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함은 아름다워

반 아이들과 소통하기

by 김떱

작년 한 해 우리 반 만의 히트곡이 하나 있다.

언젠가 수업 영상 자료 중에 브금으로 뜬금없이 sg워너비 - 살다가의 후렴 부분이 나온 적이 있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2012년생이니까, 자신이 태어나기 7년 전에 나온 그야말로 낯선 옛날 노래라고 할 수 있겠다.

"선생님 이건 무슨 노래예요? 살다가가 뭐예요?"

방향 잃은 질문들에 주저리주저리 답변하지 않고 대충 옛날 노래라며 얼버무리며 넘기려 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다들 한 마리의 맹수. 선생님의 말실수나 수업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캐칭해서 수업 흐름을 끊는 사냥 능력이 출중하다.


"살다가~ 죽다가~ 살다가~ 죽다가~"


한 아이가 뜬금없이 후렴구를 위와 같이 개사해서 부르는 게 아닌가. 수업시간에는 굴러다니는 작은 지우개똥 하나조차 재밌는 법인데, 한 아이가 노래 가사를 우스꽝스럽게 개사하여 부르니 교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중에 점심시간에는 신청곡으로 까지 살다가가 나올 정도였으니, 유치한 추억은 아이들에게 강렬하게 남는가 보다.



아이들을 대하는 데 과연 정답이 있겠냐만, 압도적인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먼 나로서는 일반적인 선생님들과는 조금 다른 소통법을 익히게 되었다.

'같이 유치해지기'.

이를테면 쉬는 시간, 칠판에 내 얼굴을 그려준다는 아이에게는 괜히 얼굴을 이리저리 흔들며 방해를 해본다. 내가 그림 그리는 입장이라면 싫어할 법도 한데 왜인지 더 좋아한다. 체육시간, 우리 반 축구대표가 슈팅 시범을 보이면, 나는 골문에 서서 누구보다도 티 나게 골을 먹혀준다. 선생님 너무 티 난다고 말하면서도 참 좋아해 준다. 수업시간, 문득 아이들이 졸려 보일 때면 나는 한마디 물어본다.

"살다가~?"


방금 전까지 멍 때리며 책을 보던 아이들이 맹수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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