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고의에 대하여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주문한 음식이 다른 집으로 가는 그런 날.
눈발이 유난히 뿌옇던 오늘이 그랬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실수로 옆 아파트로 가버렸네요 다시 갖다드릴게요."
40~50대 쯤 되는 듯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떨리는 목소리는 오토바이와 배기음과 함께 여러 개의 포크와 앞접시 만이 덩그러니 놓여진 식탁 위를 훑고 지나갔다. 부모님의 허탈하고 무거운 외마디 불평도 같이 얹어졌다. 실수할 수도 있는 거라며 괜히 나는 한 마디 거들어본다.
반 아이들과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면 염불처럼 입에서 외는 말이 있다.
'그럴 수 있지.'
25명의 아이들과 한 공간에 있어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1분에 한 번씩은 아이들의 실수가 보인다는 걸 알 것이다. 가위 만지는 아이, 친구의 필통을 연필로 괜히 툭 건드려보는 아이, 낙서하는 아이, 멍 때리는 아이는 수업시간의 단골 '실수'다. 어디 수업시간 뿐일까. 쉬는시간에는 친구와 장난치다 넘어지고, 급식시간에는 흰 옷에 국물과 김치양념을 묻히고 숫가락도 바닥에 떨구기 일쑤다.
이 정도에서 끝난다면 사실 평범한 아이다. 요즘 말로 반에 한 두 명씩은 있는 '금쪽이'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실수로 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고의로 하는 행동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초보 교사인 내가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이것이다. 어떻게 실수와 고의를 구분지을 수 있을까? 학생의 입장에서 고의라고 오해를 받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 대한 응당한 처벌은?
위의 질문들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딱 한 문장이다.
'모르겠다.'
참 무책임한 교사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허나 방법을 모르는 걸 안다고 어떻게 하겠나.
다만 나는 매일 조언을 구하고 배워나갈 뿐이다. 가족에게, 지인에게 동료 교사와 때로는 아이들에게 말이다.
피자는 내일도 어딘가에서 주인을 잘못 찾아갈 수도 있겠다.
나는 내가 다른 이들에게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들의 실수를 마주하는 내게 오늘도 한 마디 건넨다.
"그럴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