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의 근원은 미운 너였다 20화

성숙은 좋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아픈 사람 덕분이다

by 공인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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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 성숙이라는 단어에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상한 일이었다.
“성숙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나를 응원해 준 사람도, 나에게 따뜻했던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많이 울게 했고, 가장 깊게 흔들어놓았던 사람.
그 사람 얼굴이 제일 먼저 스쳤다.


처음엔 이게 억울했다.
왜 좋은 사람이 아닌,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 떠오르는 걸까.
왜 위로해 준 사람이 아니라, 상처 준 사람과 연결되는 걸까.
내가 잘못된 건가, 관계를 망각하는 걸까,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음은 늘 솔직했다. 기억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했다.
내가 성숙해졌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그 사람 때문에 만들어진 인내와, 그 사람 때문에 배운 거리 두기와,
그 사람 때문에 알게 된 감정의 구조가
조용히 내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날도 그랬다.
사소한 일에 상처받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인 순간,
문득 떠올랐다.
그 사람의 표정, 그때의 말투, 내가 울던 그 자리.


그리고 이상하게도…
미움이 아니라, 묘한 고마움이 뒤섞인 감정이 스며들었다.


“아프게 만든 사람인데… 왜.”
내가 스스로에게 묻자, 마음이 대신 대답해 주듯 한 문장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렇게까지 깊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성숙은 좋은 사람만이 주는 선물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이
나를 가장 크게 자라게 만든 사람인지도 모른다.



2절 그의 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과의 시간은 내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장면들 투성이었다.
눈물을 삼키며 버티던 날, 말 한마디에 무너졌던 밤,
설명도 없이 멀어졌던 관계,
내 감정을 내리쳐버리던 순간들.


그 모든 장면이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흐르며 나는 이상한 사실 하나를 인정하게 됐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단단해지지 못했을 거라는 것.


그가 던졌던 말은 칼날 같았고,
그가 보였던 무심함은 얼음 같았다.
그때는 그게 ‘폭력’으로만 느껴졌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 덕분에 나는 ‘내 마음이 어떻게 다치는지’를 배웠다.
그리고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도.


그의 불친절함은 내가 ‘친절’을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든 계기였고,
그의 거친 태도는 내가 ‘부드러움’을 배우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가 나를 함부로 대했던 시간들은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변했다.


나는 그 사람을 통해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운 게 아니다.
‘나’를 대하는 법을 배웠다.


그와 함께했던 시간에서 얻은 건 미움이나 후회가 아니었다.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싶어 했는지,
내가 얼마나 외면당하는 걸 두려워했는지,
내가 얼마나 나를 잃고 있었는지를
또렷하게 깨닫게 된 수많은 신호들이었다.


그와의 시간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감정 앞에서 서툴고,
사람 앞에서 흔들리고,
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프고 혼란스러웠던 시간 속에서
나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배워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 시간들이 비로소 ‘나의 성장’으로 자리 잡았다.



3절 나를 성장시킨 건 위로가 아니라, 혼란과 충격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오랫동안 착각하고 있었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따뜻한 말과 다정한 태도,
나를 이해해 주는 존재들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삶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나를 밀어붙였다.


내 마음을 헤집어 놓는 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왜 나한테 저럴까 싶은 상처들.


그 모든 ‘혼란’이
내 감정을 가장 깊숙하게 흔들어놓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사람이 준 위로보다
그가 남긴 충격으로 더 많이 변했다.


그 사람의 날카로움은
내 안에 묵혀 있던 감정들을 끌어올렸고,
그의 무심함은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아픈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들었다.


성장은 평온에서 오지 않았다.
성장은 충격에서 왔다.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나는 나의 ‘진짜 모습’을 처음 마주했다.


내가 얼마나 인정받고 싶었는지,
얼마나 사랑을 갈망했는지,
얼마나 무시당하는 걸 두려워했는지.


그 사람의 행동이
내 감정을 극단까지 밀어붙이자
비로소 나는 내 마음의 구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약해진 게 아니라,
드러난 것이었다.


무너진 게 아니라,
내가 쌓아온 가짜 강함이 벗겨진 것이었다.


