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e Nov 25. 2022

시골집 창고 이야기

기북일상, 두렁마을


낡은 슬레이트 지붕여기저기 갈라져 있는 시멘트 벽그 안에는 보물이 잠들어 있다.
 

시골집의 창고는 보물 창고 같다이곳에서 지금 당장 쓸 일은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것들은 모두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콩이나 보리를 탈곡할 때 쓰던 탈곡기부터 옛날에 떡 찧을 때 쓰던 절구도 있고밭 갈던 쟁기잔치 때마다 돗자리 대신 쓰던 멍석계산기 대신 사용했던 주판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찍 어 놓은 흑백 사진앨범 등 옛날에 사용했던 물건들을 가득 쌓아두었다이처럼 창고 안에서는 상상도 못 한 물건들이 나올 때가 있다


갈라진 흙벽과 녹슨 슬레이트 지붕.

호기심이 많던 어릴 적나는 할머니 댁에 가면 늘 창고 안을 탐험했다창고는 내게 또래 친구가 없던 시골에서 재밌는 놀이거리였다먼지 가득 쌓인 창고 안을 이리저리 뒤지며 신기한 물건을 찾아내는 것 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 같았다어렸던 나는 창고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믿었다그래서 창고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얼굴과 옷은 먼지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어릴 때 가졌던 기억의 영향은 생각보다 강했다성인이 된 지금도 시골집의 낡은 창고를 보면 그 안에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 호기심이 생기곤 한다요즘은 옛날 집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짓는 가구들이 많아졌다집을 새로 지으면서 옆에 있던 창고도 같이 허물어버리고 창고 안 물건들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


겉보기에 지저분하고 낡은 물건들이지만그 속을 들여다보면 물건들에게도 전성기가 있었다농기계가 기계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쟁기는 밭을 갈 수 있는 필수 농기계였다그리고 지금은 휴대폰에 수천 장의 사진들을 저장할 수 있지만옛날에는 인화한 사진 한 장이 무척 귀했다군에 간 아들시집간 딸 사진을 겨우 한 장 인화하고 벽에 걸어놓고 바라보던 부모님의 그리운 마음이 흑백사진 안에 들어있다이처럼 그 물건들에게는 소중했던 기억들이 잠들어 있다


물론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농촌의 거주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러나무작정 낡고 쓰지 않는다고 버리는 것은 그 물건들이 가진 기억들이 무척 아깝다고 생각한다당장은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군가에겐 그리운 추억이 된다


이처럼 농촌에서 쓸모없는 것은 없다무엇이든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되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반짝반짝 빛이 난다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지금 당장은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아 방 황할지라도 어디든 꼭 필요한 곳이 있고빛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귀농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