩이 젤 싫어요. 다신 안 먹을 거야!
-그런 일이 있었구나. 엄마가 너 걱정되셨던 걸까?
서준이 입학하면.. 젓가락질 때문에 곤란할까 봐?
그래서 넌 기분이 어땠어?
-그냥.. 급식시간 걱정도 되고... 근데 와 보니 뭐 선생님이 혼내지도 않고. 친구들도 다 그냥.. 비슷한 거 같은데..
콩이 나오더라도..아이에게 즐거울 수도 있었을 시간
실제 2021년도 우리 반 아이와 나누었던 대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아이가 했을 하루 10분 콩집기 연습은 입학을 위한 우선순위가 되어야만 했는지.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 당시 나의 첫째 아이 역시 젓가락질을 못 익힌 입학생이었으니까.
기본적인 식사 예절은 아이들의 수업 태도와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 이건 나도 경험상 깨닫게 된 바다. 신기하게도 수업에 진지한 아이들이 그랬다. 식사시간에도 감사란 걸 할 줄 안다.제법 진지하고 밝기까지하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식사 예절엔 콩집기와 같은..
또는 젓가락질과 같은 "기능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진 않다. 적어도 나의 교육관은 그렇다.
급식 전 꼼꼼하게 손을 씻고,
위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질서 있게 이동하고,
문을 들어서며 (그 당시) 마스크 안 쪽이라 할지라도 이왕이면 웃는 얼굴로 조리사분들께 인사를 잊지 않는습관.
밥이든 반찬이든
얼마만큼 먹을지, 어떤 속도로 먹을지를
타인이 아닌 본인이 결정하는 것.
여기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갖추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마음이란 걸 강요하는 게 교육은 못되기에, 그저 내가 매번 소리 내어 보여준다.
-와~~ 맛있겠어요.
-오~~ 고맙습니다.
조리사분들 앞에 서면 식판을 내밀며 일부러 아이들
들으라고 더 크게 말하고, 착석 후 아이들을 향해
얘들아 잘 먹을게. 맛있게 먹자~라고 먼저 건넨다.
맛있게 안 먹겠다 작심한 아이들조차 저도 모르게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는 나눈다. 시키지 않아도 거울효과 마냥 아이들은 그렇게 한다.그 다음?
식사는 어디까지나 제 몫이다.
나 역시 저러다간 쓰러지겠다 싶게 입이 짧은 딸을 키웠다. 많이 먹진 않지만 기분 좋겐 먹는 아이다.
애초부터 그렇게 키우지 못해 아쉽지만, 아이가 커가며, 우리 반 아이들을 관찰하다 아이들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 꼭 하나 결심한 바가 있다.
급식시간이 괴로운 아이들이 되도록 굳이 어른인 교사가 이끌지 말자! 는 점이다.
OO정서. 급식정서를 챙긴다.
수학 못 해도
수학 좋아하는 아이가 꼭 있는 것처럼,
많이 먹거나 젓가락질이 기똥차진 않더라도 식사시간을 즐기는 아이들도 있다.
어김없다.
시험 성적보다 공부정서가 놓치기는 더 쉽고, 되찾기는 몇 곱절 더 어려운 것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