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최신 폰이 아니야

아이의 광야를 함께 걷는 부모 - 기질과 발달로 이해하는 기독교 교육

by 인생질문

네 번째, 나만 최신 폰이 아니야


1.

"엄마, 나만 최신 폰 아니야! 바꿔줘!'


2.

부모님들에게는 멀쩡한 전화기를 두고 또 사달라는 철없는 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학적 관점에서 보면, 친구의 최신 스마트폰을 보고 아이가 느끼는 강렬한 박탈감과 부러움은 아이의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생생한 현장 학습의 기회입니다.


3.

이 순간, 우리는 양육자라는 위치를 넘어 아이의 영혼을 빚는 교사이자 하나님이 보내신 대사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가르쳐야 할까요.


4.

아이가 최신 스마트폰을 보며 괴로워하는 것은 단순히 기계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비고츠키(발달 심리학자)는 아이들의 인지 발달이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또래 집단은 세상의 전부나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그 집단 내에서의 소속감과 연결을 상징하는 도구로 인식됩니다.


5.

즉, 아이는 폰 성능이 떨어져서 슬픈 것이 아닙니다. 친구들과 공유하는 단톡방, 유행하는 앱, 사진의 퀄리티 등 그들의 문화에서 소외될까 봐 두려운 것입니다. 이는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욕구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의 시선이 '타인의 소유'와 '외부의 평가'에 고정되어 있을 때, 자신의 가치를 외부 조건에서 찾으려는 잘못된 인지 구조가 형성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6.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사회심리학자)는 인간이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을 판단할 때 객관적 기준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평가한다는 '사회 비교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아이들이 친구의 스마트폰을 보며 느끼는 박탈감은 바로 이 사회 비교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시기 아이들에게 비교의 대상이 또래로 극도로 좁혀져 있다는 점입니다. 반 친구 서너 명이 가진 폰이 곧 세상의 기준이 됩니다. 이 좁은 세계 안에서 아이는 자신이 뒤처져 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7.

기독교 교육은 여기서 한 층 더 깊이 들어갑니다. 기독교 교육의 관점에서 자녀 양육의 핵심은 행동 교정이 아니라 하나님을 온전히 만남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변화입니다. 아이가 "나만 없어"라고 외칠 때, 그 외침은 표면적으로는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지만 성경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부재, 결국 예배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8.

인간은 본래 무언가를 숭배하도록 지음받았습니다. 하나님을 예배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다른 것을 예배하게 됩니다. 아이가 최신 폰을 갈망하며 부모를 원망한다면, 그 순간 스마트폰 혹은 친구들의 인정은 아이의 마음속에서 하나님을 밀어내고 '구원자'의 자리에 앉은 것입니다. "저 폰만 있으면 내가 인싸가 될 텐데." "저게 없어서 나는 무시당해." 이 생각은 곧 피조물이 창조주보다 더 큰 만족과 안정을 줄 수 있다는 거짓 믿음입니다.


9.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아이가 친구의 최신 폰 앞에서 작아지는 이유는, 자신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잊고 '소유한 기기의 사양'이라는 상대적 가치로 자신을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10.

세상에는 크게 두가지 부류의 삶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소유가치, 즉 자신이 무언가를 가진 것으로 또는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정의하는 삶입니다. 둘째는 존재가치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인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를 정의하는 삶입니다.


11.

소유가치의 함정은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은 한번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바뀌고 변한다는 것 입니다. 최신 스마트폰을 소유함으로 잠시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다음 시리즈가 나오면 바로 찾아오는 두려움과 마주합니다. 그러나 존재가치는 자신의 존재를 통해 풀어 말하면 하나님이 정의해주시는 존귀한 주의 자녀라는 존재론적인 가치 안에서 자신을 정의하기 때문에 세상이 줄 수 없는 완벽한 평안 가운데 살아갈 수 있는 것 입니다.


12.

그렇다면 부모는 이 상황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학생이 무슨 최신 폰이야!"라며 무조건적 금지로 덮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아이의 요구에 그대로 굴복하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이 '욕망의 순간'을 하나님을 가르치는 교육의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13.

먼저, 아이의 감정 이면에 있는 진짜 욕구를 읽어주십시오. 비고츠키가 말한 근접 발달 영역의 원리처럼, 아이는 혼자서 이 복잡한 감정을 처리할 능력이 아직 부족합니다.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친구의 새 폰이 정말 멋져 보였구나. 혹시 그 폰이 없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느낌이 들어서 더 마음이 조급한 건 아니니?" 아이의 욕구 이면에 숨겨진 소속감의 욕구와 인정 욕구를 읽어주어,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도와주십시오.


14.

다음으로, 훈계 대신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십시오. "만약 그 최신 폰을 가지게 되면, 그 기쁨이 얼마나 갈까? 다음 달에 더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이 너를 친구들과 연결해 줄 수는 있지만, 너의 마음을 진짜 행복하게 채워줄 수 있을까?"


15.

대니얼 카너먼(심리학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인간이 새로운 소유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놀라울 정도로 빨리 사라진다는 '쾌락 적응' 현상을 밝혀냈습니다. 아이가 이 질문을 통해 스스로 '물건이 주는 만족의 유한함'을 발견하게 하는 것입니다.


16.

그리고 여기서 복음적 대안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욕심부리지 마"라고 율법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율법은 문제를 드러내지만, 문제를 이길 힘은 주지 못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금지가 아니라 '더 좋은 것'으로 마음을 채우는 것입니다.


17.

아이와 함께 감사 리스트를 작성해 보십시오. 지금 쓰는 폰, 건강, 가족, 진정한 친구. 하나님이 이미 주신 은혜들을 하나씩 이름 붙여 보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어떠한 형편에든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빌 4:11)라고 고백했습니다. 자족은 성격이 아니라 배움입니다. 그리고 그 배움은 이미 주어진 것들을 이름 붙이고 감사하는 훈련에서 시작됩니다.


18.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주십시오. "우리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그것은 우리 마음에 구멍이 있다는 뜻이란다. 그런데 그 구멍은 최신 기계로는 채울 수 없어. 하나님만이 너를 진짜 만족하게 하실 수 있단다." 이것은 단순한 종교적 위로가 아닙니다. 어거스틴이 고백록에서 "주님, 당신 안에서 쉬기 전에는 우리 마음이 쉴 곳이 없나이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인간의 근본적인 갈망은 피조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진리입니다.


19.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부모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네 가치를 결정하지 않아"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부모 자신은 차, 집, 직함, 연봉으로 자기 가치를 측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부모의 삶을 봅니다. 부모가 먼저 소유가 아닌 하나님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세워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말이 아닌 삶으로 자족을 배웁니다.


20.

사랑하는 부모님, 자녀에게 최신 기기를 사 주지 못하는 형편이나 교육관 때문에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 결핍은 아이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재입니다. 모든 것이 풍족했다면 배우지 못했을 자족과 감사, 그리고 "나는 스마트폰 브랜드로 정의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다"라는 진리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입니다.


21.

한 줄 기도,"하나님, 우리 아이가 세상의 변하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영원히 변치 않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마음이 가득 차게 하소서. 어떤 폰을 쓰든, 무엇을 입든, 너는 하나님의 가장 귀한 보물이라는 것을 아는 아이가 되게 하소서."


유찬호 목사 | 등대교육공동체 교목

biblestor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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