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북일상, 두렁마을
은하수를 보려면,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잘 보인다. 달도 없고, 구름도 없는 날에는 기북에서도 은하수를 관측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는 항상 카메라를 옆에 끼고 다니며 하늘이 맑을 땐, 어김없이 삼각대를 설치하고 은하수 사진을 찍는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은하수를 잘 볼 수 있지만, 겨울에는 은하수를 보기 힘들다. 몇몇 사람들은 '겨울은 별사진 비수기 시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오히려 나는 겨울에 별 사진 찍는 것을 더 선호한다. 왜냐하면, 겨울은 밤에 벌레도 없고, 모기도 없어서 쾌적한 환경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장마가 있는 여름에는 구름이 자주 껴서 사진을 찍기 힘든데, 겨울에는 오히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구름이 없는 날이 많다. 구름도, 미세먼지도 없어서인지, 유독 겨울의 별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리고 시골이 도시보다 공기가 깨끗한 덕분도 있지만, 도시의 밤은 동이 틀 때까지 네온사인 때문에 환하게 빛나고, 시골은 연속극이 끝나면, 어르신들은 잠자리에 드시기 때문에 9시가 되면 깜깜해진다. 특히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이 되면, 식사시간도, 취침시간도 더 당겨진다. 어르신들은 거의 해가 뉘엿뉘엿한 5시가 되면 식사를 하시고, 일찍 주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에는 별을 잘 보기 위해서 굳이 자정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9시만 되면 주위가 깜깜해지기 때문에 별을 더 잘 볼 수 있다.
달도 없고, 구름도 없던 어느 추운 겨울 날, 밤 늦게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하늘을 보니, 수 만개의 별이 가로등 역할을 하며 반짝이고 있었다. 그 날 따라 별이 너무 잘 보여서 추운데도 불구하고, 야외 벤치에 앉아 별을 구경했다. 그러다 우연히, 집 앞 감나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감나무에 잎도, 감도 모두 떨어지고 나니, 그 자리에 별이 맺혀있었다. 나뭇가지에 열매 대신, 별들이 조롱조롱 달려있는 것이 너무 귀여웠다. 나는 나무 바로 아래로 자리를 옮겨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나무 아래에서는 더 많은 별들이 촘촘하게 나무에 달린 것 같았다. 마치 겨울철 나무에 LED장식조명을 달아놓은 것 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예전에는 별을 보려면 넓고 방해물이 없는 곳을 찾았는데, 지금은 그냥 나무 아래만 있어도 너무 행복하다. 물론, 은하수를 보려면 넓고, 방해물이 없는 논 한가운데가 가장 좋지만, 추운 겨울에는 멀리 가지 않아도 별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누군가 기북에서 별 보는 명당이 어디냐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겨울철 나무 바로 아래'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