그의 한마디가 나를 흔들 때마다
나는 나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무심함이 나를 아프게 할 때마다
나는 내 감정을 붙잡아 분석했다.


그 혼란 속에서,
나는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웠고
상처가 어떤 형태로 쌓여가는지 깨달았고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서는 법을 배웠다.


그 사람은 내게 위로를 준 적이 없지만,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내 감정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안다.


성숙은 위로가 아니라, 혼란이 데려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성장은 평온이 아니라, 충격이 일으킨 파동이라는 것을.



4절 원망 대신, 그 시간 덕분에 배우게 된 나를 바라보기


어느 날이었다.
그 사람을 떠올리는데,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가슴이 치밀어 오르지 않았다.
억울함도, 분노도, 서러움도…
그 모든 감정이 조금씩 자리를 잃고 있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을 향해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예전의 나는
그 사람을 원망하는 감정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미워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쳤다.
그 감정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떻게 변했는가’
그쪽을 보기 시작했다.


원망이 빠져나가자,
남은 건 한 가지였다.


‘그 시간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그 사람과 부딪히며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감정을 설명할 줄 몰랐고,
상처를 표현하는 법도 몰랐고,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도 몰랐다.


그 사람의 행동이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나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 상태로
그 사람과 부딪혔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나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을
잔인할 만큼 선명하게 보여준 셈이었다.


그 고통 앞에서
나는 감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어디서 불안이 시작됐는지,
왜 인정받고 싶었는지,
왜 사랑에 목이 말랐는지.


그 사람과의 관계는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나를 ‘읽는 법’을 가르쳤다.


만약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내 감정 앞에서 서툴렀을 것이다.
분노를 회피하고,
상처를 감추고,
감정을 이해하는 대신 억누르며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았을 것이다.


그 사람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내게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었다.


그를 용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가 옳았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내가 깊어졌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원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상한 평온이 자리했다.


그 사람 때문에 변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나를 배운 것이었다.


그래서 더는 그를 탓하지 않는다.
그에게 감사를 하진 않지만,
내 성장의 일부로 그 시간을 인정한다.


그 사람은 나를 아프게 했고,
그 아픔을 통해 나는 나를 알아갔다.
그게 전부였다.



5절 좋은 사람만이 좋은 기억을 남기는 건 아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좋은 사람과 함께 있어야 성장한다고,
좋은 관계만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아주 다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를 성숙하게 만든 건
좋았던 인연이 아니라
가장 아팠던 인연이었다.


좋은 사람 옆에서는
편안하고 따뜻하긴 했지만
그 안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았다.
상처받지 않으니
내 마음의 깊은 층을 볼 일도 없었고,
감정의 바닥과 마주할 필요도 없었다.


반면,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 앞에서는
나는 분노했고,
무너졌고,
질문했고,
스스로를 끝없이 돌아보아야 했다.


“왜 이렇게 힘들까?”
“왜 이렇게 흔들릴까?”
“내 안에 어떤 감정이 숨어 있었던 걸까?”


그 질문들이
나를 지금의 나로 데려왔다.
상처는 고통이었지만,
그 고통 안엔
내 감정을 이해하는 문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성숙은 ‘좋은 사람’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과해야 했던 감정의 깊이에서 온다는 것을.


상처를 준 사람은
내게 빚을 진 것도 아니고,
내가 고마워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그렇다고 미워할 대상만도 아니다.


그 사람의 존재는
나를 아프게 했고,
그 아픔은
내 감정의 구조를 드러냈고,
그 구조를 이해하면서
나는 이전보다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내게 ‘필요한 인연’이긴 했지만
‘좋은 인연’은 아니었다.
둘을 혼동할 필요는 없다.


좋은 사람은
나에게 평온을 주고,
아픈 사람은
나에게 방향을 준다.


평온은 나를 쉬게 하고,
아픔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지나
지금의 나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제는
그 사람을 완전히 용서하지도,
완전히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내 감정의 뿌리를 이만큼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을 거예요.”


그 사람은 내 삶에서 사라졌지만,
그로 인해 내가 배운 것들은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있다.


그게 바로 성숙의 흔적이고,
내가 이 인연에서 얻은
가장 확실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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