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북일상, 두렁마을 이야기
소는 농촌에서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존재였다. 밭도 갈고, 짐도 들어주고, 남은 잔반도 처리해주며 거의 가족같이 지냈다. 과거에는 소에게 밥을 줄 때, 짚이나 풀만 주지 않았다. 영양밥처럼 호박이나 콩껍질 등을 넣어 짚과 함께 주었다. 여름에는 날이 더워서 끓이지 않고 주었지만, 겨울에는 따듯한 소죽을 먹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물과 갖가지 야채, 풀을 넣고 끓여서 주었다. 그리고 사람이 먹고 남은 잔반 중에서 고기류를 제외한 잔반들을 소죽 버직이(소죽 바가지)에 모아 소죽을 끓일 때 함께 넣고 주었다.
예전의 소들은 사료가 없었기 때문에 주로 풀을 많이 먹었다. 여름 오후가 되면, 아이들은 저마다 소를 끌고 논둑이나 들판, 길가로 가서 소풀을 먹였다. 예전에는 도로가 모두 포장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소가 풀을 먹으며 길청소도 해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예초기로 논둑의 풀을 베지만, 예전에는 소가 논둑의 풀을 먹어주었다. 그래서 간혹, 남의 집 논둑에서 풀을 먹이면 ‘우리 집 소풀을 먹는다.’며 서로 싸움이 나기도 하였다.
이처럼 과거에는 소밥을 영양까지 생각해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야채과 풀들을 먹였다. 현재의 소에게는 사료와 물, 숙성 시킨 짚을 준다. 예전과 비교해 다소 간단하다. 물론 사료 안에 다양한 영양성분이 들어가 사료만 먹어도 살이 찌지만,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원미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길, “지금의 한우는 부드럽고, 지방이 많다. 그런데 옛날의 한우는 질겼지만, 정말 담백하고 맛있었다. 지금은 그런 한우를 먹을 수 없다. 가끔은 옛날에 먹던 그 맛이 그리워진다.”고 하셨다.
옛날에 소를 키운다는 것은 가족을 키운다는 것과 같았다. 겨울에는 소들이 추울까봐 부엌 옆 아궁이와 가장 가까운 곳에 외양간을 두어 겨울을 나게 했다. 그리고 소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풀과 야채를 가득 넣어 소죽도 끓여주고, 매일 새 짚을 바닥에 깔아주었다. 여름이면 밖으로 나가서 산책도 시켜주고 싱싱한 풀도 먹여주었다. 요즘으로 치면 ‘반려소’였다. 정말 가족같이 대해주고 애정을 주며 키웠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지금의 소들이 무척 불쌍했다. 요즘은 소들이 좁은 공간 안에서 자신의 분뇨가 가득한 바닥에서 생활을 한다. 마음껏 풀을 뜯어 먹지도 못하고, 갇혀서 지내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비록 풍족하진 않았지만, 애정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환경이 더욱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