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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Jun 29. 2024

아이가 살려낸 어른

사과가 빠른 편이다.

헌데 이번엔 좀 늦었다.

왼손에는 첫째아이, 오른손엔 둘째의 손을 잡고, 부러 한참을 걸어야 하는 빵집까지 갔다.


가는 길에 건네는 사과란

함께 돌아와야 하는 상대의 마음을 소란스럽게 할 지 모른다는 새삼스런 배려까지 챙긴다.

공연히 공기마저 어색해지면 어디 좀 들를 곳이 있다며 저혼자 방향을 바꾸면 그만이고,

하필 상대가 토라져 버리면, 확 그냥 방귀 뀐 놈이 성내고 걸음을 재촉하면 될 일이다. 제법 간단하다.

상대가 어른이라면 그렇다.


매번 가는 장소도 보험들 듯 네비없이는

나서는 법 없는 애비 유전자라.. 영락없이 동행할 열살배기 길치.  그 언니없이는 집 근처도 홀로 나설 방도가 없다는 일곱 유치원생.

선택지없는 주관식이라.. 에잇!

가는 길엔 관두자.


입안 가득 조각케이크의 단맛이 아직 남아있는 귀갓길에 기어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굳이 넘치진 않더라도 적절한 단짠 농도의 다정함을 묻힌 음성이 간만에 나와주기를 기대했건만.

시작부터 쌔하다.


요즈 음... 어험마가.. (끄응;;)



감정에 솔직하다는 건

나약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아름다워서라고 가르쳤다. 부디 지금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와 진솔한 사과가 추하진 않기를.





우린 괜찮아요.
엄마 충분히 할 수 있어.
난 그렇게 생각해요.



이래서

이 세상 모든 어른들은 아이에게서 배운다고 하는 모양이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려할 때마다

아이가 살려낸다. 목숨을 구해줬으니 이제 똑바로 살면 될 일.


출처. 중앙의료응급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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