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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사곡 Apr 23. 2023

이번에도 에어팟을 사수했다...

feat. 카페 희재

어제는 날씨도 좋았고 슬슬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평소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정말 나갈까 말까 고민 끝에 오늘은 집에서만 보내기 아쉬울 것 같아 밖으로 나갔다.

(물론 밖에서 뭘 하는 건 아니고 작업하러 카페 가는 것)

마침 종합운동장에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다 보니 잠실새내 역에는 반팔 야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요즘 주말마다 두산 혹은 LG 야구경기가 있다)

매년 느끼지만 야구 시즌이 시작했다는 것은 날씨가 슬슬 따뜻해진다랑 같은 말이었다.


기존에 정말 자주 가던 카페를 갔지만 문 앞에 폐업한다는 종이를 보게 되었고 '앗.. 오늘 괜히 나왔나?'라는 잠깐의 후회를 하며 '이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 말아?'라는 고민 끝에 다른 카페를 찾아 나섰다.


지인이 추천해 주신 카페를 가기로 결정했다! 마침 내가 자주 가던 사우나( 이전글 참고 ) 바로 앞에 있는 카페 "희재"라는 곳이었다. 동네 안에 있는 조용한 카페였고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스타벅스나 투썸 같은 대형 카페보다는 조금 작지만, 내부에 그 가게만의 컨셉이 있고 왁자지껄하지 않은 카페는 심신에 안정을 준다.

특히 여기는 우드톤의 테이블, 의자들과 식물들이 많아서 참 이국적인 느낌이 났다.

마침 야구경기가 시작하는 시간 때라 사람도 많이 없었다. 너무 평화로웠고, 집에만 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상황, 기분 좋은 감정을 오랜만에 느꼈다.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서 에어팟을 끼고 작업을 시작했다. 

3시간쯤 일을 하고 부모님이 근처에 계시다고 해서 급하게.. 짐을 챙겨, 잠실새내에 있는 삼겹살 집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고 술도 살짝 마셨다.

기분 좋게 먹고 나와 어머니가 집 앞 마트에서 뭐 살게 있다고 하셔서 집 앞 마트 앞까지 걸어갔다.


이제부터 사건의 시작인데

왠지 모르게 그때서야 에어팟 생각이 났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에어팟이 없었고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가방에 있겠지 하고 찾아보았는데 역시나 없었고 슬슬 불안감은 커졌다. 마트 앞에서 가방을 열고 다시 찾아보고 또 찾아봤다. 살짝 술에 취해있는 탓에 오늘 카페 시작에서 걸어온 길들 저녁을 먹고 나서의 기억이 희미 희미했다.


'카페에서 나올 때는 주머니에 넣고 나왔을 거고, 식당에서 나도 모르게 취해서 빼놓았나??.. 

길에 떨어 뜨렸나??' 


다시 식당으로 가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하필이면 카페는 마감시간이 돼서 문을 닫았다. 머릿속에서 혼동이 왔다. '어디지? 어디에 놓고 온 거지?' 그러면서 술 마신 나 자신이 후회 됐다. 


'오늘 그냥 집에 있을걸.... 오늘 집에 있었다면... 에어팟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그 에어팟이 사연이 많았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마다 결국 어딘가에 에어팟이었다. 

'이제는 진짜 잃어버렸나?' 할 때마다 어딘가에 있었다. 기기 사이즈가 작다 보니 거의 2년 동안 안 잃어버리고 계속 사용했다는 것도 가끔은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오늘은 ' 이제는 진짜 잃어버렸구나. 정말 못 찾겠구나'라는 거의 확신에 찬 직감이 들었고, 집에 와서도 잠도 안 왔다. ( 일부러 계속 잃어버린 에어팟 생각을 할까 봐 다른 데로 생각을 분산시키기 위해 넷플릭스를 정주행 했다는... )

혹시 모르니 마지막으로 '내일 어제 갔던 카페를 가보자'라는 마음속 마지막 기대과 함께 잠이 들었다. 


카페가 오전 11시에 오픈이라 11시에 맞춰 오픈런을 했다. 사실 카페에 가는 길에도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지만 거의 반 포기 상태였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분들이라면 공감할 그 감정이다. '설마 거기 있겠어?....'

사실 카페에서는 나올 때 무조건 챙겼다 생각했고, 카페에서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가져갔을 수도 있는 것이다...


드디어 카페에 도착했고....


점원 분께 여쭤봤다... 


나 : "혹시 어제 오후 6시 반쯤 나갔는데 짱구 스티커 붙여있는 에어팟 보셨나요??"

점원분 : "아 그거... 여기"

나 : "오!"


'와.... 내가 이걸 여기 두고 갔다고?' 아님 그 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점원 분께 맡겨놓았을 수도 있었고,

결국 또다시 찾았구나 에어팟....

이번에도 역시나 다시 에어팟을 찾았다.(점원 분이 찾아주신 것이지만...) 점원분께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이틀 사이에 많은 감정을 가져다준 이 카페.. 단골이 될 것 같다.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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