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고 가볍게 일하기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낭만'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 낭만이 스포츠 종목에 투영되면 보통 좋아하는 팀 또는 선수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압도적인 점유율로 상대 팀을 찍어 누르는 티키타카 축구를 하는 팀이 좋다던지, 어렸을 때는 별 볼일 없던 선수였지만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팀의 우승을 이끌어내는 인간 승리의 아이콘과 같은 선수를 좋아한다던지 말이다.
나는 많은 스포츠 중에서 야구를 특히나 좋아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야구의 최고 낭만은 호쾌한 스윙으로 강력한 타구를 보내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선수로는 대표적으로 이형종이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같은 선수들이 있다. 이 선수들은 딱히 체구가 크지도 않건만 스윙은 공을 쪼갤 듯이 정말 크게 느껴진다. 타석에서 볼카운트가 몰리더라도 항상 풀파워로 크게 휘두른다는 의미에서 둘 다 '미스터 풀스윙'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내가 여러 구기운동을 할 때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힘 빼고, 가볍게 치라고!"
야구, 배구, 배드민턴 가릴 것 없이 내가 스윙을 하고 나면 저 말을 많이 듣는다. 사실 어찌나 힘이 들어갔던지 공은 내야나 네트를 넘기지도 못하기 일쑤다. 그래도 내 낭만은 '미스터 풀스윙' 오직 하나. 이루지 못한 낭만은 당장 눈 앞에 놓인 벽에 부딪혀 버리지만 말이다.
학교 일을 하면서도 나의 풀스윙은 계속된다. 하지만 뭔가 어색한 타이밍의 스윙이 많다.
평범한 학부모 문자에는 어찌 답장을 건네야 할지 몰라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덧붙이며 힘을 잔뜩 줘버린다. 전화가 오기라도 하면 더욱 뚝딱거리기 일쑤다. 어찌나 힘을 줬던지 목소리마저 떨리고 말을 더듬기도 한다. 뚝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하며 헛스윙 스트라이크.
반대로 학년 업무에서는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을 기한을 놓치며 괜히 한소리를 듣고야 만다. 마스크 덕에 당황한 얼굴을 반정도 겨우 감출 수 있었다. 복판 지나가는 공 멍하니 지켜보며 2 스트라이크.
이처럼 힘을 빼야 할 곳에서는 빼지 않고, 힘을 줘야 할 곳에서는 힘을 주지 않는 문제적 낭만가의 모습은 스스로도 꽤나 부끄럽다.
다소 늦게 겨울방학을 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비록 수많은 3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한 '미스터 삼진왕' 초등교사지만, 다행히 올해는 한 학급을 운영하며 원하는 목표는 다 이뤄낸 듯하다. 정말 운이 좋게도 아이들을 잘 만난 덕분이라 생각한다. 올해의 아이들 뽑기(?) 운은 어떨지 궁금하다. 그리고 방구석의 미스터 풀스윙은 힘 빼고 간결하게 치라는 주변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다시 타석에 들어설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