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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Apr 16. 2024

어쩌다 애미

열 살 겨울이었다

눈은 와도 몸은 포근했었다


어머니는

내 등을 톡톡 두드리고는

돌아서서 나가고는,

그 길로 돌아올 줄 몰랐다


열 한 살 겨울부터

눈이 와도 체온을 구별할 줄 몰랐다


곁을 넘나드는 몫은

상대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게

오래도록 억울한 아이

책임을 묻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


그게 나였다



봄도 여름도 겨울같기에

계절 계절

낯선 온도에 부대끼며

어쩌다보니 어머니가 되어있다


어머니를 경험하고

엄마가 되었다면

나았을까


가끔

흐릿한 순간마다

그저 상상만 해 본다


본의아니게 

희미한 어머니가 되어있다  


그것도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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