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못해요

아이의 광야를 함께 걷는 부모 - 기질과 발달로 이해하는 기독교 교육

by 인생질문

다섯 번째, 나만 못해요


1.

아이들에게서 듣는 가장 마음 아픈 말은 "하기 싫어요"가 아니라 "어차피 나만 못해요"입니다. 블록 쌓기, 글씨 쓰기, 새로운 게임을 할 때 조금만 어려워져도 금세 손을 놓아버립니다. "왜 이렇게 끈기가 없을까." "시작도 안 해보고 포기할까."


2.

아이가 "나만 못해"라고 단정 짓는 이면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마인드셋의 문제입니다. 캐럴 드웩(미국의 발달 심리학자,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은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두 가지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3.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아이는 능력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믿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실패는 곧 자신이 능력이 없다는 치명적인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실패할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 아예 시도를 멈춰버립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으니까요. 반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아이는 노력을 통해 능력이 자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금방 포기하는 아이는 지금 고정 마인드셋의 감옥에 갇혀 있는 것입니다.


4.

둘째는 적절한 도움의 부재입니다. 아이가 너무 쉽게 포기한다면, 과제가 아이의 현재 단계를 너무 뛰어넘었거나, 적절한 도움 발판이 부족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풀어 말하면 아이는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해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5.

아이가 무언가를 해내지 못했을 때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좌절하는 이유는, 자신의 가치를 '성취'에서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해야 사랑받고, 잘해야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고 믿기에, 잘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수치심을 피하려는 것입니다.


6.

그러나 이와 같은 발달의 원인은 더 본질적인 문제, 곧 아이 마음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향한 열정이 없고 두려움과 수치심에 발목이 잡히는 일들은 결국 하나님의 온전한 은혜보다 자신의 능력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죄성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7.

"나는 못해"라는 잘못된 믿음이 좌절감이라는 정서를 낳고, 결국 '포기'라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이 연쇄를 끊으려면 출발점인 믿음을 바꿔야 합니다. "나는 못해"가 아니라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야"로.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나의 가치는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에 있다"로. 그렇다면 주저앉은 아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요.


8.

첫째, "아직"의 언어를 심어주십시오. 아이가 "나는 수학을 못해"라고 말할 때, 그 문장 끝에 "아직"이라는 단어를 붙여주십시오. "그래, 네가 아직 이걸 배우고 있는 중이구나. 뇌는 근육과 같아서 어려운 걸 연습할 때마다 더 튼튼해진단다."


9.

"아직"이라는 단어는 아이의 뇌에서 도전을 위협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재해석하게 만듭니다. 이 원리는 성경이 말하는 성화의 과정과 일치합니다. 성화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점진적인 과정입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10.

둘째, 결과가 아닌 태도를 칭찬하십시오. 많은 부모가 "와, 100점이야? 대단해!"라고 결과를 칭찬합니다. 그러나 이 칭찬은 역설적으로 '결과가 나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100점이 아니면 대단하지 않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 주십시오. "이걸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냈구나. 네가 인내심을 잘 사용했구나." 칭찬의 초점을 성취에서 성품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11.

셋째, 아이 곁에서 은혜의 발판이 되어주십시오. 아이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 앞에서 포기하려 할 때, 곁에서 함께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과정을 하나님과의 관계로 연결해 주십시오. "우리가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어.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도와줄 사람을 주셨고, 예수님을 보내주신 거야. 연약할 때 도움을 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란다."


12.

사도 바울은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고후 12:10)고 고백했습니다.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좌절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출발점입니다. 아이가 이 역설을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은 평생의 자산이 됩니다.


13.

자녀가 쉽게 포기할 때마다 "내가 양육을 잘못했나"라며 좌절하실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인 우리조차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먼저 연약함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기대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게 될 것 입니다.


14.

아이가 "나만 못해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을 듣는 것은 아프지만 그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회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그 한계 앞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를 지금 배우고 있다는 뜻입니다. 포기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그 갈림길에서 부모가 어떤 말을 하느냐, 어떤 태도를 보여주느냐가 아이의 방향을 결정하지 않을까요?


15.

한 줄 기도, "하나님, 우리 아이가 무언가를 잘해낼 때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이미 충분히 귀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소서.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도와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유찬호 목사 | 등대교육공동체 교목

biblestor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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