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십장생도(十長生圖)에 나타나는 거북(4)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757년 『정성왕후홍릉산릉도감의궤』에서부터는
뱀이 사라지고 ‘거북 단독’ 형태로 그려지면서
공룡과 닮았던 거북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보았던 거북과
비슷하게 그려졌다.
<십장생도>에서 보이는
‘거북’ 도상의
대부분은
목을 길게 빼서 위를 보거나
뒤를 돌아보면서
서기를 뿜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것은 『의궤』에 그려졌던
‘현무’ 도상에서
기원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의궤』에서의 ‘현무’ 도상을
가장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
<십장생도> 속의 ‘거북’임을 알 수 있다.
현존하는 <십장생도>의 대부분은
제2형식에 속하며, 제1형식보다
제작 시기가 늦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 양식에서는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던
광활한 바다가 대폭 축소되고,
수파묘나 계류(溪流)가
화면 좌우에 배치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완전한 청록산수화로 그려졌고,
붉은색의 나무 기둥과
진녹색의 솔잎으로
채색된 소나무가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복숭아나무가
소나무보다는 비중이 작지만,
첫번째 양식에서보다는
비중이 커졌고,
병풍의 양쪽에 그려져 있다.
사슴은 무리를 이루어
물을 마시기 위해
물가로 이동하는 모습으로,
이런 사슴의 색깔을
거의 비슷하게 채색되었다.
화면 중앙의
주산(主山)과 바위는
청록색으로 채색되어 있고,
멀리 다양한 색상의
산봉우리들이 보이며,
화면 좌반부에
붉은 태양이 떠올라 있다.
첫번째 양식에서와는 달리
학의 색깔은
청색, 황색, 백색 등으로
다양하게 채색되어 있고,
주로 소나무 위에
날개를 접고 앉아 있으며,
소나무를 향해
날아오는 학의 모습도 보인다.
폭포는
두 번 내지 세 번 정도 꺾여
흘러내리며,
중앙과 우반부에 각 하나씩 흰색과 청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화면 좌반부 물가에서는
‘거북’이 서기를 하늘 높이 뿜으며
물 위에 떠 있고,
화면 우반부 물가에서는
물을 마시고 있는
사슴의 모습이 보인다.
화면의 상반부에는
구름이 넓게 펼쳐져 그려져 있으며,
주로 좌우대칭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양식의 대표작으로는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의 10폭 병풍,
성신여대 박물관 소장의 6폭 병풍,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의 10폭 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6점이
여기에 속한다.
18세기 후반의 것으로 알려진,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의
<십장생도> 10폭 병풍에
그려진 소나무의 기둥 줄기가
대자색과 주색으로 채색된 소나무가
각각 3그루씩 그려져 있다.
제1형식의 다른 <십장생도>에서는,
소나무 기둥이 모두 주색으로
채색된 점으로 보아
제1형식의 국립중앙박물관의
것보다는
시기가 늦으며,
다른 <십장생도>보다는 빠른
과도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면 좌반부의
물의 표현은
수파묘로 표현되어 있고,
우반부의 물의 표현은
계류로 표현되어 있다.
학은 백색으로 채색되어
주로 소나무에 앉아 있는 모습이며,
몇 마리만 소나무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거북’ 도상의 표현 양식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십장생도>와 비교했을 때,
채색과 문양에서 차이가 보인다.
거북은 전체적으로
대자색으로 칠해졌고,
거북 등은 먹대자색으로
바림한 것으로 보인다.
배 부분은 황색으로 채색되었고,
검붉은색의 얼룩무늬가 보인다.
눈과 콧등, 입이
적색으로 채색되었고,
네 다리의 앞면에
붉은 화염문은 보이지만,
화염문 앞의 덧선은 보이지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십장생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거북의 서기가
청색으로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고,
거북 등껍질의 귀갑문양의
육각형의 모양이
비늘처럼 겹쳐져 있다.
이러한 육각형의 귀갑문의 겹침은
1800년 『정조건릉산릉도감의궤』에서
처음 나타나,
1843년 규장각 소장의
『효현왕후경릉산릉도감의궤』에서부터는
계속 이러한 모습을 유지한다.
이런 점으로 보았을 때,
이 작품은 1840년대 이후,
즉 19세기 중반에 그려진 작품으로 추측된다.
성신여대 박물관 소장의
<십장생도> 6폭 병풍,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의
<십장생도> 10폭 병풍)도
19세기 중반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